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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을 크리스마스 전에 매듭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느낌이다.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대통령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지난 2일 크렘린에서 푸틴 대통령을 5시간이나 만난 뒤, 미국은 협상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잡은 것 같다. 속도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에게 미국의 평화안(28개항 평화 계획)을 논의할 시간을 주더니 이들과 절충점을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급속하게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크렘린 회동 후 △고위급 대표단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사흘간 회의를 열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책을 협의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국 정상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으며 △우크라이나 측과는 협상을 3개 분야로 나눠 집중 논의를 계속하고, 유럽과는 직접 만나기로 하는 등 움직임이 부쩍 빨라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일간 빌트는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타결을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평화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는 등 공식 석상에서 몇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10일)에도 러시아와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선거를 치를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제안한 평화안에 반대하는 유일한 인물이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도 질타하는가 하면, 그가 미국 평화안을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빌트는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직 통일된 입장(합의)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직접 사용하기를 원하는 반면, 워싱턴은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및 경제 회복을 위한 기금 조성에 쓰자고 주장하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새로운 시한을 크리스마스로 잡았다고 강조했다.
빌트를 포함해 외신들이 전하는 미국의 겉모습에서 감지되는 협상 전략및 방향은 1차적으로 우크라-유럽의 양보다. 널리 알려진 2~3개의 큰 쟁점(영토 문제와 안보 보장, 전후 복구문제 등)에서 미국은 우크라-유럽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양보를 얻어내야 러시아와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협상 고위 인사들은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시일이 촉박한 만큼, 시간과 형식을 따지지 않고 다각도로 협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협상의 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편적으로 나온 공식 발표를 근거로 한 각종 주장과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텔레그램을 통해 전후 평화및 재건에 관한 협상(평화 협상)이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한 장소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나토프 우크라이나군 참모장(중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있으며, 군과 정보기관, 보안군의 대표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11일)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과 안보 보장에 관해 화상 회담을 가졌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안보 보장은 향후 모든 조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우리는 이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1994년 우크라이나의 주권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 철수에 합의한 외교문서/편집자)의 부정적인 경험을 겪었으며, 러시아가 여러 차례 모든 의무를 위반했다"고 안보 보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나아가 "합의 문서에는 러시아가 다시 공격할 경우 우리 동맹국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재러드 쿠슈너, 잭 킨 장군, 알렉서스 그린케비치 장군, 그리고 조쉬 그루엔바움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도 토론에 함께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문제는 지금까지 나토 제5조를 원용하는 방식에는 서로 의견 일치를 보았지만, 전쟁 재발시 미국과 나토의 구체적인 조치(우크라이나는 직접 참전을 주장/편집자)에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나토는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하는 위험을 안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미국의 최종 제안(평화 계획)에는 전쟁 재발시, 참전 대신 '강력한 군사적 대응' 약속만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에도 미국은 러시아의 '중대하고, 의도적이며, 지속적인 공격'이라는 기준을 전제로 달았다. 또 10년 짜리의 양국(미-우크라) 안보 협정에 포함되는 형식으로 법적 구속력도 없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에서 벌이는 군사 행동에는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알린 두번째 협상 방향은 (전후) 경제 회복 및 투자 부분이다. 그는 "이 그룹의 활동은 이미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스비리덴코 총리와 카치카 부총리, 소볼레프 장관 등이 맡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자신도(젤렌스키 대통령) 10일 스콧 베산트 미국 재무장관, 재러드 쿠슈너,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과 화상 회의를 갖고 전후 복구에 관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분야는 각국 정상및 안보 보좌관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회의(우리의 국가안보실 격) 서기(장관급)가 이 접촉을 중재하고 있다"며 "거의 매일 미국과 유럽 국가들, '의지의 연합' 참여 회원국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메로프 서기가 단장으로 나서 마이애미에서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등과 만나고, 이후 유럽 국가들에게 협상 결과를 공유하는 등 공개된 일련의 평화협상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미국 측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는 게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다. 미국의 한 대표는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에는 평화 정착, 안보 보장,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크게 세 가지 부문이 포함될 것"이라며 "최근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80%에 대한 주권을 유지하고,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안보 보장을 받으며, 매우 중요한 경제 활성화 방안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의의 근간이 되는 기본 문서는, 즉 평화안은 2가지로 보인다. 미-러 크렘린 회동 이후 우크라-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안(28개항)을 수정한 새로운 제안(젤렌스키 대통령이 20개항이라고 공개/편집자)과 미국이 러-우크라와 연쇄 회담한 뒤 만든 최종 안이다. 양측은 서로에게 자신의 안을 던진 뒤, 절충하거나 양보를 압박하는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쟁점에서는 팽팽하게 대치하는 장면도 예상 가능하다.
