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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에서 완전히 '패'를 깠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해 미국 마이애미, 독일 베를린, 마이애로를 오가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안한 28개 항의 평화 계획(미국 새 평화안)을 논의한 우크라이나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패를 공개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회담 진행 상황을 언론에 유출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밀 유지'를 요구하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춰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선택은 상당히 도전적이다.

그의 노림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우크라 협의 내용을 마치 미국과 합의를 끝낸 것처럼 포장해 러시아가 이를 거부할 경우, 평화 협상에 부정적이거나 협상을 원치 않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에서 패를 깐 것으로 본다. 나아가 러시아가 수락을 거부했으니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명분을 찾으려는 '여론전' 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NGru, 독립신문이라는 뜻)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3일 언론인들에게 공개한 미-우크라 협의(혹은 합의) 내용은 이튿날 공식적으로 전해졌다. 추측컨대, 푸틴 대통령의 19일 '국민과의 대화'에 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말(?)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이를 크리스마스 이브(24일)까지 '오프 더 레코드'(일정 시점까지 비공개하기로 하는 언론계 관행/편집자)를 걸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평화안(혹은 평화안 설명)이 공개된 뒤 프랑스 르몽드지는 20개 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 전문을 신문에 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 버전(공개 평화안)과 르몽드 버전을 보면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합의한 내용인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합의안인지 모호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모스크바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20개 항의 평화 계획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제 정세 분석가인 알렉세이 나우모프는 NYT에 "그(젤렌스키)가 미국과의 타협안인 것처럼 평화 계획을 제시한 다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대통령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율리아 자벨리나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내용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합의한 평화 협정의 현재 버전이지만, 러시아의 수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요구 사항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간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지난 8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종전 제안에 대한 러시아의 수락 가능성 등 푸틴 대통령의 의중을 타진한 뒤, 28개 항의 트럼프 대통령 평화 계획(미국의 새 평화안)을 만들어 11월 20일 우크라이나 측에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친(親)러 성향의 평화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푸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미국의 까다로운 타협안(러시아에 대한 양보 요구안/편집자)을 어렵게 수락했다고 고백했다.
협상의 기본 상식에 따르더라도, 미국의 다음 절차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의다. 러시아가 수락한 최소한의 양보안(28개항)이 미-우크라 협의를 거쳐 20개항으로 줄어들었다는 게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언이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쟁점은 영토 문제(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주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 보장 방안이다.

이 쟁점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마라톤 협의는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베를린을 거쳐 또 마이애미로 넘어갔다. 미국은 지난 주말(19~21일) 마이애미로 러시아 대표(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통령 특사)와 우크라이나 대표(우메로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그나토프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를 초청해 '셔틀 협상'을 벌였다. 사흘간에 걸치 마이애미 협상이 끝나고,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모스크바로, 우메로프 서기 등은 키예프(키이우)로 돌아가 푸틴-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각각 협의 내용을 보고했다.

그리고 나온 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평화 계획 20개 항과 추가 문건 3개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22일 미-우크라 협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영토 문제에 관한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평화 계획 20개 항중) 다른 조항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의 철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20개 항의 평화 계획에 대한 협상 당사자들(러-우크라-미국-유럽)간의 합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차린 루스탐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회의(우리의 국가안보실 격) 서기(장관급)가 장시간 미국과의 협상 외유에서 돌아온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상세한 보고를 받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앞서 외교관의 날을 맞은 22일 외교관들에게 "평화 계획의 기본 문서 세트(20개 항의 문서와 추가 문서 3개 등 총 4건/편집자)는 이미 완성되었다"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완성되었고, (안보 보장 관련 ) 작업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스트라나.ua가 전한 젤렌스키 대통령 공개 평화 계획 20개 항은 다음과 같다.
1. 우크라이나의 주권 확인.
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불가침 협정 및 접촉선(최전선) 감시.
3. 안보 보장.
4. 우크라이나군의 평시 병력은 80만 명.
5. 미국과 나토(NATO), 유럽은 나토 헌장 제5조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군사적 대응과 대(對)러 제재 복원.
