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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종전에) 가까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9부 능선을 넘어섰다" (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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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종전안을 거부하면 미국에 장거리 미사일 제공과 추가 대러시아 제재를 요청하겠다"(1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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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도 다국적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종전을 위한 안전보장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15일 유럽 정상들의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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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위기(전쟁)를 해결하기 직전에 있다고 꽤 확신한다. 그러나 베를린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아직 모른다"(16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14, 15일 이틀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우크라 평화협상이 끝난 뒤 나온 각 진영 주요 인사들의 공식 멘트다. 언뜻 보면 4인(미-우크라-유럽-러시아)4색이다. 갓 9부 능선을 넘은 안을 러시아가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무기 지원및 추가 제재를 운운하는 것도 그렇고, 러시아가 결사반대해온 외국 군대의 우크라 파병을 요구하는 유럽 정상들의 공동 성명도 헛다리를 짚는 듯하다.

미국이 제안한 28개 항의 평화안(새 평화안)을 수정 혹은 보완하기 위해 제네바에서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거쳐 베를린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절충을 거듭한 결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 이틀 동안의 논의나 합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4인4색의 퍼즐이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
각각의 사안을 나름대로 집중 취재하고 분석한 외신들의 보도로 이 퍼즐을 한번 풀어보자.
분명한 사실은 베를린 회의에서 러-우크라 평화 협정의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도네츠크주 철군)과 전후 안보보장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우크라 경제 포럼 기자회견에서 "안보 보장과 관련해 진전이 있었다"며 "군이 작업 중인 세부사항을 봤는데, 초안이지만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화가 있었으나, 솔직히 말해 여전히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요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두 쟁점의 논의 내용을 잘 따져보면 의외로 4인4색의 발언을 관통하는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베를린 회의의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최신 보도로는 미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가 있다.
우크라이나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NYT는 16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베를린 회담에서 유럽 군병력의 우크라이나 배치, 우크라이나 군 강화 등을 담은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문서(합의서 초안)가 마련됐고, 논의 참여국 대부분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가 향후 휴전 협정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NYT에 의하면 문건은 2개다. 전후 우크라 안보보장에 대한 일반 원칙을 담은 문서와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재침공시를 대비해 구체적인 군사 대비 계획을 담은 것이다. 첫번째 문건은 나토(NATO) 헌장 5조(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원칙/편집자)와 유사한 안보 약속에 해당하고, 두번째 문건은 '군사 대 군사 운영(mil-to-mil operating) 문건'이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 군대가 우크라이나군과 어떻게 협력할지 구체적 계획을 담고 있다는 것. 소식통들은 NYT에 "문건에 담긴 시나리오들은 정치적 선언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군사적 대응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나토의 틀 밖에서 유럽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우크라이나군을 돕는 방안도 포함됐다. NYT는 "유럽 군병력은 종전 후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주둔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막는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럽 정상들의 공동성명이 종전이 가까워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맥락과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러시아의 반응은 별개다. 랴브코프 차관의 말처럼 아직 이 문건들을 보지 못한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문건은 세 페이지 분량이라고 전했다.
문건에 담긴 또 다른 내용은 우크라이나군의 평시 병력 규모를 약 80만 명으로 유지하고, 서방은 지속적으로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필요한 무기와 지원 목록은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은 없다. 미국은 휴전 감시와 (러시아의) 공격 준비 탐지, 잠재적 도발 감지 등 정보 수집 분야를 담당하고,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젤린스키 대통령은 16일 헤이그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배상)청구위원회' 창설에 합의한 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를 사실상 확인했다. 그는 안보보장 방안에 대해 "어떤 나라(미국)는 정보만 제공할 준비가 돼 있고, 다른 나라들(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내용이 문서(합의서)에 담겼다"고 말했다. 베를린으로 향하면서 '조건부(서방의 안보보장) 나토 가입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그는 서방의 제안에 일단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9부 능선' 발언도 두 개의 핵심 쟁점 중 안보 보장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사실상 동의를 끌어낸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논리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추가 대러 제재 요청은, 미-유럽이 제공하기로 한 안보보장 장치에 대해 러시아가 거부할 경우, 대응 방향을 예고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미국이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파병에 공식적으로 동의했는지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28개항 평화 계획에는 나토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러시아도 나토군(일각에서는 외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나토군과 나토 명찰을 뗀 유럽군 간의 명분상 차이와 파병 군대의 실질적인 임무가 추후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외국군의 우크라이나 파견에 대해 계속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논의해야 하는 사안"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렇다면 베를린 (합의) 문건은 언제 어떻게 러시아에 전달될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오늘(16일)이나 내일(17일) 최종 문서를 확정하고, 그 후 미국이 며칠 내로 러시아 측과 협의를 진행한 뒤 다시 우리(우크라이나 대표단)와 만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우크라 간의 새 협상은 마이애미에서 열릴 것이라는 보도(악시오스)도 나왔다.
이같은 일정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하나 있다. 미국이 안보 보장 조치를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주 철수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와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미 백악관은 크리스마스 전에 키예프(키이우)와 모스크바가 평화 협정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만약 (며칠 내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안보 보장 제안이 철회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스카이 뉴스는 "미국은 영토 문제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썼다.
결정적으로 발언은 도날드 투스크 폴린드 총리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16일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가 미국의 안보 보장 조건 속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도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안보 보장을 대가로 영토 양보를 제안했다"며 "이는 NYT의 보도에서도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를 계속 거부한다면, 이론적으로 베를린 작성 문건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가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기대하는 미-우크라 추가 협상도 기대할 수 없다. 최전선에서의 휴전을 고집하는(영토 양보 반대/편집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의 베를린 안보보장 제안이 휴전을 위한 하나의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종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준비되는 대로 베를린 회담 결과를 알려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번 주 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의 러시아 방문은 예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기대한 향후 미-러, 미-우크라 협의 일정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한 소식통은 독일 일간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며 "부분적인 항복을 강요당하거나(영토 양보), 아니면 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고민은 현재 사수 중인 도네츠크주 군사 요충지들을 포기하거나 함락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곧장 진격할 고속 침공로를 얻게 된다는 데 있다.
키예프의 기존 노선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배상금 대출'을 논의하는 18일, 19일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다. EU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유럽의 자금 지원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키예프가 미국의 영토 양보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U 7개국이 배상금 대출에 반대하고, 미국마저 동결 러시아 자산의 활용 방안을 독자적으로 제시한 상태에서 현재로서는 배상금 대출에 관한 합의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종전 전망을 비교적 높게 내다본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러시아가 양보할 수 없는 '레드 라인'(금지선)을 분명히 했다.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협상 타결의 마지막 고지까지 남은 장애물이 오히려 더 크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는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크림반도, '노보로시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흑해 연안 일대(자로포제주와 돈바스주 점령지/편집자) 등의 영토를 양보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또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주둔도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러-우크라 간에 메울 수 없는 이같은 간극,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미국이 어떻게 절충해 내느냐가 결국 협상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베를린 협상에서 두 가지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해결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것이 바로 회담 후 4인4색의 반응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