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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화약고가 또 터졌다. '13일의 금요일' 새벽(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 공방전은 해묵은 '핵 위협'이 폭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을 지켜보던 이스라엘이 차기 회의(6월 15일)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란의 핵시설 파괴및 핵심 군지도부 제거에 나선 것이다.
2023년 10월 친(親)이란 성향의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세력의 급습으로 수백명의 인질과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은 거꾸로 이란을 13일 기습 공격했다. 이란의 핵 시설 파괴가 자국 안보에 결정적이라고 본 까닭이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러시아 핵 전력의 파괴에 도입한 '거미물 작전'과 유사한 '트로이 목마' 수법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폭용 드론을 적재한 트럭들을 미리 이란의 주요 군사기지, 방공 시스템 부근에 배치한 뒤 공습 시작과 함께 드론들을 띄워 선제적으로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 이스라엘 재공습, 이란의 재반격으로 이어진 공방전이 본격적인 지상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틀째 계속된 양국의 공습, 폭격,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상당하다. 하지만 일단 불 붙은 '적대 행위'가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중동의 불길을 우크라이나가 겁내는 이유
푸틴 대통령이 13일 급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돌리고, 뉴욕에서는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지만, 격분한 서로의 감정을 삭히기 위한 공방전은 당분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미국이 주변에 배치된 해상및 공중 자산(군사력)을 동원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마스 무장세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급습한 2023년 가을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곳은 우크라이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핵심 지원국들의 관심과 지원이 중동 지역으로 분산되고,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쏠린 사이, 러시아군이 키예프(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드론 공습을 더욱 강화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이스라엘 공습이) 세계와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Последствия для мира и Украины)이라는 코너에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키예프에게는 매우 불리하다"며 "서방의 관심과 지원(무기 포함)이 분산되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강화되지만 유럽의 경제는 약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최대한 거리를 두고, 중동 문제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14일 기자 브리핑에서 이를 인정했다.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큰 수익을 거두면서 강해지고,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원조 증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는데, 절대로 줄어들지 않기를 바란다."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는?
물론,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분쟁의 지속 기간및 그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 조건에 응하거나 이스라엘의 바람대로 아야톨라 이란 정권이 내부 혼란으로 전복되는 경우다.
최악,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확률은 상당히 낮지만, 자칫하면 러시아가 이란의 대처 방식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 위협을 가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매파(강경파)는 이스라엘의 대응 방식에 따라 서방 측에 더욱 가혹한 대(對)러 강경 수단을 도입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관건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가진 대(對)미국 카드다. 이스라엘-이란 정상과 급히 통화한 사실에서 보듯, 푸틴 대통령이 쥔 카드는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에 반대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화의 절반 이상을 이란 핵문제에 할애했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또다른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사태 전개가 아니다.
터커 칼슨 전 미 '폭스 뉴스' 앵커는 14일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도왔다"며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 리퍼블릭'(New Republic)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공격을 도왔고, 이로 인해 미국이 깊숙히 발을 담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트라나.ua는 미국이 중동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부정적인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적자 폭이 더 늘어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온 외교 전략이 차질을 빚으며 △중동의 미군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민자 추방으로 인한 미국내 갈등이 전쟁으로 그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향후 선택
이스라엘 공습 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우크라이나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푸틴 대통령이 오늘 아침 생일(79세) 축하 전화를 해왔다"며 "더 중요한 건, 그가 아주 잘 아는 이란에 대해 오랫동안 협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훨씬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그건 다음 주에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사태가 최우선 관심사이고, 그 문제를 푸틴 대통령과 논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한) '다음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푸틴-트럼프 대통령 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러시아는 6월 22일 이후 '합의된 대로'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주목하고 조속한 적대 행위 종식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표명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러-우크라 포로 교환은 20일~21일 종료된다"며 "이후 러시아와 협상에 추가로(3차 협상)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협상에 관한 비슷한 날짜가 러-우크라 양측에서 동시에 나온 것이다.
스트라나.ua는 "우샤코프 보좌관이 22일이라는 날짜가 이전에 '합의된 대로'라고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그의 발언 맥락으로 볼 때, 트럼프-푸틴 대통령 사이에서는 이전에 (뭔가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하는 서방의 주요 회담 일정을 보면 그럴싸하게 들린다.
우선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G7 정상회의는 오는 17일 끝난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4일 미국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와의 무역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대(對)우크라 군사 지원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U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봉착할 게 분명하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란 충돌을 배경으로 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대(對)우크라 전략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이후 24일에는 나토(NATO) 정상회담이 시작된다. 참석 여부가 모호했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초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은 피할 수 없고, 신경전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G7 정상회의가 끝나고 나토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 즉 22일 쯤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유럽 주요 국가들의 입장을 감안해 미리 '전쟁과 평화'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러시아의 종전(휴전) 요구 조건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질 수도 있다. 스트라나.ua는 나토가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어떤 식으로든 거부한다면, 전쟁 종식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활을 걸고 미국과 G7, 나토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분위기의 반전을 막아서야 할 입장이다.
◇'독불 장군' 이스라엘 변수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입장을 고려할 처지가 이미 아니다. 이란의 반격이 시작된 만큼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야 하고, 미국을 이번 분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중동 분쟁이 G7과 나토 정상회의의 최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거의 확실시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록 두 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서방 측의 지원을 놓고 네타야휴 총리와 경쟁해야 할 입장에 몰렸다. 자칫하면 이스라엘에 의해 의제를 선점당해 겉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더 진력할 가능성이 높다. G7도, 나토도 마찬가지다.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4일 폭스 뉴스에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의 방공 시스템을 키예프가 통제하는 지역(우크라이나)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드론 방어 시스템을 이전했느냐'는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했다"며 "미국은 전세계에서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전 미 행정부가 '샤헤드 드론'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주기로 약속한 요격 미사일 2만발을 중동으로 이전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더 절망작인 시나리오는 중동 사태가 질질 끌면서 장기 소모전으로 가는 상황이다. 설사 이스라엘이 미국을 참전시키더라도, 지난 2003년 이라크 점령 작전을 재현할 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공습과 폭격 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예멘의 후티 반군조차 미국과 이스라엘이 완전히 무력화하지는 못했다. 이란이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받아 방공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스라엘의 도박은 성공할까?
이번 공습으로 아야톨라 이란 정권을 전복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은 현실적일까? 주요 인사들을 제거해 이란의 지도부를 약화시키고, 국가 방어망을 파괴해 국민의 대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주요 인프라 공격을 통해 일상 생활을 불안하게 만들고, 이란 내부의 반대 세력을 부추겨 시위에 나서게 만들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우선 순위를 젤렌스키 정권의 전복에 두었지만, 오히려 정권을 강화하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란은 이번 공습으로 이란 군 고위 간부들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사망자 중에는 혁명수비대(IRGC) 호세인 살라미 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군 참모총장, 골람 알리 라시드 부사령관이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총 20명의 고위 군지휘관이 사망했다. 또 최소 6명의 이란 핵 과학자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저명한 물리학자와 프로그램 관리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대해 "엄중하고 고통스러운 보복"을 약속했고, 주민들은 테헤란 거리에 모여 이스라엘에 대한 반격을 요구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스라엘의 중동 이웃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러시아는 비판을, 중국은 긴장 완화를, 유럽은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 사회의 여론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앞날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