6.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가침 정책을 법률적으로 명문화.
7. 특정 시점에 우크라이나 EU 가입.
8. (우크라이나) 글로벌 개발 패키지(지원안)는 별도의 투자 협정에 규정.
9. (우크라이나) 경기 회복을 위한 8천억 달러의 각종 기금 조성.
10.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절차 가속화.
11. 우크라이나의 핵무장 포기.
12.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 타협 불가.
13.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증진하고 인종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
14. 영토 문제.
15.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무력을 사용하여 이 협정을 변경하지 않기로 약속.
16.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네프로 강과 흑해를 상업 활동에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 킨번 사주는 비무장화.
17. '모두를 위한 모두'를 내세운 포로 교환 실시, 민간인과 어린이, 정치범들의 귀환.
18. 평화 협정 체결 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 선거 실시.
19. 합의안에 법적 구속력 부여. 트럼프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평화위원회가 합의 이행을 감독.
20. 모든 당사자가 이 합의에 동의하는 즉시, 완전한 휴전 발효.
20개 항의 기본 계획 외에 별도의 추가 문건은
1)우크라이나, 미국, 유럽 3개국 안보 보장 관련 문서
2)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을 담은 양국간 문서
3)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및 경제개발 로드맵(미-우크라가 2040년까지 공동으로 추진하는 개발 비전을 담은) 문건이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주도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도 22일(현지시간) 마이애미 회담이 끝난 뒤 SNS에 두 개의 포스팅(문자)를 올려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마이애미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별도의 회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20개 항의 평화 계획안 수정과 △다자간(미-우크라-유럽) 안보 보장 체계에 대한 입장 조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안보 보장 체계의 구체화 △우크라이나 경제 개발 계획 등 4가지 핵심 문서가 논의됐다"고 그는 밝혔다. 문건 4개의 존재 및 논의 자체는 미-우크라 양측에서 확인되는 대목이다.
미-우크라 협상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됐다면(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평화 계획/편집자), 다음 절차는 러시아의 동의 확인이다. 영토 문제와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 소유권이라는 두가지 쟁점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계획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미 NYT의 분석이다.
러시아 국제문제 전문가 게오르기 보프트는 NYT에 "평화 계획은 영토 문제나 자포로제 원전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이애미에 파견된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대외문제 특별 보좌관)도 미국 측에 이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25일에도 미-우크라 간에 협의가 속행된 게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우메로프 서기와 그나토프 군 참모총장)과 함께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전화) 협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그가 직접 영토 문제와 자포로제 원전 문제에 관해 미국 측과 절충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젤렌스키 대통령 공개 20개 항의 평화 계획은 이전 안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스트라나.ua는 24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평화안 20개 조항의 의미' (20 пунктов мирного плана. Что они означают)라는 코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20개 항의 평화안이 (그동안) 미국과 합의한 새로운 계획의 초안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당국의 비전인지 불분명하다"면서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도네츠크주 철군과 관련해 새로운 사항이 포함된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큰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도 24일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처음으로 (도네츠크주에서) 자국군 철수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도네츠크주)에서의 강제 철수에는 여전히 반대하지만, 러시아가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철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WP는 "궁극적으로 어떤 군사 조직의 통제도 받지 않는 자유경제구역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영토 문제의 타협을 향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딛은 첫 걸음"으로 해석했다.
이같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20개 항의 평화 계획 설명에서 영토 문제와 자포로제 원전 소유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시점 등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14번째의 영토 조항을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 가지 선택지는 러시아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수미, 하르코프(하르키우)주에서 철수하고 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에서 철수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타협안으로 그 곳을 자유경제구역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며 "현 전선을 유지하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자유경제구역 설치는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그 후에도 전체 협정안을 다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안이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극히 낮다.
