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스라엘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여객기가 피랍 신호를 발신하고 급히 사우디아라비아로 기수를 돌렸다. 알고 보니 원인은 기장과 부기장 간의 칼부림이었다. 항공사 측도 나중에 이를 공식 확인했다.

애석하게도 이 사건은 4년 7개월째 전쟁을 치르면서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로 변한 러-우크라 관계를 국내외 언론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준 바로미터(판단 기준)가 됐다.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30일 '왜 전 세계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플라이두바이 기내에서 싸웠다고 믿었을까?'(Почему мир поверил в драку русского и украинца в кабине самолёта Flydubai)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고기가 사우디아라비아 타북에 비상 착륙한 지 30분 후, 전 세계는 '러시아인 기장과 우크라이나인 부기장이 조종실에서 격투를 벌였고, 우크라이나인 부기장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믿었다"면서 사건 진행 과정을 세세히 알렸다.
'러시아 기장-우크라이나 부기장'설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이스라엘 TV 채널 12였다. 이 채널은 그러나 조종사들의 이름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러시아 출신"과 "우크라이나 출신"이라고만 전했다. 이후 독립 언론(반·反러시아 성향의) 차플리엔코와 rbc-우크라이나 등 우크라이나 매체가 이를 받아썼고, 독일 일간 빌트지까지 인용했다. 플라이두바이 항공사는 누구에게도 어떤 것도 확인해 주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소식통이라는 것만으로도 언론 매체들에게는 충분했다.
반전은 1시간 30분 후에 일어났다. 이스라엘의 Ynet과 채널 14가 항공기는 러-우크라 출신이 아니라 오만 출신과 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조종사들이 운항하고 있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더욱 놀랄 반전은, 사건 발생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고도 3만4천 피트에서 약 1만7천 피트로 추락한 보잉 737 맥스를 살려 사우디아라비아에 안전하게 착륙시킨 사람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전 세계가 왜 러-우크라 조종사들 간의 칼부림을 곧바로 믿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에 똑같은 메시지를 퍼뜨려온 우크라이나의 프로파간다(선전전)에 원인을 돌렸다. 모든 전투, 모든 화재, 모든 비행기 추락은 러-우크라 전쟁의 연장선에 있거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이라는 것. 우크라이나 언론 매체과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뉴스를 가장 먼저 '팩트'(사실)로 받아들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텔아비브에서 베를린까지 수많은 언론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같은 프로파간다에 중독돼 있다고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질타했다.
이번 플라이두바이 사건도 러-우크라 출신이라는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이미 양국 간의 미니 전쟁으로 변한 느낌이다. 누가 칼을 들었고, 누가 끔찍한 사고를 막으러 했는지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러-우크라 간의 원수지간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진상은 대체 무엇일까?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리는 "조종사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칼로 찌르고 미국의 9·11 테러를 재현하려고 했다"고 정리했다. 최소한 170여명의 이스라엘인이 탑승한 항공기를 추락시키려했다는 것이다.
오만 출신의 부기장이 인도 출신의 기장을 여러 차례 공격했고, 그 와중에 비행기는 급격히 추락했으며,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조종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상황을 제압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비행기에는 러-우크라 출신 조종사들이 타고 있었고, 이스라엘 한 언론에 따르면 사복 차림의 특수부대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비상 착륙한 여객기 기내에서 옷에 피가 묻은 채 대기 중인 승객과 얼굴에 피가 묻은 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리는 영상, 비상 착륙에 성공한 뒤 박수를 치는 승객들의 영상 등이 올라왔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조종석에서 고함과 비명이 들렸고, 조종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 피가 낭자한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30일 이스라엘 신문 이스라엘 하욤(Israel Hayom)을 인용, "승객으로 탑승했던 러-우크라 출신 두 조종사가 조종권을 장악해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켰다"고 전했다.
기장과 부기장 간의 몸싸움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부상했고, 비상 착륙후 병원에 입원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타북 공항 당국은 말했다.
스트라나.ua는 "플라이두바이의 모든 승무원은 철저한 신원 조사를 거친다"며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가 없는 오만 출신 조종사가 어떻게 입사했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이중 국적자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문제의 플라이두바이 여객기가 이날 오전 피랍 신호를 송출하자, 도착지인 이스라엘 영공이 즉각 폐쇄되고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하는 등 큰 소동이 빚어졌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