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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의 러시아 읽기
제목 2일로 막을 내린 미소INF조약 체제, 미국의 뻔한 속셈에 러시아는 끌려다녔다 날짜 2019.08.05 08:20
글쓴이 이진희 조회 88

30여년만에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2일 그 생명을 다한 미소(러) 중거리핵전력(INF)조약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INF체제를 만들던 1980년대만해도 미국은 소련을 핵전력 감축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진장 애썼다. 그게 세계평화 질서의 구축을 향한 미국의 역할이었다. 소련은 마지 못한 척 어슬렁어슬렁 미국이 쳐놓은 그물 속으로 걸어들어갔고, 그렇게 한 세대(30년)가 지났다. 서로가 만족해했다.

그 사이 세계질서는 크게 변했다. 동서냉전의 한 축을 맡았던 소련은 내부의 적을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 러시아라는 '작은 곰' 한마리로 변했고, 예상하지 않았던 중국이 G2라는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기존의 INF라는 울타리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미국에 드는 건 당연. 다만 명분이 있어야 했다.

미국은 어렵사리 명분을 찾아냈다. 러시아가 지난 2017년 배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이다. 풀 셀바 미국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지난해 5월 미 의회에서 러시아가 새 순항미사일 9M729 노바토르를 실전 배치해 INF 정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INF 조약 파기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나섰다.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에 60일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러시아가 서방측에 공개한 노바토르 미사일/방송캡처

'뛰쳐나가려는 미국과 억지로 붙잡으려는 러시아'의 역할극으로 INF 체제는 변했다. 단번에 미러 역할이 바뀐 것이다. 미국을 INF의 틀안에 붙잡아두려는 러시아의 노력은 어쩌면 눈물겹기까지 했다.

물론 그만한 이유도 있다. 크림반도의 병합으로 서방측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는 터에, 돈줄인 국가유가도 옛날 같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러시아였다. 몇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참전에 남미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구하기까지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할 일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과 중단거리미사일 경쟁까지 벌어지면, 왜소해진 러시아의 실체를 또 한번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러시아가 사실상 '항복카드'를 꺼냈다. 미국이 문제삼는 미사일 9M729 노바토르를 지난 1월 서방측에 전격 공개한 것이다. 모스크바 서쪽에 있는 군사공원 '파트리옷'(애국자)로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 무관들을 초빙해 직접 눈으로 9M729 노바토르 미사일을 보게 하고 성능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미 생각이 다른 미국 측 무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9M729 미사일은 (INF에 저촉되지 않는) '이스칸데르-M' 시스템에 포함되는 9M728 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러시아측은 설명했다. 이스칸데르는 북한이 최근 동해에서 발사실험하고 있는 단거리탄두미사일의 모체다.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아시아 배치에 대한 얀덱스 기사 묶음/캡처

러시아측의 이같은 태도에도 아랑곳없이 미국은 IMF조약 탈퇴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고, 그 뒷모습을 허탈하게 쳐다보던 러시아도 어쩔 수 없이 '자존심 살리기'로 돌아섰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INF 탈퇴를 위한 외교 법률적 행정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서로를 향해 돌아설 기회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 결과는 2일 미국측의 INF 공식 탈퇴로 나타났고, 양국은 이제 상대방을 향해 책임을 떠넘기는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INF 조약에서 탈퇴하자마자,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행동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동식·재래식 지상 발사 크루즈·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개시했다"고 선언했다. 누가 봐도 원인 제공자는 분명했지만, 곧바로 본심까지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도 중거리핵전력을 유럽대륙을 향해 이동배치할 것이라는 대응책을 내놨지만 내심 불안하다. 21세기형 군비경쟁시대의 도래가 마뜩찮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러시아 외무부의 발언에 그대로 담겨 있다. 외무부는 2일 성명에서 "(INF)조약이 설정한 제한에서 미국이 벗어나길 원했던 것"이라며 "미국은 INF가 낡았으며 조약에 제3국들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 뒤에 위선적으로 숨었다"고 지적했다. 제 3국은 바로 중국이다.

미국은 한 세대만에 G2의 모자를 쓰고 나타난 중국을 경제적으로는 '경제전쟁'을 통해, 군사적으로 새로운 군비감축협약 통해 견제하려고 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의 이같은 계획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끌려갈 수 밖에 없다. 힘의 논리가 앞서는 국제질서의 엄연한 현실이다.

단·중거리 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배치를 금지한 INF 조약은 지난 1987년부터 지금까지 국제 평화질서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체결 이후 1991년 6월까지 양국은  500∼5,500km의 중·단거리 미사일 2천692기를 폐기했고, 그 이후에도 서로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도구로 인정해왔는데, 이제 그 기능을 다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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