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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된 페도로프 전 국방장관의 복직과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해임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골판지 시위'가 22일 수도 키예프(키이우)와 오데사 등지에서 다시 재개됐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21일) 전격적으로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해임하고, 후임에 페도로프 전 장관을 지지한 군부 내 개혁파인 드라파티 합동군 사령관을 임영했지만, '골판지 시위대'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2일 페도로프 전 장관의 보좌관 출신인 세르게이 스테르넨코의 말을 인용, 예비역 군인인 코지아틴스키가 페도로프 전 장관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금요일(24일) 저녁 8시 전국적으로 벌일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골판지 시위대는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해임으로 첫 번째 목표가 달성됐으니, 두번째 목표인 페도로프 전 장관의 복직을 위해 다시 모이자는 것이다.
앞서 골판지 시위대는 21일 페도로프 전장관의 복직과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해임이 24일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무기한 시위'를 벌이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최후통첩 이후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경질이 발표됐으나, 시위대는 만족하지 못한 셈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사태(페로도르프의 난/편집자)를 시르스키 총사령관 해임으로 수습하려고 했으나, 일단 실패한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임한 페도로프 국방장관을 복직시키라는 압력을 점점 더 받고 있다"며 "골판지 시위대는 그의 복직이 이뤄질 때까지 전국적으로 무기한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수습책(시르스키 총사령관 해임)이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다른 분석도 있다.
스트라나.ua는 22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사임과 (후임) 드라파티의 부임. 어떤 의미일까?' (Отставка Сырского, приход Драпатого. Что это значит?)라는 코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밤 시르스키 총사령관과 그나토프 총참모장을 해임하고 후임에 드라파티 합동군 사령관과 스키비우크 부참모장을 각각 임명했다"며 "시르스키-그나토프 군 최고지휘부의 교체를 주장한 페도로프 전 장관의 전날(20일) 요구가 골판지 시위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현실화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군·정치권 소식통들은 스트라나.ua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르스키 총사령관 해임에 동의한 것은 시위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자금 지원국인 유럽이 전쟁 중에 불거진 군 내부 알력에 우려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개혁(진보) 세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에 밀려 군 지휘부 교체에 응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총사령관 해임 불가 결정을 번복한 이유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신호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골판지 시위대'가 처음 나타난 지난해 7월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반부패기관(NABU·반부패청과 SAPO·특수반부패검찰청)의 권한 축소,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직할 부서로 만들려는 시도를 곧바로 철회했다. 유럽연합(EU)이 국가반부패기관의 독립성 훼손을 대놓고 비판한 게 컸다.
이번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동맹국들의 압력에 밀려 군 지휘부의 교체 인사에 응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하지만, 대통령의 이같은 번복이 거듭되면 유럽 동맹국들이 결정하는 시기에 퇴임해야 하는 '대통령' 정도로 급이 떨어질 것으로 현지 정치·군사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물러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절대 아니다. 국내외 압력 세력에 대한 그의 정치적 게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는 여전히 국가보안국(SBU), 검찰, 정부, 중앙은행, 그리고 지역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고 최고 라다(의회)도 집권 여당 '인민의 종' 대표이자 친(親)젤렌스키 계열의 아라하미야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적인 무력 충돌(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교체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 물러난 시르스키는 2024년 2월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현재 주영 대사)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당시 총사령관의 교체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높은 대(對)국민 지지율과 정치적 야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잘루즈니 본인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2년 5개월여가 지난 현재 기준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리 싹을 잘랐다고 보는 게 맞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에도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버렸지만, 친(親)페도로프 성향의 후임 총사령관 드라파티에게 실질적인 군 통제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으로 스트라나.ua는 짚었다. 흐마라 장관 대행을 통해 국방부를 장악하고, 총참모부 및 주요 군 지휘관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드라파티 총사령관을 견제할 계획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최근의 군 비상사태를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요 군 지휘관들을 모아 소통하면서 군사작전을 직접 논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부 내 분위기가 신임 총사령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령관급 지휘관들은 젊은(43세) 신임 총사령관을 경원시한다는 소문도 있다. 일부 친(親)시르스키 지휘관들은 적대적이라고 한다. 드라파티 신임 총사령관이 앞으로 군 인사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경우,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면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군부 내 암투가 '제2의 페도로프 난(亂)'으로 터져나올 가능성도 우려된다. 드라파티 총사령관은 페도로프 전 장관의 해임 발표후, 가장 먼저 장관 인사에 반발한 군 지휘관이다. 스트라나.ua는 "드라파티 총사령관은 지난 몇년 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는 올해 초 젤렌스키 대통령이 말류크 국가보안국(SBU) 국장을 해임하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페도로프 장관의 해임후 그가 페도로프 지지를 표명한 첫 번째 주요 군지휘관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방부가 그의 군사 작전 계획에 반대하고, 주요 지휘관들이 동조할 경우, 곧바로 항명(제2의 페도로프 난)하고 나설 경우의 수를 무시할 수 없다.
첫 충돌은 시르스키 전 총사령관이 직접 편성한 '특수 공격부대'(닥치고 공격하는데 동원되는 부대, 통칭 시르스키 연대/편집자)에서 불거질 지도 모른다. '시르스키 연대' 중 하나인 '스칼라 연대'에서는 최근 지휘관들의 가혹 행위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가혹 행위가 스칼라 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가혹 행위를 사실상 묵인한(?)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퇴임하면, 각 부대의 피해 병사들이 인터넷 폭로에 나설 수도 있고, 일부는 사법당국에 직접 고발할 수도 있다. 반(反)시르스키 세력에게는 좋은 먹이감이다.

