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에 대한 승리 선언들 - 전쟁 저널리즘의 눈으로 다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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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어 놓을 것만 같은 태풍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무너지고 부서진 땅 위의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쟁도 마찬가지. 당사자들의 주장이 팩트(사실)였는지, 프로파간다(선동, 여론 조작)이었는지, 또 언론 보도는 팩트에 근거한 것이었는지, 전문가들의 평가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넘어 전과나 실제 피해를 검증(팩트 체크)할 때가 됐다. '전쟁 저널리즘'은 이 과정을 거쳐 더욱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3년을 훌쩍 넘어선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달 뒤 숨막히는 공방전의 실체가 드러나곤 했다. 그 과정을 지난해 10월 발간된 '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지음, 맑은 샘)이 세밀하게 짚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이란 핵과학자들 주거 지역/텔레그램 캡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이란 핵과학자들 주거 지역/텔레그램 캡처

 

같은 방식으로 '12일간의 전쟁'을 되짚어보자.
이스라엘의 초기 기습작전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다만 전과 발표에서 '옥의 티'는 있었다.  

◇이스라엘 제거 발포 이란 고위인사, 살아 있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 ua에 따르면 이번 전쟁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28일 이란에서 열렸다. 이란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 최고 사령관 호세인 살라미와 IRGC 공군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장군 등의 시신이 담긴 관이 테헤란 시내 행사장으로 운송됐다. 정부 관료, 군 고위인사, 성직자, 민간인들이 장례식에 참석해 "이스라엘에게 죽음을", "미국에게 죽음을" 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이 공습 초기 제거했다고 주장한 이란의 고위 인사 두 명도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수석 고문인 알리 샴카니와 IRGC 쿠드스군의 사령관인 에스마일 카니다. 

에스마일 카니는 지난 24일 테헤란에서 열린 승리 기념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고 튀르키예(터키)의 뉴스 채널 'TRHaber'가 보도했다. 쿠드스군은 IRGC가 해외 특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한 특수 부대로, 카니는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폭사한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뒤를 이은 인물이다.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아스마일 카니/사진출처:엑스@Marioam79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아스마일 카니/사진출처:엑스@Marioam79
밴스 부통령과 함께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밴스 부통령과 함께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공습 당시에도 일부 외신은 카니 사령관을 이스라엘의 이란 고위 인사 제거 목록에서 제외하기도 있다. 이처럼 사실 여부가 엇갈리는 가운데, 그는 24일에 이어, 28일 공식 석상에 잇따라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완전 파괴 vs 부분 파괴

대중의 관심을 한껏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을 놓고 벌어진 미 정부 당국과 주요 언론 간의 '진실 싸움'이다. 이미 진흙탕 싸움으로 변했다.

미군 당국은 지난 21일 B-2 폭격기들이 이란의 핵심 핵시설이 있는 로드도에 벙커버스터 GBU-57 12발을, 나탄스에 2발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파한 핵시설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들이 날아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포르도와 나탄스, 이스파한 세 곳의 핵 시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obliterated)고 주장했지만, CNN, MSMBC 방송과 뉴욕 타임스(NYT)는 24일 국방부 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를 인용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쓰레기 같은 가짜 뉴스" "나타샤 버트런드 CNN 여기자는 가짜 뉴스 전문 기자" "그런 기자는 개처럼 쫓아내야 한다"는 등 대통령의 품위에 맞지 않는 험담을 서슴치 않았다. 이후 미 국방부는 보도의 근거가 된 정보 유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정보 보고서의 존재는 미 백악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인정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나토(NATO) 정상회의가 열린 헤이그에서 "내부적으로 전투 손실을 평가하기 위한 초기 정보"라며 "언론 보도는 상황을 왜곡해 대통령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캐롤라인 래빗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일급 기밀로 분류된 보고서가 하찮은 인사들에 의해 CNN에 유출됐다"며 "이 보고서의 유출은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우리 전투기 조종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이 이란 핵시설을 찾아가 완전 파괴된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헤이그에서 "이스라엘은 정보 요원들의 현장 목격담을 근거로 이란 핵시설을 완전 파괴했다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공습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핵폭탄 투하에 비유했다. 당연히 일본 측에서는 즉각 "부적절한 비유"라며 발끈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이란 핵시설 폭격 성과

