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우크라 전쟁 1418일-제2차 세계대전 중 '독소전쟁'보다 더 길어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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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로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1,418일을 맞았다. 만 4년(2026년 2월 24일)을 한달 여 앞두고 있다. 

러-우크라 매체는 1.418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소련 간의 전쟁(독소전쟁)이 1,418일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독소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맺은 나치 독일이 1941년 6월22일 바르바로사 작전을 개시함으로써 시작됐다. 소련 전체 인민의 피눈물나는 사수작전 끝에 반격을 개시한 소련군은 1945년 5월 베를린에 입성했고, 1,418일만인 1945년 5월 8일 독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이튿날(9일) 새벽이었기에 러시아는 '승전의 날' 기념식을 5월 9일에 연다.

독소전쟁의 승패를 가른 '쿠르스크 전투'를 기록한 러시아(소련) 드라마 '불타는 아치'/사진출처:얀덱스 캡처
독소전쟁의 승패를 가른 '쿠르스크 전투'를 기록한 러시아(소련) 드라마 '불타는 아치'/사진출처:얀덱스 캡처

 

소련군의 승리에는 당시 연합군 측에 가담한 소련에도 미국이 소위 '무기대여법'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군사 장비 및 물자를 제공한 게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소련이 입은 인적및 물적 피해를 엄청났다. 독일(약 370만명)보다 약 10배 가까운 2,7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11일로 전쟁 발발 1,418일을 맞았다는 것은, '대조국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독소전쟁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전쟁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 주도의 '평화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418일이나 끈, 앞으로도 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1일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2014년까지 '대조국전쟁'으로 불린 독소전쟁보다 이번 전앵이 더 오랜 끈 원인을 분석했다. 러시아에서도 언론 매체와 텔레그램 채널들이 1,418일째 되는 날을 기억하면서 "왜 이번 전쟁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답변은 제각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매파(전쟁 강경파)와 비둘기파(평화론자) 간의 간극이다. 러시아에서는 전쟁의 조기 종식을 주장하는 비둘기파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보다 더 오래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얼른 평화 협상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매파는 '군사적 승리'를 요구하면서 "이제야말로 총력전으로 전쟁을 시작하라'고 촉구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붉은 군대(소련군)는 1,418일 만에 독일의 심장부인 베를린에 도달했지만, 러시아는 쿠퍈스크조차 점령하지 못했다"는 조롱섞인 반응도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하는 러시아군 탱크과 군수 장비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하는 러시아군 탱크과 군수 장비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반격하는 우크라이나군 탱크(위)와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된 우크라이나군 탱크/캡처 
반격하는 우크라이나군 탱크(위)와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된 우크라이나군 탱크/캡처 

되돌아보면 전쟁이 이토록 오래 끈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 첫해(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점령하든가, 평화 협정 체결로 전쟁을 끝내려던 계획(2022년 3월 평화협정 체결 무산/편집자)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듬해에는 반격을 가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겨주려던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의 대담한 계획도 무산됐다. 이후 전쟁은 장기 소모전으로 변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와 내부 혼란(바그너 그룹의 군사 반란 등)으로, 우크라이나는 상대적인 군사력 부족으로 적을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연히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론적으로는 이를 타개한 방법이 아직 남아 있지만, 누구도 감히 엄두를 못내는 듯하다. 우선, 나토(NATO)가 전쟁에 직접 참전하면,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토는 러시아와의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극히 두려워한다. 러시아도 국가 전체를 전시 체제로 전환해 총력전을 펼 수 있지만, 이에 따른 후폭풍을 겁내고 있다. 

러-우크라 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군사력의 확장에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는 전쟁 수행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참전 병사들에게 이제는 돈을 줘야 하고, 전사자에 대한 보상금도 상당하다. 병력를 확충하거나 작전 강도를 높일 수록 돈이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두 나라는 그러나 4년 가까운 소모전 끝에 이미 자금력이 한계에 다다랐고, 키예프를 돕는 서방 진영도 다를 바 없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러시아군 탱크들이 파괴되는 장면/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러시아군 탱크들이 파괴되는 장면/영상 캡처

전투 양상도 크게 변했다. 드론이 전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정면 돌파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같은 난제를 극복할 군사및 기술적 진보(예를 들면 화약의 발명, 탱크의 개발 등/편집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교착 상태를 극복하기가 싶지 않다는 게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 총사령관(현 주영 대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보다는 제1차 세계대전에 더 가까운 양상이라고 본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진지를 활용한 방어작전가 공격자의 능력을 훨씬 앞지르는 바람에 '진지 중심의 소모전'이 계속됐다. 결국 패배한 국가는 장기전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내부 혼란으로 빠져 전쟁을 계속 끌고 가지 못한 못한 국가들(제정러시아와 독일제국)이었다.