우크라이나의 키예프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의 75%가 확고한 안보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영토 포기나 군병력 제한 등이 포함된 평화 계획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72%는 현전선에서 동결하고 일부 사안에서 양보하는 형태의 협정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서 '도네츠크주 철군은 안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철군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여전히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또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 사회학 연구소 소장인 예브게니(예브헨) 골로바하가 지난달(11월) 9일 현지 매체 수스필니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종전 조건(도네츠크주 철군과 나토 가입 포기 등/편집자)에 따라 전쟁을 끝내도 좋다'는 우크라이나인은 전쟁 첫해(2022년)의 4%에서 16%로 4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지는 겨우 1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반대 혹은 잘 모르겠다에 속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버전(발표안)보다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르몽드지 버전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철군에 대한 우크라아나인들의 승인 절차는 비교적 현실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제시했지만, 르몽드 버전에서는 국민투표 혹은 의회 결의로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의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국민투표보다는 훨씬 높다.
그러나 르몽드 버전에는 젤렌스키 버전에는 없는 '국제군'의 최전선 배치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유럽 '의지의 연합' 세력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러시아의 동의를 얻는데는 큰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또다른 쟁점인 자포로제 원전 소유권 문제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주도의 3자(미-러-우크라) 공동 운영 방안을 제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미-우크라가 50대 50으로 공동 운영하는 안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은 원전이 있는 에네르고다르시(市)에서 철수하고, 이 지대를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로포제 원전 운영권 확보가 종전 후 '에너지 주권 확보' 혹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선공(先功)에 나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젤렌스키 버전이든, 르몽드 버전이든, 영토 문제를 포함해 일부 조항이 아직은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가야 할 길이 앞으로도 멀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에서 철수하기로 한다면 언제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말로만 철군한다고 하면 되는지,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 명확한 게 아무 것도 없다. 또 '자유경제구역'은 실질적으로 누가 통제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르몽드 버전에 나온 '국제군'의 성격과 배치 시기및 지역 등도 드러난 게 없다.
장애물은 또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평화 계획이 러시아에 전달될 것이며, 러시아가 자체적인 제안(수정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가 수정안을 내놓으면, 미-우크라가 다시 의견을 나눌 수밖에 없는 협상 구조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 금지(우크라이나 가입 포기/편집자)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시 중립 지위 유지에 대한 보장이 부족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어 사용에 대한 명확한 보장과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 러시아 동결 자산의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EU 가입 시기를 못박아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반응은 언제쯤 나올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온 드미트리예프 특사로부터 이미 보고를 받았다고 24일 밝혔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마이애미에서 미국 측과 만난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는 귀국 직전 다음 미-러 협상은 모스크바에서 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SNS에 "마이애미, 감사합니다. 다음은 모스크바에서"라는 글과 함께 평화의 비둘기 이모티콘을 게시했다.
20개 항의 평화 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은 다음 미-러 회의에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중요한 협상일수록 비밀리에 진행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소통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계속 믿고 있다"며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말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을 통해서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토 문제에 관한 미국의 다음 행보도 주목거리다. 궁극적으로 러-우크라 중 어느 한쪽 편을 들 것인지, 계속 타협안만 내고 말 것인지 여부다.
미국의 선택과 관련,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네츠크주 철군이 러시아의 요구이며, 미국은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그간의 언론 보도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는 모스크바와 워싱턴의 공통된 요구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은 중재자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러시아편에 서 있다는 또다른 표현의 하나로 해석할 만하다.
실제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2일 미-우크라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돈바스 전체 영토를 잃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철군에 반대하면서 영토 문제가 협상의 주요 장애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돈바스에 대한 영토 지배권을 분명하게 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도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전쟁을 계속할 경우) 12개월 후, 혹은 그 이후에라도 (돈바스가) 러시아군의 점령 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우크라이나가 안 되는 걸 끝까지 버티고 있다는 늬앙스(어감)다. 그는 최근 일련의 협상을 통해 모든 쟁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러-우크라 양측으로부터 '협상 자체가 불가한 것'과 '협상이 가능한 것'들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그는 또다른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예컨대 협정 체결 후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러시아계 사람들(사유재산 포함)과 러시아(혹은 점령지)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계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 혹은 대우)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러시아는 돈바스 점령지역을 떠난 우크라이나인 소유 주택들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 몰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이미 공표한 상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