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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의 러시아 읽기
제목 푸틴의 반격 - 나발니 최측근 사전 구속영장에 독일 생활 폭로전까지 날짜 2021.02.14 14:39
글쓴이 이진희 조회 60

'반 푸틴'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위한 시위는 2주째 멈춰섰다. 당국의 대규모 체포및 연행으로 시위 동력을 떨어졌다고 판단한 나발니 측이 지난 4일 '주말 반정부 시위의 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전역은 다시 평상시의 주말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 세력의 반격이 시작됐다. 나발니의 구속 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재판이 오는 16일 열리고, 부인 율리야는 마치 쫓기기나 하듯 독일로 떠났다. 나발니 지지세력의 총본산격인 '나발니 지역본부 네트워크' 의 책임자는 해외에 체류하고 있지만, 사전구속 영장이 발부돼 귀국하는 순간 체포된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플래시몹(번개 모임)이 벌어지고, 국영 TV 채널 '러시아-1'은 나발니의 호화로운(?) 독일 생활과 시위의 기폭제가 된 '푸틴 궁전'의 촬영 뒷 이야기를 폭로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나발니 측과 영국 정보기관(외교관) 측이 극비리에 만나는 장면과 대화 내용도 국영 러시아투데이(RT)에 의해 폭로됐다.

나발니와 그의 부인이 한때 참여했던 진보정당 '야블로코'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전 당수는 최근 반정부 시위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나발니 측을 '포퓰리즘과 민족주의'라고 비난하며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강경 진보주의자들로부터 나발니는 지지세력의 확대를 위해 우파적 시장경제 이념을 전파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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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블린스키, 나발니를 포퓰리즘과 민족주의라고 비판/얀덱스 캡처



러시아 당국의 노림수는 간단하다. '반부패' '반정부' '반권력'에 앞장서는 나발니도 알고 보면, 이중적이고 (영국 정보기관과 접촉하는) 반조국 세력이며, 권력을 탐하는 포퓰리즘 정치인이니, '더이상 믿지 말고 속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나발니 측근 압박

모스크바 바스만니 구역 법원은 지난 10일 나발니의 지역본부 네트워크 책임자 레오니드 볼코프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볼코프는 현재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에 머물면서,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시위 동참을 호소하고, 시위 중단 결정을 발표한 핵심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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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16일로 연기. 사진은 모스크바 시 법원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나발니/얀덱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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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볼코프가 주말 시위 중단을 발표하는 장면/유튜브 캡처



그의 사전 구속영장 발부는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불법 시위에 미성년자들이 참여하도록 호소한 혐의다. 러시아 당국은 신종 코로나(COVID 18) 확산 방지를 위해 일찌감치 대중집회를 금지해 왔다.

독일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 치료를 끝내고 귀국하는 공항에서 체포되는 남편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봤던 부인 율리야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났다. 남편이 구속되고 그의 측근들이 줄줄이 체포 혹은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간 상태에서 그녀 역시, 예상되는 당국의 박해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지난달 31일 벌금 2만루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특히 나발니는 지난 2014년 사기 사건 관련 집행유예 판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일 모스크바 시 법정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정식 수감됐다. 그는 16일 참전용사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독일 슈피겔은 "율리야가 10일 저녁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크의 암마인 공항에 도착했다"며 "개인적인 방문"이라고 보도했다. 나발니 부부의 변호사들도 그녀의 독일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의 독일 생활 폭로

현지 주요 TV채널 '러시아-1'은 지난 8일 나발니가 독일 샤리테 병원에서 퇴원한 뒤 귀국하기 전까지 부부가 두달 가까이 묵었던 빌라(혹은 별장)를 샅샅이 공개했다. 사방이 확 트인 넓은 거실에 벽난로와 5개의 침실, (수압 마사지용) 자쿠지 욕조,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건평 300㎡(약 90평)의 빌라의 하루 임대료는 530 유로(약 71만원). 2개월이면 3만 유로에 이른다.

러시아-1 TV의 잠입 취재는 언론사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작전에 종군기자로 나선 것으로 알려진 아나스타샤 포포바 기자는 벨기에 출신의 남편으로 이 빌라를 빌리겠다고 한 뒤 실내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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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1 TV가 공개한 나발니가 묵은 독일 빌라. 위로부터 널직한 거실, 빌라 수영장, 변기 솔, 벽난로/출처:러시아-1



현지 일부 언론은 나발니가 폭로한 유튜브 영상 '푸틴 궁전'에서 화제가 됐던 '아쿠아디스코텍'과 '머드 하우스'(진흙 방), 수영장, 변기(청소용) 솔 등이 거기도 있었다고 비꼬았다.

포포바 기자는 나발니는 하루 530유로 짜리 '고급 빌라'에 2개월간 머물면서 3만 유로를 썼고, '푸틴 궁전' 영상 제작을 위해 독일 '블랙 포레스트 스튜디오' 사용료 등으로 100만 유로를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또 '블랙 포레스트 스튜디오' 측은 미국으로부터 임대 신청을 받았으며, 사전에 제작 영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했다.

