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편향된 저널리즘이 만든 '승리 환상', 우크라전도 중동전도 그 함정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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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16일 새벽 이스라엘의 하이파 발전소와 정유공장 등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했다. 일부 전력망이 파손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CNN 방송은 이날 "텔아비브가 밤새 이란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며 "날이 밝자, 텔아비브의 거리는 공포와 혼란, 불안으로 가득 찼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란의 탄도 미사일에 피격된 공습 현장에서는 이스라엘 구조대원들과 군인들이 거리에 널려 있는 잔해를 치우고 있다고도 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일부 지역이 폐허가 되다시피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캡처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일부 지역이 폐허가 되다시피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캡처

 

이같은 장면들은 불과 나흘 전인 13일 밤,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기습 공격으로 이란의 피해 상황이 대대적으로 전해질 때만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전개다. 서방 외신들은 당시 파괴된 이란 핵관련 시설과 군사 기지, 미사일 발사대 등에 관한 영상을 내보내며 이란 핵 전문가와 군 고위 지휘관 수십명을 제거했다고 이스라엘 측 발표를 집중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드론을 미리 투입하는 '트로이 목마' 작전으로 이란의 방공망을 사전에 무력화했다는 '이스라엘판 거미줄 작전'에도 흥분했다.

하지만 이틀후(15일),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방공망 교란으로 이스라엘에서 방공 미사일이 부메랑처럼 지상으로 떨어지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시스템 '아이언돔'이 뚫렸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테헤란 시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촉구하자, 이란은 15일 밤 보복 공격을 예고하면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핵 및 에너지 시설과 방사선 연구 센터, 방사성 물질이 있는 '위험 지역'으로 가지 말라는 요청으로 맞섰다. 나아가 이란 최정예부대로 꼽히는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는 언론 발표를 통해 "주요한 목표물을 겨냥한 집중적인 공격은 이스라엘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영토가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터이니, 일찌감치 이스라엘을 떠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살벌한 협박이 오가는 건, 전쟁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프로파간다전(선전전)이 치열하다는 반증이다. 완전히 믿을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도록 인간의 공포 심리를 파고 드는 게 프로파간다의 특징이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후 2년 6개월간의 언론 보도를 분석한 책 '우크라이나전 3년차,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지음, 2024년 10월 맑은 샘 발간)은 '2년만에 드러나는 진실들'이라는 챕터(229P)에서 전쟁 초기에 난무하는 프로파간다와 가짜 뉴스의 실체를 분야 별로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짚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이제 겨우 나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전쟁 저널리즘'의 학습 효과로 따지면, 서방 언론(국내 언론)이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와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란은 곧바로 항복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란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격은 예상보다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CNN 등 일부 미국 언론에서 '초기 판세를 잘못 짚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미 CNN 방송은 16일 퀸시 국가대응전략 연구소 부소장인 트리타 파르시를 인용,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부 지도부가 제거된 후 이란의 보복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파르시 부소장은 CNN에 "이스라엘은 이란 군 최고 지휘부 제거에 성공한 뒤 이란의 군 지휘체제를 흔들었다고 믿었지만, 곧 생각을 바꿔야 했다"며 "이란 미사일(러시아 언론은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은 이미 이스라엘의 3중, 4중 방공 시스템(아이언 돔)을 돌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텔아비브 거리의 공포, 혼란, 불안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 지휘체계 복원력을 과소평가했다는 CNN의 전문가 인용 기사/웹페이지 캡처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 지휘체계 복원력을 과소평가했다는 CNN의 전문가 인용 기사/웹페이지 캡처 

미 블룸버그 통신도 15일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이란 미사일의 파괴력에 충격을 받았으며, 적이 보유한 미사일 규모를 생각하면 그같은 공격이 몇 주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 전쟁의 끝을 알 수 없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유명한 극우주의자 요아브 리모르는 우익 신문인 '이스라엘 하욤' 기고에서 "이스라엘은 (초기의) 성공에 취해서도 안 되고, 장기전에 휘말려서도 안된다"며 "(빨리)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이튿날(14일) 초기 군사작전의 성공을 영상(사진)으로 이미지화한 환상이 얼마 가지 않아 깨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되돌아보면, 현대전은 생생한 영상으로 인간의 심리를 장악하는 정보전쟁으로, 초기 군사작전의 성공을 보여주는 영상(사진)에 취해 사람들은 일찌감치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는 것. 전쟁은 멋진 영상이나 인상적인 군사작전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병력과 무기, 기술력, 국민단합, 경제 잠재력의 통합적 결과로 결정된다는 '역사적 진리'를 잊어버리기 쉽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스트라나.ua가 든 예는 아주 현실적이고, 실증적이다.

우선, 러시아군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첫날(2022년 2월 24일) 상황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하는 영상과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향해 거침없는 진격하는 전차 행렬 등이 언론과 인터넷을 장악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 블로거들은 "이대로 가면 우크라이나군은 2~3일 안에 항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는 러시아군 탱크와 군사 장비들/텔레그램 캡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는 러시아군 탱크와 군사 장비들/텔레그램 캡처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러시아가 초기에 동원한 병력은 우크라이나 방위군과 거의 비슷한 규모에 불과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총동원령을 발령하고,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앞다퉈 자원 입대하자, 군사적 균형은 곧바로 뒤집혔다. 급기야 러시아군은 고심 끝에 그해 9월부터 북부 하르코프(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주에서 퇴각을 결정했다.

