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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
제목 '익스트림 프로포즈'가 성행하는 러시아, 특수부대원 복장의 이벤트도 불사 날짜 2021.01.06 07:08
글쓴이 이진희 조회 240

지난해 연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샤우마나 프로스펙트'(대로)변에 있는 한 주유소 부근에서 '로스그바르디야' (Росгвардия 러시아 연방보안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미니버스 한대를 덮쳤다. 체포된 남녀 4명도 같은 복장 차림의 요원들. 보안군 부대 사이에 '상명하복 쿠데타'라도 벌어진 것인가?

아니다. 체포된 사람들은 가짜 보안군 복장을 한 '이벤트 업체' 직원들이다. 미니 버스에는 운전 기사외에 보안군 차림의 남자 대원 2명과 여자 대원 1명이 타고 있었다.

경찰, 상트페테르부르크서 '깜짝 쇼'를 벌이는 '가짜 특수부대원' 이벤트 업체 직원들 체포/얀덱스 캡처 
가짜 특수부대원 체포 장면/사진출처: https://pdmnews.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지난 31일 연방보안군 특수부대가 가짜 보안부대원 제복을 입고 상업적 활동을 하는 업체의 직원들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인 보안부대원에게 갑자기 체포돼 끌려가는 짜릿한 경험이나 추억을 만들어주는 이벤트 업체 직원들이라고 내무부 측은 밝혔다. 

'로스그바르디야'는 지난 2016년 러시아 내무부 보안군을 근간으로 새로 출범한 법질서 집행기관이다. 치안유지 업무를 중심으로 마약및 테러범, 극단주의자 체포, 주요시설 경비및 요인 경호 등을 맡고 있다. 특히 복면에 방탄조끼를 입고 극비리에 활동하는 특수요원들은 과거 KGB 사찰조직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로스그바르디야'가 주는 위협감과 신비로운 권위 등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이벤트 업체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업(?) 중으로 알려졌다. 순간적인 짜릿함과 상상을 초월하는 '이벤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진짜 특수요원들에게 체포되더라도, 사법기관 제복의 불법 착용, 혹은 사칭 혐의로 1,000~1,500 루블(1만5천원~2만2,500원)의 벌금만 내면 며칠 뒤에 풀려나니 쉽게 근절되지 않는 형편이다. 

'로스그바르디야' 요원들 복장/출처:인스타그램

영국 BBC 방송의 지난해 기획보도에 따르면, 이벤트 업체들의 '깜짝 쇼'는 상상을 불허한다. 이런 식이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 도착한 20대 여성 아나스타시야. 남자친구가 마중을 나온다고 약속했는데, 갑자기 문자가 날아왔다. "급한 일이 생겨 친구가 대신 나갈 것"이라고. 

마중 나온 자동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던 중 갑자기 미니버스 한대가 길을 막더니, 특수부대 요원들이 그녀를 끌고 자동차의 트렁크쪽으로 갔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찾아낸 흰가루봉지를 '마약이 아니냐?"며 '마약 사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아나스타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오해다. 그건 내 것이 아니다”라고 변명하자, “그럼 누구 것이냐? 솔직히 털어놔라"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봉지를 열어젖히니 그 곳에 '핑크빛 작은 상자'가 또 나왔다. 공포에 질린 그녀에게 한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나랑 결혼해줄래!” 작은 상자속에는 프로포즈용 선물이 들어 있었다. 

'익스트림 프로포즈' 이벤트 장면/출처:BBC유튜브 캡처 

특수요원 중 한명은 그녀의 남자친구 세르게이(36)였다. 아나스타샤가 당한(?) 것은 '익스트림(극한) 프로포즈'였다. '연방그바르디야'의 마약 사범 체포작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같은 이벤트는 보통 약 30분간 진행된다. '연방그바르디야'의 작전과 마찬가지로 사진 촬영까지 이뤄진다. 비용은 700루블(현재 환율로 1만500원) 정도. 장비와 직원들이 많이 동원되면 경비는 최대 6만 루블(현재 환율로 90만원)까지 올라간다. 

'익스트림 이벤트'에 모두가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 친구가 너무 놀라 심장마비에 걸릴 뻔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건네 받은 '부케(꽃)'으로 남편(남자친구)의 얼굴을 후려갈기는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에도 '이벤트 업체'의 가짜 특수요원들이 진짜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걸 보면, 여전히 성행(?)하는 모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화를 찍는 배우들이 이벤트 업체로 오해를 받아 체포되기도 했다. 영화제작사는 미리 문화부에 촬영 사실을 신고하고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업체는 '시간도 없고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배우들에게 가짜 제복을 입혔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해군의 날' 퍼레이드 리허설이 열린 지난 7월에는 영화 제작 스태프 전체가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로스그바르디야'의 고위급 인사들이 촬영장 주변에 도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 뒤늦게 나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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