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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솔체니친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러시아서 첫 영화화 날짜 2021.08.14 16:40
글쓴이 이진희 조회 55

소련의 반체제 작가로 노벨 문학상(1970년)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솔체니친의 첫번째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Оди́н день Ива́на Дени́совича, 러시아 원작 제목엔 '수용소'란 표현이 없다)가 러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영화로 제작돼 13일 제74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80대 나이의 러시아 영화 감독 글렙 판필로프(86세, Глеб Панфилов)의 역작.

아역 출신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필립 얀코프스키 (Филипп Янковский)와 소련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이나 추리코바 (Инна Чурикова)가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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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영화로 제작된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의 예고편 공개/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화 '이반 데니소비치' (Иван Денисович. 영화 제목에서는 '하루'가 빠졌다)의 예고편이 12일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식 개봉은 내달 23일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18년 모스크바 북쪽의 야로슬라블에서 촬영을 시작했으나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등으로 제작 자체가 당초 일정보다 많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렙 판필로프 감독에게 이 영화는 솔체니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번째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05년 솔체니친과 함께 소설 '제 1원' (В круге первом)을 10부작 TV 영화로 제작한 바 있다. 솔체니친이 직접 시나리오로 고쳐쓴 '제 1원'은 비밀경찰의 감독하에 (핵개발) 연구를 계속할 것인지,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수용소로 돌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판필로프 감독은 지난 2013년 제정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에 관한 TV역사 다큐멘터리 시리즈 '로마노비'(Романовы)와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와 그의 가족에 관한 영화 '짜르의 가족'(Венценосная семья) 등과 같은 역사물 제작에 관심을 보였다. 영화 '이반 데니소비치'도 스탈린 시대의 강제수용소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의 최근 제작 취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이미 8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른 그가 어떤 작품을 차기작으로 택할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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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반 데니소비치'의 장면들/동영상 캡처



영화 '이반 데니소비치'는 일단 원작 소설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현지 언론에서 나온다. 수용소에서 10년째 생활 중인 독일 포로 출신의 소련 군인이자, 평범한 농민인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 (Иван Денисович Шухов)의 어느 날 하루에 앵글을 맞췄다고 한다.

여기서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이름(이반)과 부칭(데니소비치, 데니스의 아들이라는 뜻), 슈호프(성)로 이뤄졌다. 솔체니친이 소설 제목을 이름(이반)과 성(슈호프)이 아니라, 이름과 부칭(데니소비치)으로 정했다는 것은, 주인공(이반 슈호프)에 대해 존칭어를 쓴 것으로, '이반 슈호프님의 하루'라고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

그러나 영화에서 주인공은 수용소 번호 '쉬-854'(Щ-854)로 불릴 뿐이다. 그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눈밭위에 우주 산업의 미래 도시를 건설 중이다. 그 과정에서 겪은 힘들고 고통스런 나날과 굶주림, 추위, 공포, 굴욕적인 삶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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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주인공의 모습들/동영상 캡처, 러시아-1TV



판필로프 감독은 "주인공은 오랜 수용소 생활에서도 러시아인의 놀라운 특성을 유지한다"며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죽음의 위기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배운 그는 민간 신앙과 기적에 대한 믿음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형"이라고 정의했다.

현지의 한 언론은 영화 소개 기사에서 "이반 데니소비치는 10년형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그가 과연 석방될 것인가, 딸을 만나고 싶은 꿈이 이뤄질 것인가, 철조망 뒤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석방 심사를 통과한 정치범들 사이에 낄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영화의 결말을 솔체니친의 실제 삶에서 찾아보면, 아쉽다. 솔체니친은 수용소 생활 8년을 보낸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3년 유배를 떠났다. 온전히 자유로운 삶을 되찾지 못한 셈이다.

1962년 문예지 '노비 미르'(새 세계)에 실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제목 그대로 스탈린 시절의 소련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이반 데비소비치의 하루를 그린 소설이다. 그는 침대에서 제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3일간 독방에 수감되는 벌을 받기도 하고, 하루 종일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쌓은 뒤 옆 동료로부터 수프 한 그릇을 더 받아내는 행운을 누리고, 침상에 누워서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고 감사한다.

또 허허벌판 눈 덮인 작업장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곡괭이를 열심히 휘둘러야 하는 일상에서 작업을 쉬는 영화 40도의 날씨를 기다리는 주인공이다. 같으면서도 늘 같지 않는 영화속 이날도 주인공이 강제수용소에서 보내야 하는 10년(3,653일) 중의 하루에 불과하다. 수감자들과 간수들 사이의 불편한 공존도 10년 수용소 생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인간관계의 일부다.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냉전시절 서방에서 2번 영화화됐다. 1963년 미국 NBC TV가 TV 시리즈물로, 70년에는 노르웨이-영국의 공동 제작으로 장편 영화가 만들어졌다. 같은 제목의 연극도 여러 편 무대에 올려졌고, 오페라로도 선을 보였다.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은 필립 얀코프스키(52)는 아역 출신의 연기자겸 감독. 1974년 5세의 나이에 소련 영화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작품 '거울'에서 배우인 아버지 올레그 얀코프스키와 함께 출연했다. 이후 연기자로 순탄한 길을 걸으면서 4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한 감독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이나 추리코바는 판필로프 감독의 아내이자 소련인민예술가다. 촬영 당시 74세로 남편 못지 않는 영화 열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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