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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러시아군의 공세가 거세다. 러시아군은 7일 합병 4개주(도네츠크 루간스크 헤르손 자포로제)의 경계선을 넘어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의 다치노예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의 마을을 장악한 것은 2022년 2월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개시한 이래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위치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는 우크라이나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광업·산업의 중심지다. 러시아가 이 곳에 진입한 것은 합병 4개주의 안전지대(완충지대)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상공으로 날려보내는 자폭 드론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6일 키이우 인디펜던트를 인용, 러시아가 지난 달(6월) 5,337대의 장거리 드론을 발사해 월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는 3월의 4,198대, 5월의 4,003대에 비하면 거의 1,500대(35%)나 늘어난 수치다.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도 8일 러시아군이 6월 한달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를 (전월 대비) 1.6배로 늘렸다고 인정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군 드론부대 사령관인 로버트 브로브디(아이디:마자르)는 4일 "하루 1,000개의 샤헤드 드론이 우크라이나로 날아오는 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게 방어용 무기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무기 비축량 부족을 이유로 방공미사일·정밀 무기 공급 중단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이다. 미 국방부도 이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어용 무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이 뿔이 단단히 나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냈다.
특히 경제 유력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8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방어미사일 시스템 1세트(발사기 2대, 레이더 1대, 지휘통제소 1대, 방공미사일 등으로 구성)를 보내기로 했다"며 "이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보다 주요 무기 시스템을 더 많이 지원하는 첫 사례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방공망은 7~8세트다. 미국이 3세트, 독일이 3세트, 유럽 컨소시엄이 1세트를 제공했다고 한다.
WSJ의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두고 봐야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직접 확인은 하지 않았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기부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에게 '모스크바 폭격 불사' 등과 같은 강력한 경고로 우크라이나 침공 야욕을 꺾어 놨다'고 말했다"며 녹취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우크라 무기 공급 중단 결정 번복?
지난 1주일 간 무기 제공을 둘러싼 미-러-우크라 3국의 움직임을 되짚어보면, 상대를 겨냥한 고난도 수싸움의 일면(一面)을 읽어낼 수도 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휴전 요구에 2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서방의 대(對)우크라 무기 제공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동원령 해제(동원 중단)다.
1주일 전 미국의 전격적인 대우크라 무기 선적 중단을 푸틴 대통령의 첫번째 휴전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한다면, 남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동원 중단 조치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각 지역의 징병및 군사 업무 사무소(이하 징병 사무소, 우리의 병무청 격)을 향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시작했는데, 두번째 조건의 수락을 우크라이나 측에 압박하는 군사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도 강제 동원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징병 사무소를 공격하거나, 러시아군의 징병 사무소 폭격을 지지하고, 일부에서는 징병 사무소의 좌표를 러시아 측에 제공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측은 징병 사무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임시 사무실을 열어 '예비 병력(예비군) 동원'에 나설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을 향해 하늘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무기 시스템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 러시아발(發) 휴전 구도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싸움의 흐름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 측의 선의(무기 공급 중단)에 러시아 측의 화답(和答)을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 푸틴 대통령이 특수 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군사 행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했다. "통화 내용에 실망했다"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등의 발언들을 쏟아냈고, 급기야 8일에는 각료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한테 온갖 헛소리(bullshit)을 하고 있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고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 조금은 놀라지 않겠느냐?"고 강경 대처의 여지를 시사했다.
◇ 러시아는 정중동(靜中動), 우크라는 호떡집에 불?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확인한 러시아도 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하칸 피단 튀르키예(터키) 외무장관과 전화를 통해 "이스탄불 3차 협상 준비가 끝났다"고 밝혔다. 피단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과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와의 '3차 협상' 카드로 대응한 느낌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스크바 폭격 불사' 발언(CNN 보도)에 대해 "발언의 진실 여부는 모른다"며 "그(트럼프)는 통상 발언의 수사가 너무 강경해 우리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고, 또 이를 신속히 진행하려고 하지만, 문제의 복잡성 때문에 즉각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는 트럼프 정부가 정치·외교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으로 믿고, 미국과 대화를 계속해 심하게 손상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의 이같은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격분 이전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더욱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정치권의 입장을 감안해 그같은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크렘린이 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상황과 기분에 따라 자주 왔다갔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모스크바는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서두르지는 않는 듯하다.
