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Jun 2026

러시아는 왜 중앙아시아 이주민을 통제하기 시작했을까

전쟁 이후 러시아의 이주민 정책은 ‘노동력 확보’와 ‘안보 통제’라는 두 축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노동력 부족을 겪기 시작했다. 동원령, 방산업체 인력 흡수, 해외 이탈, 저출산 문제가 겹치면서 건설·물류·청소·배달·서비스업 현장의 인력 공백이 커졌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은 다시 중앙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이었다. 2024년 러시아에는 약 630만 명의 외국인이 체류했고, 이 가운데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출신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2024년 한 해 러시아에 입국한 외국인은 약 950만 명이었고, 이 가운데 약 420만 명이 노동 목적 입국자였다. 즉 전쟁은 러시아의 이주민 의존도를 낮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산업에서 더 높여놓았다.

중앙아시아 이주민의 분포도 뚜렷하다. 2024년 9월 기준 러시아에 체류 중인 중앙아시아 국적자는 약 398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약 179만 명으로 가장 많고, 타지키스탄 출신이 약 123만 명, 카자흐스탄 출신이 약 60만 명, 키르기스스탄 출신이 약 26만 명,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이 약 9만 명 수준이다. 러시아 전체 외국인 체류자 약 617만 명 가운데 중앙아시아 출신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숫자는 러시아 이주민 문제가 단순히 “외국인이 많다”는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사이의 노동·송금·안보·외교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2024년 3월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이후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용의자 일부가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이주민 문제는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치안과 국가안보의 문제로 재규정됐다. 테러 직후 러시아 수사기관과 이민 당국은 건설현장, 물류창고, 유통업체, 주택관리업체, 이주민 숙소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점검을 벌였다. 모스크바 인근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에서는 문서 확인 이후 38명이 추가 조사를 받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인을 불법 고용할 경우 1명당 최대 100만 루블의 벌금 또는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주민 고용 자체가 행정 리스크가 되었다.

2025년부터는 제도 변화가 더 선명해졌다. 러시아는 ‘통제 대상자 명부’를 도입했다. 합법 체류 근거가 없거나 체류기간, 거주등록, 노동허가 관련 규정을 위반한 외국인은 이 명부에 오를 수 있다. 명부에 오른 외국인은 사실상 ‘추방 체제’ 아래 놓인다. 이 제도는 단순한 출입국 관리가 아니다. 외국인의 체류 상태를 디지털 방식으로 추적하고, 행정 위반자를 빠르게 추방할 수 있도록 만든 관리 시스템이다. 경찰과 내무부의 권한도 커졌다. 과거에는 법원의 판단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행정기관이 더 직접적으로 이주민의 체류 자격을 통제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체류기간 규정도 강화됐다. 2025년부터 무비자 입국 외국인의 러시아 체류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 중 90일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180일 중 90일 체류 방식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한 해 전체 기준으로 관리된다. 합법 체류 근거가 없는 사람은 통제 대상자 명부에 오를 수 있고, 이후 출국·입국 제한, 추방 절차와 연결될 수 있다. 노동허가, 특허, 의료검진, 지문등록, 러시아어 시험, 거주지 등록도 더 촘촘하게 관리된다. 외국인에게 러시아는 더 이상 “일하러 와서 서류를 맞추는 나라”가 아니라, “서류가 맞지 않으면 곧바로 통제 대상이 되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에서는 디지털 통제 실험도 추진되고 있다. 2025년 9월부터 무비자 입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록, 생체정보 제공, 위치정보 확인을 요구하는 방식의 디지털 관리가 논의됐다. 대상은 주로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러시아 이주정책이 단순한 서류 행정에서 위치 추적과 생체정보를 결합한 디지털 감시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 이후 이주민 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군사 동원과의 연결이다.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한 중앙아시아 출신 남성들 가운데 병역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단속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었다. 일부는 시민권 유지, 체류 안정, 형사처벌 회피, 추방 회피와 맞물려 군 복무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이주민을 노동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병력 자원으로도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전쟁 이전 러시아 이주정책과 전쟁 이후 이주정책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주민을 완전히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의 건설업 취업 제한이 논의되자 기업들이 반발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러시아인 노동자만으로는 건설·서비스·물류 현장의 인력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주민을 줄이면 민족주의 여론은 달랠 수 있지만, 공사 지연과 인건비 상승, 서비스업 인력난이 발생한다. 반대로 이주민을 계속 받아들이면 치안과 사회통합 문제가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쟁 이후 러시아 이주정책의 모순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는 이주민을 통제하려 하지만, 경제는 이주민을 계속 요구한다.

2026~2030년 러시아 국가이주정책 개념도 이러한 방향을 반영한다. 러시아 정부는 이주민 유입을 무조건 확대하기보다,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러시아어 능력, 문화적 적응, 법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선별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많이 들어오게 하는 정책”에서 “필요한 사람만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 이주민 문제는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안보, 사회통합, 인구정책, 중앙아시아 외교가 한꺼번에 얽힌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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