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Jan 2026

러시아 부상병이 북한서 치료받고 있다고?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의 RG 인터뷰 요약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친 러시아군 병사 수백명이 북한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10일 말했다.

러시아 국영 로시스카야 가제타(RGru)는 이날 마체고라 대사와의 긴 인터뷰 기사를 서울발(發)로 실었는데, 러시아군 부상병들의 치료에 관한 발언이 포함됐다. 그는 또 전사한 러시아 군인의 자녀들이 지난해 북한의 어린이 휴양소에서 무료로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사진출처:대사관 텔레그램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사진출처:대사관 텔레그램

 

다음은 마체고라 대사 인터뷰 요약이다.

질문(Q):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답(마체고라 대사):
양국은 지난해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고 그 수준에 도달했다. 소련 붕괴 이후 양국이 일군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조약에서 규정한 과제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양국이 노력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양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가족과 국가의 안정과 평화, 안보, 번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은 외부 침략이 있을 경우 서로를 돕기로 했다(조약 제4조). 양국은 현재 동맹관계에 있고, 모스크바와 평양은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하지 않겠지만, 자신이나 동맹국이 피해를 입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Q:최근 몇 달 동안 양국 간에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한 분야는? 

답: 양국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목적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양국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국 언어의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 북한에서는 러시아어 공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러시아어 교육을 위한 다양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러시아에서도 한국어 교육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모스크바와 카잔, 노보시비르스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수들이 파견된다. 므기모(MGIMO)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3개월) 여름 인턴십도 김일성 대학에서 재개됐다. 오는 9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세 명의 학생이 평양으로 올 것이다.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른 협력 분야로는 의학, 농업, 교육, 관광을 꼽고 싶다. 정기 항공 및 철도 서비스가 재개됐다. 작년에는 60만 톤이 넘는 러시아 석탄을 라진 항구를 통해 중국 방향으로 운송했다. 많은 러시아 제품과 소비재가 북한 소비 시장에 등장했다.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Q:북한 주민들은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답: 북한인들은 러시아인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친절하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주민들은 환하게 맞아주고 러시아어로 대화하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한다.

형제애와 같은 이런 태도는 수백 명의 특수 군사작전 부상병을 북한의 병원과 휴양소에서 재활하도록 배려한 데서 좋은 예를 찾을 수 있다. 지난 여름에는 동해안에 있는 가장 좋은 어린이 휴양지인 선도원(Сондовон)이 전장에서 아버지를 잃은 어린이들을 데려와 치료하고 보살폈다. 모든 게 공짜였다. 우리가 북한 측에 최소한 비용의 일부라도 지불하겠다고 하자, 그들은 진짜 기분이 상해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Q:코로라19 팬데믹 이후 러시아 대사관 인원이 확충됐나? 

답:코로나 이전 인력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조만간 충원될 것이다. 대사관 업무가 상당히 늘어났다. 작년 한 해만 해도 80여 대표단이 오갔다. 

Q:북한에서 생활은 어떤가?

답:평양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은 모스크바와 같은 교통 체증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곳에도 확실히 자동차가 많이 늘었지만, 교통 체증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여기서는 25~30분이면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한다.

이 곳 사람들은 퇴근 후나 주말(공휴일)에 대동강변이나 모란봉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우리 대사관 작원들은 새해 연휴에 마식령 스키 리조트로 갔다. 그 전에는 평양에서 약 100km 떨어진 묘향산으로 여행하기도 했다. 

평양에는 이국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문을 연 '화성거리 맥주집'(Хвасон-кори Мэкчучиб)을 좋아한다. 내부 인테리어와 웨이터의 복장, 음식 등 모든 것이 독일 스타일이다. 여러 종류의 바이에른 소시지, 절인 양배추, 베이글, 구운 돼지 뒷다리도 판다. 정통 바이에른 메뉴다. 대동강 맥주도 독일 맥주와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사진출처:대사관 텔레그램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사진출처:대사관 텔레그램

Q:양국간 문화, 교육, 스포츠 분야의 협력은?

답:북한 젊은이들이 러시아 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일성 대학과 김책 공업대학 등 북한의 주요 대학 총장들이 최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들은 모스크바국립대학을 비롯해, 카잔, 노보시비르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대학들과 교사 및 학생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작년 말에는 M.V. 데그챠례프(Дегтярев) 러시아체육부 장관이 여기에 와 2025년 양국간 스포츠 교류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했다. 축구와 하키, 배구 등 여러 종목에서 친선 경기가 예정돼 있고, 러시아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프로 및 아마추어 육상 선수들도 오랜 공백 끝에 재개되는 4월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국립 쿠반 코사크 앙상블 '크리니차'(Криница) 등 러시아 예술 단체들도 평양 순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관광객들도 북한을 찾을 것이다.

Q:북한의 주요 관광지를 꼽는다면?

답: 산세가 아름다운 게 북한의 자랑인데, 그중에서 5곳만 꼽겠다. 우선 금강산이 있고, 두 번째가 묘향산이다.단풍철에는 구월산이 좋고, 8~9월에는 칠보산을 권한다. 겨울에는 마식령과 백두산 기슭의 삼지연(三池淵)이 좋다. 

Q: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1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이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2기의 북미 접촉 가능성은?

답:평양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다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다. 한반도 상황에서 어떤 경우든 대화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긴장이 왜 발생했는지 잊지 않는 일이다. 분명히 핵문제에 관한 워싱턴과 서울 측의 대응 잘못으로 발생했다. 또 과거 트럼프-김정은 협상의 실패한 경험도 고려해야 한다. 당시 북한 지도자는 상대에게 매우 광범위하고 일방적이며 진심 어린 조치를 취했지만, 사실상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했다. 북한은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한국전쟁(1950~53년) 중 사망한 미군 병사들의 유해를 선의의 표시로 반환했으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단(모라토리엄, 유예)을 선언한 뒤 수년간 이를 엄격히 준수했다. 핵실험 모라토리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은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큰 양보'라는 식의 특유의 오만함으로 북한을 대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은 2018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달라졌다. 미국이 스스로 설정한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현실성을 잃었다. 타겟팅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Q:현재의 남북한 관계는?

답:북한은 2023년 12월 제8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한국과의 통일 정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권은 한반도 전체에 미친다고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 정권이 들어서면서 평양에 대한 적대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식의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신을 파괴하고 흡수하고 싶어하는 나라와 어떤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겠는가? 

북한의 체제와 지도부를 비판하는 전단이 북한에 쏟아졌고, 이제는 인권 단체와 한국 군인이 조종하는 무인기(우리 대사관 위로도 하나가 지나갔다)도 볼 수 있다.

서울이 헌법을 적절히 개정하고, 워싱턴을 신경쓰지 않고 독립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해 볼 뿐이다. 워싱턴은 북한을 세계 지도에서 지워버리려고 하고, 북한은 미국의 규칙이 아닌 자신의 규칙에 따라 삶을 꾸려가고 싶어한다.

Q: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일을 해봤는데, 만약 한국을 열흘간 여행한다면, 스케줄을 어떻게 짜겠느냐?

답: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년간 부산총영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살고 일해온 북한(그중 10년간은 대사로 일했다)은 이미 나의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10일간 한국을 방문한다면, 둘로 나누어 절반은 남부지방 여행에 쓰고 싶다. 당연히 부산과 제주도도 꼭 가봐야 한다. 북한에는 아직 내가 가보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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