나발니 측은 즉각 반박했다. 볼고프는 반체제 성향의 TV 채널 '도쥐'(비 라는 뜻)와 통화에서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빌라의 임대료는 총 1만5,580 유로로, 사업가 예브게니 치치바르킨이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는 "빌라는 장기 임대료 큰 폭의 할인을 받았으며, 나발니 부부는 2달이 아니라 6주간 살았다"며 "러시아-1 TV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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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가 독일 '블랙 포레스트 스튜디오'에서 '푸틴 궁전' 영상을 나레이션 하는 장면/유튜브 관련 캡처



'블랙 포레스트 스튜디오'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적으로 내 이름으로 (나발니가 나오는) 스튜디오 하나를 빌렸고, 사용료로 1,800 유로를 지불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푸틴 궁전' 영상에 나오는 영상 상당부분을 언제 어떻게 촬영했는지, 누구와 협업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서방측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았다는 당국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국 정보원과 내통하는 영상 공개

더욱이 나발니가 주도하는 '반부패재단'의 블라디미르 아쉬르코프 이사가 영국의 정보기관 MI6 요원으로 추정되는 주러 영국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만나는 장면이 러시아투데이(RT)에 의해 공개됐다. 이 영상은 지난 2012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RT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한 카페(레스토랑)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반부패재단의 반정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의)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놓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의 한 요원은 "주러 영국대사관의 MI6 팀은 러시아 NGO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반체제 세력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 영상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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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RT 동영상 캡처



아쉬르코프가 만난 영국 외교관은 주러영국대사관의 제임스 윌리엄 토마스 포드(Джеймс Уильям Томас Форд, 이런 이름도 있나?). 대사의 정치담당 특보라는 그를 FSB는 MI6 비밀요원으로 분류했다.

“돈만 더 많으면 확실히 팀을 확장할 수 있다" "1년에 1천만, 2천만 달러를 지원해주면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게 될 것" "우리의 권력 장악을 후원하면 수십억 달러로 보답할 것" "대규모 시위, 시민 이니셔티브, 홍보 전략을 강화하고, (정치경제) 엘리트들과 접촉해 우리가 그들의 모든 것을 박탈하는, 그런 세력이 아닌 합리적인 사람들이라고 알려야 할 것" 등의 발언이 영상에서 흘러나온다. RT는 "그가 영국에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상대(영국측)는 직접적인 재정지원 대신 국제투명성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와 접촉할 것을 권했다. 이에 대해 아쉬르코프는 "그들(국제기구)과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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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스파이 스톤' 사건의 증거물로 제시된 '와이파이 기기'/RT 관련 기사 웹페이지 캡처



RT는 이 접촉이 15년전 러시아에서 발각된 영국의 '스파이 스톤'(스파이용 돌)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의 고위 외교관이 돌 속에 감춰진 'Wi-Fi' 장치를 통해 러시아의 스파이와 접촉했다고 해서 '스파이 스톤' 사건으로 명명됐다.

◆푸틴 찬반 플레쉬몹 대결

우랄지역의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시마-랜드(МИМА-ЛЕНД)는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을 지원하는 깜짝 '플레쉬 몹'을 진행했다. 수천 명의 직원들이 러시아 국기를 들고 회사 건물을 행진한 뒤 주차장에서 '푸틴은 우리 대통령'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푸틴은 우리 대통령"이라고 외쳤다. 그 장면은 SNS를 통해 전파됐다. 시마-랜드는 2000년에 문을 연 대형 슈퍼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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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랜드 플레쉬몹(위)와 관련 얀덱스 보도(전역에서 대통령 지지 플레쉬몹이 진행중). '푸틴은 우리 대통령'이라는 글짜가 만들어졌다.



지난 4일에는 울리야노프스크 대학생들이 '푸틴 지지' #МыЗаПутина 포스터를 들고 거리로 나섰고, 1월 말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수천 명의 직원들이 러시아 삼색기를 배경으로 러시아 록 가수 나르기즈(Наргиз)의 노래 "우리는 때린다면, 우리는 날아간다" (Нас бьют, мы летаем)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나발니 측도 즉각 '온라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 5일 모스크바에서는 진압 경찰복장을 한 젊은 남녀 25명이 '무차별적인 시위 진압'을 규탄하는 플래시 몹을 벌인 혐의로 연행됐다. 참가자들은 '자유'라고 쓰인 단어를 짓밟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나발니 석방 시위에 강경대응한 진압경찰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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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위에 쓰인 '자유'를 짓밟는 진압경찰 복장의 플래시 몹/출처:텔레그램

플래쉬 몹 참가자들/텔레그램 캡처



한 여학생 참가자는 경찰 조사에서 "이번 사진 촬영은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며 "의상을 소품 대여실에서 빌렸다. 멀리서 보면 오몬(OMON, 진압 경찰) 복장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옷"이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SNS 상에서는 나발니 아내 율리야를 지지하는 ‘빨간 옷 입기' 챌린지가 벌어지고 있다. 해쉬태크는 ‘#негрустивсебудетхорошо’(슬퍼하지 마. 모두 잘 될 거야). 이 말은 나발니가 지난 2일 법정에서 집행유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자, 슬퍼하는 아내 율리야에게 던진 말이다. 당시 율리야는 빨간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법정석 첫 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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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의상으로 나발니 부부를 응원하는 인스타그램/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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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티셔츠를 입고 법정에서 지켜보고 있는 율리야/출처:모스크바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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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 보그도 '빨간색 드레스 코드' 챌런지에 동참했다/캡처



나발니는 선고후 법정을 나가면서 눈물을 훔치는 아내를 향해 “슬퍼하지 마. 모두 잘 될 거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 재판 풍경은 나발니 지지자들에게는 큰 화제가 됐다.

지지자들은 율리야가 법정에서 입고 있던 빨간 티셔츠를 연상시키는 '드레스 코드' (붉은 색)로 이들 부부 응원에 나선 것이다. 티셔츠 등 의상은 물론이고, 빨간색 네일이나 루즈, 휴대폰 케이스, 빨간 옷을 입힌 애완견 등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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