언론을 상대로 한 미 당국의 싸움은 당장 그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들이 참전하면서 연방 정부 대(對) 언론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주요 핵 시설 일부가 파괴됐다고 발표한 존 래트클리프 미 CIA 국장의 25일 발언이 대표적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래트클리프 국장은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출처및 방법을 통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은 파괴되었으며, 재건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CIA가 계속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부터 추가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미 CNN이다. CNN은 미 중부사령부가 실시한 전투 피해 분석을 바탕으로 한 국방 정보국의 첫 평가 보고서를 인용,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고가 공습 전에 이미 비워졌고, 원심분리기 역시 대부분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핵시설이) 파괴됐다고 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CNN은 "평가 분석이 진행 중이며 평가가 변경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란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을 뒤집었다는 미 NYT 기사/캡처
이란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을 뒤집었다는 미 NYT 기사/캡처

MS NBC 방송과 일간지 NYT가 여기에 가세했다.
NYT는 25일 "이란 폭격에 대한 정보 보고서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란이 공격받을 경우에 대비해 특별히 건설된 소규모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정보 관리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들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 대부분이 폭격 이전에 이미 옮겨졌으며, 폭격으로 일부만 파괴되었다는 결론내렸다고도 했다. CNN 방송이 처음 보도한 국방 정보국 보고서와 유사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란 핵 시설을 처음으로 폭격하고, 며칠 후 평화 협정을 체결한 인물로서 이름을 남기고 싶어했다"면서 "그러나 헤이그 도착 몇 시간 만에 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보 보고서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폭격이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몇 개월 정도 지연시켰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가짜뉴스 CNN과 실패하는 뉴욕타임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두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군사적 업적을 폄하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언론 공방은 결국 기준의 문제?

미 국방정보국이 발표한 임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핵시설 세 곳이 이번 폭격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파괴되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초 설정한 공습 목표를 달성했는지, 못미쳤는지 여부가, 또 그 목표가 현실적이었는지 여부가 최종 평가의 기준일텐데, 당국과 언론은 서로 엇갈린 기준점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듯하다. 

언론의 추정 보도가 나중에 확인되는 사례도 나왔다. 이스파한 핵시설에 대한 공습이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24일 위성 사진과 빈 주재 고위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군이 이스파한 폭격시 전문가들이 연구용 원자로가 있다고 믿는 곳은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1991년 중국에서 제작된 무기급 우라늄 900그램을 사용하는 소형 중성자 원자로 등 원자로 3개가 모두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해준 사람은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케인 합참의장은 26일 상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브리핑에서 "이스파한 폭격시 벙커버스터 폭탄을 쓰지 않았다"며 "시설(원자로/편집자)이 (땅속에) 너무 깊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격 직후에도 케인 합참의장은 미 잠수함이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이스파한 핵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란의 농축 핵물질 대부분이 이스파한과 포르도에 있었다(래트클리프 CIA 국장)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이번 폭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을 수십 년 뒤로 돌려놓았다"고 주장한다. 이란 관리들은 핵 시설이 피해를 입었지만 완전 파괴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공습 직후 이란의 반격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 기지와 미사일 발사대, 방공망 등을 파괴하고 군 주요 지휘부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은 곧바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시작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이스라엘이 더 불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지도부를 향해 서둘러 휴전을 독촉한 것도 이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란-미국이 서로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하는 것도 세심하게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사진출처:페이스북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사진출처:페이스북

특히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26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성명은 누가봐도 프로파간다의 일환이었다. 그는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이슬람 공화국(이란)의 공격으로 사실상 파괴됐다"며 "이란군이 적의 다층 방어선을 돌파했으며, 자체 미사일과 첨단 무기로 많은 도시와 군사 지역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다"고 자찬했다. 또 "미국 정권은 전쟁에 직접 참전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이 전쟁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했으며, 이슬람 공화국은 미국에게 엄청난 모욕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군사 및 핵 시설 피해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격 (성과)을 과장했다"고도 강조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과학자들이 목숨을 잃고, 제재를 받고, 전쟁이 닥쳐왔지만, 이란의 어느 누구도 이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의 핵시설 폭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격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흥분한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닌 쪽으로 좁혀져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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