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바로가기기사저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 7개국 정상들(스타머 영국 총리,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르츠 독일 총리,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뤼터 나토 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의 18일 워싱턴 담판이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미국 측에서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밴스 부통령, 루비오 국무장관,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러나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과는 달리 양측 간에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다. 다만, 중간중간에 정상들의 발언을 들을 기회는 있었다. 특히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 양자 회담이 1시간 만에 끝나고 트럼프-젤렌스키-유럽 정상들간의 회담을 시작되기 전에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그렇다고 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알 수는 없다. 정상들의 발언과 러시아 측의 반응, 주요 언론들의 보도로 그 진행 과정과 협의 내용, 결론 등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결론부터 미리 이야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간에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러-우크라 정상회담과 미-러-우크라 3자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적인 동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새벽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4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며 "미국 측의 주도로 이뤄진 통화는 솔직하고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유럽 정상들과의 회의 도중에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유럽 정상들과의 협상 내용을 전해주었다"고만 확인했으나, 외신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도중, 러-우크라 영토 교환 문제(영토 협상)에 대해 러시아 측의 의견을 들어본 것으로 추정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미-러 정상이 통화에서 모스크바와 키예프(키이우) 간 직접 협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는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 직접 영토 협상에 응할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영토 협상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고,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만 가능하다"고 맞서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샤코프 보좌관이 협상에 참여하는 양국의 대표단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한 것으로 미뤄, 회담의 격을 높여 영토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직접 영토 협상에 나설 것인지, 실무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한 뒤 참여할 것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 회담 준비를 시작했다고 썼다. 회의 장소는 나중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또 러-우크라 대통령 양자 회담이후 자신이 참여하는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우크라-유럽 정상들과의 회담이 매우 좋았다"면서 "미국의 조율 하에 유럽 국가들이 제공할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을 논의했으며, 거의 4년간 이어진 전쟁을 종식시키는 좋은 첫걸음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우크라 정상회담의 개최 합의를 통해 영토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우크라이나 안보 문제는 이날 우크라-유럽 정상회의를 통해 매듭지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당초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2일 푸틴-젤렌스키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나, 이번 정상회담의 흐름을 보면, 시일이 너무 촉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러-우크라 정상회담 성사까지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 후, 그것도 러-우크라 정상회담이 성공해야만 미-러-우크라 3자회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러-우크라 정상회담은 보름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워싱턴 회담의 진행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푸틴 대통령과 이미 의견 조율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왔다. 우크라-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우크라 양자회담에 이어 열린 미-우크라-유럽 다자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정을 위해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한 영토 교환이 필요하다"며 "영토 교환과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한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 2주일 안에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을 통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그는 논의 과정에서 러-우크라 정상회담을 먼저 한 뒤 3자회담을 하기로 양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협의의 쟁점은, 사전에 알려진 대로 '영토(러시아군의 점령지 인정)와 평화(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의 교환'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동에 앞서 "현재의 전선을 고려해 가능한 영토 교환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영토 협상 의지를 분명히했고, "푸틴 대통령도 해법을 찾고 싶어 한다"며 러시아 측과 조율이 끝났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1주일 내지 2주일 안에 풀릴지, 이 끔찍한 싸움이 계속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시기의 문제이지,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며 우크라이나의 결단을 압박했다. .
전적으로 러시아의 양보가 필요한 부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안보 보장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안전 보장 방식을 수용했다"며 '매우 주목할 만한 진전'으로 평가한 바 있다. 러시아가 수용한 안은 '서방의 집단적인 대(對)우크라 안보 보장' 방식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나토 헌장 제5조와 유사한 성격의 집단 방위 체제를 말한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맞서기 보다는 주로 맞장구를 치는 쪽에 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전 "우리는 전쟁을 멈추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지지한다. 3자 회담에 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고, 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에서도 "3자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발언을 두고 "영토 교환 논의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으로만 가능하다는 기존의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회담에서 동의했음을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유럽이 이번 백악관 회동에 대거 몰려온 이유는 다자 회담에서 확인됐다.
rbc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미-러-우크라 3자 회담 아이디어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유럽이 참석하는 4자 회담은 유럽 대륙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3자회담 후 4자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스트라나. ua는 이날 각국 정상의 발언을 근거로 참석자들간의 입장 차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영토 교환 및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 주요 현안들을 오늘(18일) 워싱턴 회담에서 해결하자고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협상은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혹은 3자 회담에서만 논의할 수 있다고 버텼다.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은 평화로 가기(평화협상) 위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휴전을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같은 3인3색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이번 회담의 핵심이었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앞서 '먼저 이야기한 결론'에서 지적한대로, 영토협상은 러-우크라, 미-러-우크라 3자 회담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15일 합의를 근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영토 문제에 대해 담판을 짓고 싶었지만, 끝내 우크라이나 측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미-러-우크라 3자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도 앞으로 영토 협상의 진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선(先) 휴전, 후(後) 평화협상'을 원하는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에 주장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휴전 선언을 사실상 포기하고 본격적인 평화 협정 체결에 집중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 이 입장을 고수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누구도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비판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진전시켰다고 칭찬했다. 유럽의 휴전 요구는 그렇게 사라진 것으로 보면 된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는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우크라이나 내 미군 주둔을 포함한 안전 보장 제공 방안'에 대한 질문에 "그들(유럽)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제 1의 방어선"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다. 우리는 관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유럽 정상들과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그들(우크라이나)에게 매우 좋은 보호와 매우 좋은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이 끝난 뒤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유럽 정상들을 향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제는 누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 자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맞장구를 치면서 "이제 우리(미-우크라-유럽)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회담 진행 상황을 보면, 미-우크라-유럽은 영토 협상 문제만 남기고,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영토 협상과 관련, 주목을 끈 발언을 한 정상은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다. 그는 다자회담에서 "핀란드는 1944년에 (최종) 해결책을 찾았다"며 "올해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핀란드가 소련과 어떻게 겨울전쟁(1939년 11월 30일~1940년 3월 13일,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교전 발생/편집자)을 끝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소-핀란드 겨울 전쟁은 전쟁 발발 3개월 보름 만에 강화조약(평화 협정)의 체결로 끝났다. 사실상 전쟁에서 패한 핀란드는 일부 점령 영토를 소련에 넘겨주고, 독립은 유지하되 중립국 노선을 걷기로 했다. 동서 냉전 시절 내내 유럽의 중립국으로 자리매김해온 핀란드는 그러나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나토(NATO)에 가입함으로써 중립국 노선을 폐기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