 
헤르손주 드네프르강을 건너는 안토노프스키 대교가 파괴되고(위), 다리 밑으로 철수하는 러시아군/캡처 
헤르손주 드네프르강을 건너는 안토노프스키 대교가 파괴되고(위), 다리 밑으로 철수하는 러시아군/캡처 

야밤에 안노노프스키 대교 밑으로 철군하는 러시아군의 초라한 모습 등을 담은 영상은 러시아가 곧 군사적 재앙(전쟁 패배)에 직면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얄타강 강변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게 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장담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모스크바는 그해 10월 부분 동원령으로 전선의 세력 균형을 맞추고, 군수 부문 투자에 적극 나서 전장의 주도권을 다시 장악했다.

이 흐름을 뒤집은 것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쿠르스크주) 기습 공격이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자국 영토가 적에게 점령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또 지난 1일 러시아 핵 전력(전폭기)에 대한 우크라이나보안국(SBU)의 '거미줄 작전'은 드론 전쟁의 미래를 보여준 최대 사건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전들은 전쟁 승리를 고대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안겨주는 '홍보 효과'로 따지면 120%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판세를 따져 냉정한 시각을 견지했다. 영상으로 보는 순간의 승리감에 불과할 뿐, 군사작전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를 내놨다. 학습 효과도 있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쿠르스크주 점령 작전은 오히려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많은 전선에서 러시아 군사력의 비교 우위를 초래해 영토를 더 빼앗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쿠르스크 점령 영토도 끝까지 수호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격으로 포로가 된 러시아군(위)와 부서진 장비들/캡처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격으로 포로가 된 러시아군(위)와 부서진 장비들/캡처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맞출 수는 없다. 다만, '러시아의 무차별 보복 공습을 초래했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휴전 분위기 조성이나, 서방의 군사 지원, 전황 개선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타오르기 시작한 중동 전쟁도 다를 바 없었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세력의 유혈 공격은 전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작전 그 자체로는 성공적이었고, 수많은 영상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하마스가 활동해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거의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이스라엘군은 13일 이란의 심장부를 겨냥해 인상적인 군사작전을 성공시켰다.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주요 군지휘관들을 제거하고, 핵 시설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마저 '작전 성공'을 칭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은 곧바로 전열을 재정비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나흘째인 16일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앞서 본 그대로다.

이란의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이스라엘 일부 지역 모습/TV 영상 캡처
이란의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이스라엘 일부 지역 모습/TV 영상 캡처
 
이스라엘의 이란 국영 방송국 공습에 생방송 중인 여성 앵커가 놀란 모습을 짓더니(위) 곧바로 스튜디오에서 대피하고 있다/영상 캡처
이스라엘의 이란 국영 방송국 공습에 생방송 중인 여성 앵커가 놀란 모습을 짓더니(위) 곧바로 스튜디오에서 대피하고 있다/영상 캡처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 더욱 강력한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16일 생방송 중인 이란 국영 방송국을 때렸다. 여성 앵커가 스튜디오에서 급히 대피하는 생생한 영상이 올라왔다. 홍보 효과로는 또 만점이다.

앞으로는 발전소와 정유 시설 등 에너지, 사회 인프라를 파괴하는 공습과 피해 상황이 영상으로 그때그때 공개될 것이다. 누가 더 유리하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힘들다.

관건은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다. 누가 더 많은 미사일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보충할 능력이 있는지다. 또 동맹국의 지원이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공중급유기 수십대를 유럽 쪽으로 보냈다고 밀리터리 워치 매거진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추진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미사일과 방공 시스템을 보내 현대 공중전에서 자국 무기를 시험해볼 수 있다. 중국이 이스라엘에서 운용 중인 미 F-35 전투기와의 교전을 통해 자국 전투기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이란에 전투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인들에게 '정권 전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란의 보수적인 제정일치(祭政一致, 신정) 정권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이에 호응해 반정부 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를 대입하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젤렌스키 정권의 전복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의 대국민 장악력은 더 견고해졌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피해를 입은 이란인들이 아야툴라 권위에 도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공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스라엘 사회는 현재 분열되어 있고, 반(反)네타냐후 정서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하는 쪽이다. '승리의 환상 함정'에 빠져,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이 감당해야 할 타격도 클 것이라는 경고가 트럼프 지지세력에서도 나오고 있다. 터커 칼슨 전 미 폭스 뉴스 앵커가 대표적이다. 

전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려면 전력의 차가 최소 3대 1은 넘어야 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타협적인 조건으로 전쟁을 조기에 중단(휴전)하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유리하고, 핵전쟁의 위협도 제거하는 길이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냉정한 전력 분석과 논리, 잠재력 평가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승리가 임박했다'는 인상을 주는 생생한 이미지가 만들어낸 감정에 좌우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대부분 절망적인 환상으로 이어진다. 언론이 '승리 환상'의 이미지화에 앞장서는 저널리즘을 추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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