미 뉴욕 타임스(NYT)는 12일 우크라이나가 28개 항의 미국 평화 계획 가운데 도네츠크주(州)에서의 철군과 나토 가입 금지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그동안 '레드 라인'(금지선)으로 부른 핵심 쟁점들을 제외한 20개 항의 우크라-유럽 수정 평화안을 미국 측에 공식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우크라 측 반응은 일단 두 가지로 나왔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요구하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는 악시오스의 보도와 △러시아가 현 전선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가 병력을 철수하기로 양보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보도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곧바로 부정적인 대응 발언이 나온 르몽드지의 기사는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이 크렘린 회동 후 우크라이나 측에 제시한 최종안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을 포기하되 △2027년까지 EU에 조기 가입한다는 것 등으로 전해졌다. 이중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철수하고 거기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한다는 미국의 안을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의 비무장 완충지대 설치 구상은 당초의 28개 항 평화 계획에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탓인지, 그 명칭을 '돈바스 자유경제구역'으로 바꾼 듯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기자들로부터 '돈바스 자유경제구역'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피해갔다. 비무장완충지대와 자유경제구역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미-우크라·유럽이 주요 쟁점에서 팽팽히 맞서는 만큼 협상을 앞둔 신경전과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일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가 주말(시차를 감안하면 유럽 현지 시간으로는 14, 15일) 베를린에서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함께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은 백악관이 연말까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썼다. 회의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직접 만날 계획이었지만, 회동을 앞두고 '긴장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독-프랑스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영토 손실을 감수하는 미국 평화안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위트코프 특사를 대신 유럽으로 보내 "키예프(키이우)와 워싱턴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강한 의지"(WSJ의 분석/편집자)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13일 파리에서 갖기로 했던 미-우크라-유럽 3자 회담(트럼프-젤렌스키-유럽 3개국 정상회의를 뜻하는 듯/편집자)은 취소됐다. 폴란드 라디오 방송국 RMF는 프랑스의 엘리제궁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 취소를 전했고, 핀란드 대통령실도 알렉산드르 스투브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취소하고, 베를린 미-우크라-유럽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주말 회동을 앞두고 벌어진 이같은 소동(?)은 서로간의 기싸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rbc에 따르면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15일) 베를린 회동에서 미국이 나토 회원국으로서 키예프에 안보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20%(돈바스 지역)를 러시아 측에 양보하되 전후 복구 지원을 받는다는 미국의 최종안을 설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악시오스에 미국은 나토 제5조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이고, 의회 비준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베를린 회의에서 완전히 공개될 미국의 최종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스트라나.ua는 지난 11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트럼프의 평화 계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Что написано в мирном плане Трампа)라는 코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평화 계획의 최신 버전이 우크라이나 매체 '제르칼로 네델리'(Зеркало недели, 한 주의 거울이라는 뜻)에 의해 공개됐다"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유럽 간의 합의 20개 항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나토 관련 미국의 공약 △미국과 러시아 간의 별도 양자 합의 등 네 분야로 나눠져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4일 인도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측이 전달한 평화 계획은 4개 분야로 나눠져 있었다"며 "우리가 처음 접한 내용들이어서 거의 모든 항목을 검토해야 했고, 그래서 시간이 오래(5시간/편집자) 걸렸다"고 말한 바 있다.
'젤로칼로 네델리'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최종안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도네츠크주, 루간스크주를 통제하고, 이 지역들의 지위 변경은 오직 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지역(전체 면적의 30%)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뒤 비무장 지대로 만든다.