비슷한 결과를 러-우크라 모두 기대하고 있다. 상대가 먼저 지쳐 손을 들기는 바라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석유 산업및 인프라 공격으로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또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다가 기어코 총동원령을 내릴 것으로 본다. 그 결과는 러시아내 반전 여론의 확산과 엑소더스(대탈출), 민족·​​종교·사회적 갈등의 촉발로 이어지면서 푸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반면, 크렘린은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조만간 고갈되고, 에너지 인프라도 붕괴되면서 젤렌스키 정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간이 좀 더 가면 진행 중인 평화 협상이 러시아 측의 요구대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크라이나에게는 동원 연령을 20세 안팎으로 낮춰 병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없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에 따른 예산(자금) 확보가 만만치 않다. 또 현재와 같은 징집 부패및 비리 구조 하에서는 동원 연령의 인하가 국민의 저항 의지를 떨어뜨리고, 탈영병만 늘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게도 총동원령을 내려 현재의 전투 병력을 70만명에서 150만~200만 명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없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 된다. 하지만, 증강된 80만 대군에게 적의 드론에 대응할 수 있는 화력의 증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선에 걸려 병력 손실만 늘어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총동원은 산업 전분야에 걸쳐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전쟁 지속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유럽 전체가 참전하다시피 한 제2차 세계대전(독소전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적 여건이다. 전쟁 피해와 겅제적 손실은 상대적으로 러시아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크렘린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수군사작전으로 개념을 좁혀 국민의 '일상'과는 상관없는 군사 행동으로 몰아가는 중이다. 국민과 사회의 전쟁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논리적인 조치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를 따라하고 싶지만, 끊임없는 공습과 정전, 혹한, 강제 동원 등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우크라 평화 협상/사진출처:텔레그램@umerov_rustem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우크라 평화 협상/사진출처:텔레그램@umerov_rustem

장기전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다소 여유가 있다. 이 전쟁은 과거 독소전쟁 처럼 '생존'이나 '존재'와 직결돼 있지 않다. 종전 후에도 러시아에 적대적인 정부가 키예프에 남아 있고, 양국 간에 완전한 평화 협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굳이 위험한 핵무기까지 꺼내 상대를 쓸어버릴 계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이나 동원령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장담하지는 못한다. 전선 상황이나 미국과 나토의 대응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마지막 카드를 빼들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쟁 종식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향후 몇 달 안에 전쟁 종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림돌 두어개가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철군 문제와 외국군의 파견을 담은 전후 안보 보장,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 통제권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쟁점들을 잘 풀어간다면 조기 종식 가능성이 높다. 

관심을 끄는 것은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우크라이나 프라우다 기자회견 내용이다. 쿨레바 장관은 12일 회견에서 "러-우크라 양국의 대립이 쉬 해소될 것 같지 않다"면서도 "(영토 양보를 포함한) 평화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겁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양보한) 평화안이 의회가 아니라 국민투표에 회부되더라도,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유소와 같은 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은 이것이지만, 모든 적대행위가 멈추고, 그 대가로 강력한 군대, 재건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그리고 EU 회원국 자격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득할 경우, 우리 사회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평화 협상이 무산된다면 끝없는 소모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게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재를 포기하고 러-우크라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평화 협상이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지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미국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러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하며, 러시아 유조선을 계속 나포한다면, 크렘린은 또 '핵무기 카드'로 저항할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은 급격히 높아지고 러-서방 간의 대치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모두 실제로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이달 말이나 2월 쯤에는 대충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모스크바가 이르면 1월 말까지 우크라-유럽이 마련한 새로운 안보 보장안 등 평화 계획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것(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우크라 파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리송한 입장과 우크라-유럽 평화안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가 조만간 명확해지면, 조기 종식이든, 교착상태 지속이든, 지정학적 위기의 급격한 고조든, 어느 한쪽으로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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