드라파티 신임 총사령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첫 공식 성명에서 전임 사령관의 작전을 이어받아 전선에서의 공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공격 작전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했다.
문제는 무리한 공격이 무의미한 병력 손실만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닥공'(닥치고 공격) 작전은 병력 손실만 늘려 결과적으로는 군의 예비 전력마저 고갈시키고, 전선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현장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드라파티 총사령관이 곧바로 공세 작전을 중단하거나 제한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시르스키 전 총사령관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로 진격할 태세를 갖춰두었는데, 드라파티 당신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이임 연설에서 "후임자에게 '공격 태세를 갖춘 군대를 넘겨주겠다고 발표한 데서도 그같은 의도를 엿볼 수있다. 또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이 "드라파티 사령관이 새 직책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드라파티 총사령관을 견제하기 위해 페도로프 전 장관의 복직을 계속 거부할 게 분명하다. 페도로프 전 장관은 대통령이 제안한 '최고 기술 조정관(부총리급)' 혹은 '국가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장관급)' 자리를 거절하고 국방장관으로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국방장관에서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옮겨간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의 사례를 보더라도 페도로프 장관의 요구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가 쇼이구 전 장관과 다른 점은 역시 정치적 야심이다. '골판지 시위대'의 지지와 유럽 동맹국들과의 연계를 배경으로 정치적 지분을 늘려가야 하는 페도로프 전 장관으로서는 6개월 만에 장관을 그만두는 인사를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는 과거 미국 민주당, 현재는 유럽동맹국들의 주요 후원 기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1년 전 국가반부패기관의 독립성을 내세워 젤렌스키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바로 그 세력이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페도로프 전장관의 유임을 촉구하는 청원이 지난 16일 최고라다(의회)에 접수됐다. 청원서는 "페도로프 국방장관의 사임에 동의(장관의 임면권은 의회에 있다/편집자)하지 말고, 대통령에게 페도로프 장관의 유임을 권고해 국방 분야의 안정및 개혁을 지속하고, 현 상황을 통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되어 있다. 의회에서 이 청원이 심의되려면 2만 5천 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21일 현재 서명자는 1만6,300명이다. 이 청원은 오는 10월 16일까지 서명을 받을 수 있다.
페도로프 지지 세력의 약점은 1년 전과 달리 일부 일부 정치권의 반대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에 버금가는 대선 잠재 후보 부다노프 대통령 실장(전 군정보총국·GUR 국장)과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패한 포로셴코 전대통령은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을 밀고 있다.
드라파티 총사령관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2년 전인 2014년 5월 9일 그가 지휘하는 보병 전투 차량들이 마리우폴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들(당시 일부 서방 언론은 '친러시아 반군'으로 불렀다/편집자)의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부터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텔레그램 채널들이 이 영상을 다시 내보내며 드라파티 총사령관을 조명하고 있다. 당시 그는 제72 독립기계화여단의 한 대대를 맡고 있었다.

스트라나.ua는 "텔레그램 채널들이 영상 속 마리우폴 전투가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전투는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마리우폴)를 포기하면서 끝났고, 도시는 2014년 6월 중순까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우크라이나 전쟁 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으로 독립/편집자)의 통제 하에 있었다"고 알렸다. 드라파티와 그의 대대는 그해 여름 러시아 접경 지역인 이즈바린스키 분지에서 적에 포위되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고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육군 남부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및 남부작전집단사령관으로 참전했으며, 그해 가을 '헤르손 해방 작전'을 지휘했다. 2024년 5월 러시아군이 하르코프(하르키우)주(州)에서 공격을 시도하자, 저지한 뒤 그해 11월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에 발탁됐다. 그러나 지상군 사령관의 통제하에 있던 군 훈련소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훈련병들의 사망자들이 늘어나자 책임을 지고 2025년 6월 사임했다. 시중에서는 이때부터 시르스키 총사령관과의 대립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한 뒤 우크라이나 합동군 사령관으로 기사회생했고, 그해 10월에는 하르코프주(州) 방어를 담당하는 사령관을 겸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과의 갈등설은 끊이지 않았는데, 드라파티 장군이 반(反)시르스키 세력의 수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페도로프 전 장관은 해임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드라파티 장군이 시르스키 총사령관으로부터 세 차례나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드라파티와 함께 군 총참모장으로 발탁된 이고르 스키비우크 장군은,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2024년 8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州) 기습 작전의 실패 책임을 물었던 지휘관으로 전해졌다.
1982년 11월 21일 흐멜니츠키주(州)에서 태어난 드라파티 총사령관은 쉬꼴라(소련의 초중등학제)를 거쳐 하르코프 전차병학교에 입학했으며, 졸업후 제72 독립기계화여단 소속 소대장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은 22일 드라파티 총사령관은 첫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의 슬로건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말미에 '민족에게 영광을, 적에게 죽음을!'이라고 썼다.

미콜라 아자로프 전 우크라이나 총리는 텔레그램에서 드라파티 총사령관을 100% 반데르주의자(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반데르를 추총하는 세력. 러시아는 이들을 '나치즘 추종자'로 본다/편집자)라고 부르며, "그가 2014년 '마리우폴 봉기'(보병전투차량으로 바리케이트를 돌파한 마리우폴 전투)를 테러리스트 수법으로 잔혹하게 진압한 것으로 악명 높다"고 비판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