스트라나.ua는 8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에 중단된 무기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의 후속 성명에도 "미국의 글로벌 방위 평가 프레임(전 세계 무기 공급량 재평가)은 유지되고 '미국 우선 원칙'을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도 했다.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인상이 짙다.
미국의 정치전문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7일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가 이번 주(9일) 로마에서, 다음주 키예프(키이우)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만나 무기 공급 재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회담 후 무기 공급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기 공급 중단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메로프 장관과 함께 9일 켈로그 특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로마로 날아갔다. 그는 이날 회의 후 SNS를 통해 "켈로그 특사와 만나 무기 공급과 방공망 강화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며 "우리는 미국 무기의 구매, 공동 방위, 그리고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알렸다. 또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의했다"며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이 블루멘탈 의원과 함께 제출한 대러 제재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또 다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하기로 하고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10기를 즉각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기 전, 원래 제공 계획에 포함됐던 수량보다도 적다고 한다. 소위 체면치레용에 불과하다.
스트라나.ua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그 진의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이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은 내 전쟁이 아니다.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면 결국 나의 전쟁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의 무기 제공 재개 발언은, 엄밀히 말하면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승인됐던 무기 제공을 계속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군사 지원안을 단 한번도 승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목하면서 "관건은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승인된 무기들의 인도가 아니라, 그가 새로 무기를 추가로 제공할 것인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는 분명히 세 가지 선택이 놓여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과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의 전쟁 종식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역할을 포기하는 길이다.
모스크바는 분명히 마지막 두 가지 옵션에 베팅하고 있다. 전면 휴전에 서둘러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의 협상 거부 의사 표현(3일 전화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이라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발언이 점점 더 가혹해지고 △유럽 국가들이 계속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휴전 노력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여긴다. 러시아가 손쉽게 승리할(휴전 조건 달성) 경우, 자신들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8일 의회에서 예산 협의 도중 "우크라이나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수단은 고갈됐다"고 주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오래도록 싸워 양패구상(兩敗俱傷)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격이다.

미 상원의 대러 제재 법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는 것도 유럽에게는 희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하면서 의회의 제재 법안 도입및 승인을 매우 강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러시아의 광물,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 500% 관세를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전세계에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또 한번 점화될 수도 있을 만큼 폭발력은 커보인다.
하지만 이 법안의 도입및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러시아의 반정부 경제학자 드미트리 네크라소프 박사도 시행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는 편이다. "미국이 가까스로 봉합한 중국과 무역 전쟁을 또 벌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장 큰 이유로 봤다. 그만큼 미국이 받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중국은 인도와 함께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가로, 하루 약 1,250만 배럴을 수입한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 물량(하루 약 700만 배럴)의 절반 가량을 들여오는데, 미국이 이를 이유로 중국에 500% 관세를 부과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이 아예 러시아의 수출 물량을 전부 구매할 수도 있고, 러-중 간의 경제적 밀착은 더욱 공고해진다. 러-중 간의 협력 구도를 깨는 전략(디바이드 앤 룰, divide and rule)을 구상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관세 부과라는 파격적인 조치 외에도 미국에게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킬 다른 수단들이 있다.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선을 인하하는 게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배럴당 50달러로 내리자고 했다.
제재를 지속함으로써 기대되는 러시아 내부의 불안정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카드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끝내 승리할 수 있다고 내세우는 가장 큰 근거인데, 2023년 6월 한때 그 가능성이 엿보였다. 군사 기업 '바그너 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크렘린에 불만을 품고 6.24 군사반란을 일으켰을 때, 우크라이나(서방)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군사 반란은 실패했고, 프리고진은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기다. 전쟁의 장기화와 지속적인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 사회를 뒤흔들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패배 위기로 몰려 대국민 총동원령을 발령하지 않는 한, 그리 높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러시아에 압력을 높이는 길을 택한다면, 러시아의 모든 약점들을 겨냥할 것이다. 러시아는 당연히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은 필연적이다.
반작용은 자칫하면, 러시아와 미국, 나토(NATO) 간의 핵전쟁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원치 않는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발언 번복, 혹은 딜(거래)를 겨냥한 협박, 기분에 따라 통제되지 않는 말의 수사 등을 두루 감안하면, 그가 다시 협상의 길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점이 중요한데, 너무 늦으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