△자포로제(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는 최전선에서 전투를 동결한다.
△러시아군은 나머지 우크라이나 점령 영토(수미주, 하르코프주,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서는 철수한다.
△협정 체결후 모스크바와 키예프는 무력을 사용하여 협정 내용을 위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영토 관련 조항은 러-우크라 정상들의 논의와 승인을 거친다.
스트라나.ua는 당초 28개항의 미국 평화 계획에는 비무장 완충지대가 러시아의 영토로 국제적으로 인정된다고 되어 있었으나 이번에는 빠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얻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비무장지대의 운영과 관련, 댄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이 우크라이나 측에 '미국이 최첨단 장비를 배치한 비무장지대를 만들 것'을 확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트라나.ua는 비무장지대가 결국에는 러시아의 관리 하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하면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동부 지역에서 철수한다는 문구가 전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문제는 반드시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흔쾌히 이에 동의할 입장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rbc등 러시아 언론은 키예프가 중요하게 여겼던 제안들 중 최종안에서 빠진 것은 분쟁에 연루된 모든 사람에 대한 사면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문제와 함께 남은 쟁점으로 인정한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 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가 아니라 미국의 통제 하에 전력의 50%는 우크라이나로 공급한다고 되어 있다. 나머지 50%를 누가 받게 될지 불분명하다. 원래 안에는 러시아였다.
미국은 또 최종안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조항은 삭제하되,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자격을 확대하거나 초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별도의 문서와 미·러 양자 합의서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는 합의 방법만 다를 뿐 어차피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주목할 만한 또다른 항목은 협정 서명 후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실시한다는 대목이다. 크렘린이 제기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법적 정통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스트라나.ua는 "미국의 최종안도 본질적으로는 28개항의 초안과 다를 바 없다"며 "문구 조정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철수 및 나토 가입 금지 등 러시아의 주요 요구 사항들을 수용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지 않기로 명시한 미-러 양자 합의서에는 외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 반대는 물론, 양국간 경제 협력, 러시아의 국제 경제 공동체 재합류 등의 방안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유럽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의 세계 경제 복귀를 위한 비공개 제안을 유럽에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미-러 경제협력은 희토류 채굴부터 북극 석유 시추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전략적 분야에 미국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러시아 에너지의 유럽 공급 재개 등을 포함한다. 유럽은 이같은 협력이 러시아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한 유럽 관료는 WSJ에 "미국의 이같은 제안은 1945년 승전국들이 유럽을 분할했던 얄타 회담의 경제적 버전"이라며 "그 결과는 유럽 대륙의 경제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의 운영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유럽의 대우크라 직접 지원 구상에 반대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과 사모펀드를 활용하면, 러시아 동결 자산의 가치(펀드)가 8천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지원및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는 금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도 '제르칼로 네델리'의 보도에 앞서 지난 10일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의 기고 형식을 통해 미국 측이 수정한 버전의 문서(최종안)를 공개한 바 있는데, 전체 내용을 다 담지는 못했었다.
한동안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중재에 '정중동'(靜中動)의 상태에 있던 미국이 왜 갑자기 새로운 평화 계획을 내놓으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월간지 애틀랜틱은 지난 11월 키예프를 방문한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유럽 외교관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드리스콜 장관은 지난달(11월) 19일 유럽 외교관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기존 방식들은 실패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더 이상 (협정이) 지연되면 우크라이나의 추가 사상자와 영토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미국이 새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은 우크라이나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진 뒤다. 더욱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이자 크바르탈 95 스튜디오의 공동 소유주인 티무르 민디치가 핵심 용의자로 떠올랐다. J. D. 밴스 부통령과 백악관 고위 인사들은 이 부패 스캔들이 워싱턴의 평화 계획에 대한 우크라이나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막아줄 것으로 믿었다고 애틀랜틱 잡지는 짚었다. 드리스콜 장관을 새로운 대(對)우크라 협상 특사로 추전한 사람은 밴스 부통령인데, 그와 드리스콜 장관은 예일대학교 로스쿨 동창이라고 악시오스는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