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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의 러시아 읽기
제목 러시아 백신 CMO 경쟁(5) -한국코러스 GMP 승부수 통했다. 날짜 2021.10.27 17:41
글쓴이 이진희 조회 367

러시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위탁생산(CMO)하는 한국코러스가 각고의 노력(?) 끝에 러시아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식품·의약품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따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지 1년, 시생산에 돌입한지 8개월여 만이다.

한국코러스는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해외 업체중 처음으로 러시아 GMP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러시아보건부로부터 춘천 생산 공장에 대한 실사를 받았고, 유관기관과의 각고의 노력 끝에 러시아 GMP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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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러스 홈페이지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 유통을 맡고 있는 RDIF는 전세계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백신 물량의 확보를 위해 인도와 중국, 남미 등 세계 곳곳의 바이오 제약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일부 위탁생산 업체가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 시장에 출하하고 있으나 러시아로부터 원액을 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국코러스의 GMP 인증 사실을 전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원천 약물(원액)을 제공받아 생산하는 외국 제조업체와 달리, 지엘라파(GL Rapha, 한국코러스의 모회사)는 백신 생산의 전 주기(원액 생산및 완제품 포장)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인증을 처음으로 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코러스는 지난해 10월 RDIF 측과 스푸트니크V 백신을 연간 1억5000만 회분 이상 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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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엘라파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GMP) 허가를 전한 로이터 통신 보도/링크및 캡처



GMP 인증 취득으로 한국코러스는 학수고대하던 본격적인 상업 생산과 해외 수출의 길을 열어 젖힌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진짜 마지막 절차인 (제품의) 출하 승인을 받기 위한 샘플은 이미 러시아에 가 있다"며 "그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 짓고 제품을 출하할 수 있도록 RDIF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국코러스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상업 물량을 곧바로 선적할 계획이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백신 원액 생산의 1000 리터 확대에 성공해 지난달 부터 주간 600만 도스(1회 접종분) 생산이 가능하다"며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가 추가 도입되는 내달부터는 주간 1,000만 도즈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코러스가 이미 1회 접종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을 최소 1,000만 도즈 이상의 물량을 생산, 비축해 놓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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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러스 춘천 공장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모습/KBS 캡처



한국코러스는 GMP 인증 취득으로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의 주도권을 놓고 휴온스글로벌 주도의 컨소시엄과 벌여온 경쟁에서 한발짝 앞서 나가게 됐다.

휴온스컨소시엄 소속으로 원액 생산을 맡고 있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지난달 중순 '스푸트니크V' 시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휴온스 컨소시엄이 상업생산및 출하까지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휴온스글로벌은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을 위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다.

한발 늦게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에 뛰어든 휴온스 컨소시엄은 식약처에 스푸트니크V에 대한 사전 승인을 신청하고, 백신 임상 분석과 국내 공급 계약 체결 등 떠들썩하게 국내 홍보 활동도 병행했으나, 한국코러스는 묵묵히 러시아측으로부터 백신 생산 허가에만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코러스의 '승부수'가 통한 것으로 평가된다. 휴온스 컨소시엄도 앞으로 상업 생산을 위해 러시아 GMP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약품 제조업체에게 GMP 인증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GMP는 우수한 식품·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의 확보부터 제조, 출하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한 기준이다. 각 국가의 규제기관 및 국제기구는 자체적으로 GMP 가이드라인을 정해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의약품 등록에 불이익(등록 불가)을 준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아직까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얻지 못한 것도 WHO·EMA의 독자적인 GMP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내 '스푸트니크V' 제조 업체 4곳을 지난 4월 현장 실사한 WHO·EMA 공동 실사단은 4곳 중 1곳에서 GMP 기준에 위배되는 제조 관행들을 적발, 시정을 요구했다.

그 여파는 한국코러스의 GMP 인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지난 9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의 GMP 인증이 한달 이상 늦어진 것은 러시아 보건부도 자체 GMP 인증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까다로운 WHO·EMA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의 자체 GMP 기준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코러스의 GMP 승인을 계기로,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속한 제약사들의 백신 생산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수앱지스는 일찌감치 기술이전을 끝냈고, 제테마도 지난 8월 기술이전에 관한 3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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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산업통상부 홈피에서 검색된(위) GMP 승인 국가 등록부. 10월 22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다/캡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한국코러스의 GMP 인증은 아직 현지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RDIF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실을 정식 발표하지 않았고, 지난 22일 발표된 러시아산업통상부의 GMP 인증 목록에도 빠져 있다. 러시아 특유의 일처리 방식 때문에 등록및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스푸트니크V' 상업 생산의 효과를 위협하는 나쁜 소식은 미국으로부터 와 있다. 미국은 '위드 코로나' 정책의 일환으로 내달 8일부터 백신 접종 외국인에 대한 자유로운 출입국을 허용할 방침인데, '스푸트니크V' 접종자는 그 대상에서 뺀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신 냉전'의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스푸트니크V' 접종자가 많은 멕시코 등 남미 일부 국가들이 미국과 '스푸트니크V' 접종자들의 출입국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상대국 주재 외교관 규모를 놓고 러시아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근 러시아 현지 공관에서 이민 등 주요 목적의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웃 폴란드에서 미국행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러시아를 향해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스푸트니크V'를 접종한 러시아인들이 미국 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백신 관광'과 '비자 관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따라서 '스푸트니크V'를 수입하겠다는 국가들과 주문 물량이 계속 늘어날지 궁금하다. 서방측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화이자나 모더나는 워낙 비싼 탓에 어쩔 수 없이 스푸트니크V를 찾는 나라들은 있겠지만, 러시아의 자존심은 한풀 꺾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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