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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달 이상 공석으로 남아 있던 대통령실 실장의 인사 발령을 시작으로 안보, 국방, 정보 분야의 수장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방어작전의 실패로 비판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군 총사령관은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언론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내각과 안보, 국방 체계의 개편 작업으로 대규모 인력 순환 배치를 약속하면서도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해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군부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보 분야 개편(바실리 말류크 국가보안국·SBU 국장 해임)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키릴 부다노프 군 정보총국(GUR) 국장을 대통령실 실장으로 앉힌 데 이어 미하일 페도로프(페도로우) 제1부총리 겸 디지털(전환부) 장관을 국방장관으로, 올레그(올레흐) 이바셴코 대외정보국(SVR)국장을 부다노프 국장의 후임(새 GUR 국장)으로 발탁했다. 또 바실리 말류크 SBU 국장을 해임하고, 데니스 슈미갈 국방장관을 제1 부총리겸 에너지 장관에, 미국과의 평화 협상에 참여한 세르게이(세르히) 키슬리차 외무차관을 부다노프 신임 대통령 실장을 보좌할 대통령실 제1부실장에 보임할 뜻을 표명했다.
이같은 인사 구상이 대통령의 대국민영상 메시지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알려지자,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작전을 맡고 있는 일부 지휘관들이 말류크 SBU 국장의 해임에 반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안드레이(안드리) 빌레츠키 민족주의 성향의 '아조프 연대' 창설자 겸 제3 공격 여단장을 비롯해 미하일 드라파티 합동군 사령관, 로베르트 브로브디 장군, 데니스 프로코펜코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군 사령관들이 주도했다.


드라파티 사령관은 SNS를 통해 "말류크 국장은 지금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있다"며 "그의 지휘 아래 SBU는 우리 방어력의 회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전장에서 뿐 아니라 후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또 "말류크 국장과 그의 팀 덕분에 나도 신변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같은 항명성 의견 제시에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즉각 각 부대 지휘관들에게 최고 지도자(대통령)의 인사 결정에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현역 고위 군 지휘관들이 대통령의 인사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2020년 3월 군 직제 개편을 통해 총사령관으로 변경/편집자)의 2024년 2월 경질 당시에는 일부 친(親)잘루즈니 지휘관들이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친잘루즈니 지휘관들에 대한 인사가 먼저 이뤄졌다.
이 매체는 또 "대통령 측근의 부패 스캔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反)젤렌스키 연대 세력과 가까운 정치인, 언론인들도 말류크 국장의 해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며 "그가 부패 스캔들이 불거진 후 국가반부패기관을 저격하라는 예르마크 당시 대통령 실장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말류크 국장의 해임 여부다. 그는 SBU 수장 재임 기간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자리매김해 왔다. 에너지 기업의 뇌물 비리(부패 스캔들)를 수사한 국가반부패기관(반부패국 나부·NABU와 반부패특별검찰청 사포·SAPO)의 '불순한' 의도에 불만을 품은 예르마크 당시 대통령 실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킨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말류크 국장은 부다노프 신임 대통령 실장과 매우 불편한 관계여서 그의 해임에는 부다노프 실장도 관여한 게 분명하다.
스트라나.ua는 "말류크 국장이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국방회의(우리의 국가안보실 격) 서기(장관급)으로 전보되는 것은 강등"이라며 "현실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안보 분야의 권력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페도로프 제1부총리는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고위 인사 중 하나다. 34세의 진보적인 기술관료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드론 위주로 무기 체계를 바꾸는데 앞장서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프 부총리는 현재 '드론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가 서비스및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는 우크라이나 국방 업무도 그 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나.ua는 3일 "그의 발탁은 일시적이나마 우크라이나 사회에 희망을 주는 인적 쇄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각 전선의 구도상 국방장관으로 지명된다는 것은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그가 아무리 대(對)언론 홍보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전쟁 결과(패전?)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임 6개월도 채 되기 전(지난해 7월 임명)에 물러나는 슈미갈 장관(전 총리)은 그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슈미갈 장관에게는 제1부총리겸 에너지 장관직이 제안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슈미갈 장관이 국방부에서 보여준 체계적인 업무 진행과 국가 방위 능력의 강화 노력에 감사한다"며 "바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베틀라나 그린추크 에너지 장관이 지난해 11월 에너지 기업 부패 스캔들로 사임해, 에너지부 장관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바셴코 GUR 신임 국장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2015년부터 GUR 부국장으로 근무하다 2024년 3월 대외정보국 국장으로 옮겨갔었다. 또 외무부를 대표해 평화 협상에 참석한 키슬리차 대통령실 제1부실장(전 외무 차관)은 향후 미-우크라, 러-우크라 평화 계획 논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인사 개편의 기폭제가 된 부다노프 신임 대통령실장의 발탁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다노프를 한 달 동안 설득해 가까스로 승락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