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넵스키 대로’는 도시의 ‘길’이라기보다, 제국 시절의 권력‧상업‧예술이 한 줄로 정렬된 ‘야외 박물관’에 가깝다. 길이는 약 4.5km. ‘아드미랄티’에서 ‘알렉산드르 넵스키 라브라’까지 곧게 뻗으며, 중간에 ‘모이카 강(그린 브리지)’, ‘그리보예도프 운하(카잔스키 브리지)’, ‘폰탄카 강(아니치코프 다리)’을 차례로 가로지른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걸어야 하나”가 늘 고민인데, 결론은 단순하다. “사진이 잘 나오는 구간”과 “실제로 안에 들어가 볼 만한 실내 포인트”를 섞어서 5구간으로 끊으면 된다.
0구간‧출발 팁(현장 체감 10분)
출발은 ‘아드미랄테이스카야’(Адмиралтейская) 역이 가장 편하다. 처음 500m는 사람 흐름이 빠르고, ‘궁정‧관청 도시’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구간이라 워밍업처럼 걷기 좋다. 겨울에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니, 첫 카페는 미리 찍어 두는 게 좋다(넵스키의 실전은 “추위 피난처를 얼마나 촘촘히 배치하느냐”다).
1구간: ‘물길’로 도시를 읽는 포인트‧모이카 강과 그린 브리지
넵스키의 첫 매력은 “한 도시가 물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모이카 강 주변은 ‘황금빛 파사드’가 유독 많아, 흐린 날에도 사진이 살아난다. 여기서는 목적지를 욕심내지 말고, 다리 위에서 “물길 방향으로 시선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이 나온다. 추천 동선은 ‘그린 브리지’에서 강변을 5분만 따라가 ‘시야가 트이는 각도’를 잡고 다시 넵스키로 복귀하는 방식이다. (도보 15‧20분)
2구간: ‘카잔 성당’ 주변‧넵스키가 종교와 제국을 포장하는 방식
넵스키의 중간 핵심은 ‘카잔 성당’이다. 관광객은 외관만 보고 지나치기 쉬운데, 이곳은 “거대한 회랑이 길의 스케일을 키우는 장치”다. 성당 앞에서는 사진을 성당만 찍지 말고, 회랑의 곡선을 길의 방향과 같이 넣어라. 그래야 ‘넵스키의 원근’이 생긴다. ‘카잔 성당’은 실질적으로 “잠깐 들어가 숨 돌리기 좋은 실내”이기도 하다(입장 자체는 예배 공간이라는 성격을 존중하면 된다). 운영 시간은 시즌‧요일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안내 자료에서는 ‘일요일 이른 시간부터’ 개방하는 일정이 자주 언급된다.
3구간: ‘싱거 하우스(돔 크니기)’‧운하 뷰 포인트까지, 사진과 실내를 동시에 챙기는 구간
카잔 성당 맞은편 코너에 서 있는 ‘싱거 하우스’(일명 ‘돔 크니기’)는 “상트의 아르누보가 얼마나 ‘상업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건물은 1902‧1904년 무렵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속 프레임 등 당시로선 현대적인 구조가 언급된다.
여기서의 관람 요령은 단순하다. ① 밖에서는 꼭 ‘코너의 유리 파사드’와 ‘돔’을 같이 넣어 찍기 ② 안에서는 “서점”으로만 보지 말고 ‘창가 자리’를 찾아 ‘그리보예도프 운하 방향’을 보는 것. 특히 겨울엔 실내 창가가 ‘최고의 난방 전망대’가 된다. 참고로 ‘돔 크니기’는 ‘매일 09:00‧23:00’ 영업으로 안내하는 정보가 확인된다.
4구간: ‘고스티니 드보르‧파사주‧옐리세예프’—넵스키의 “상점 미학” 삼각지대
이 구간은 넵스키가 “쇼핑 거리”라는 사실이 아니라, “쇼핑을 건축으로 과시하는 거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스티니 드보르’는 거대한 상업 건축의 표본이다. “기둥이 길을 감싸는 느낌”이 핵심이라, 내부 쇼핑보다도 외부 콜로네이드를 따라 걸으며 스케일을 체감하는 편이 더 만족도가 크다. (영업 시간은 보통 10:00‧22:00 안내가 흔하다.) ‘파사주’(ТД ‘Пассаж’)는 “실내 아케이드”라는 다른 결의 경험을 준다. 비‧눈 오는 날 동선의 가치는 여기가 압도적이다. 공식 안내에는 “매일 10:00‧22:00” 운영으로 표기돼 있다. ‘옐리세예프’(Елисеевский) 계열 상점은 ‘스테인드글라스’와 ‘진열 연출’로 유명한데, 핵심은 “실제로 뭘 사느냐”보다 “진열 자체를 하나의 무대처럼 보는 경험”이다. 공식 사이트 안내에 따르면 매장은 “매일 10:00‧23:00” 운영으로 표기돼 있다. 이 구간에서의 추천 루틴은 ① ‘고스티니 드보르’ 외관 스케일 체감 ② ‘파사주’로 들어가 온도 회복 ③ ‘옐리세예프’에서 진열과 내부 장식을 보고 디저트‧차로 마무리. (도보 40‧60분)
5구간: ‘아니치코프 다리’부터 ‘알렉산드르 넵스키 라브라’까지—물과 조각, 그리고 도시의 끝
넵스키의 후반은 “도시가 갑자기 깊어지는 느낌”이 온다. 이유는 폰탄카 강과 ‘아니치코프 다리’ 때문이다. 다리의 말 조각들은 “동물의 에너지”를 도시 중앙에 박아 넣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을 땐 조각을 ‘정면’으로만 담지 말고, 강의 흐름과 함께 대각으로 넣어야 입체감이 생긴다.
시간과 체력이 남으면 끝까지 가보자. 넵스키의 종착점은 ‘알렉산드르 넵스키 라브라’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넵스키가 끝나면서 갑자기 수도원 도시로 넘어가는” 대비가 재미다. 관람 구간이 넓어, 늦은 시간에는 내부 동선보다 ‘경내 산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도가 나온다. 안내 자료에서는 라브라 경내 출입을 “06:00‧23:00”로 적는 경우가 확인된다.
실전 팁 5가지(관광객용)
넵스키는 “같은 거리라도 빛이 다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간대가 중요하다. 오전은 파사드가 비교적 깨끗하게 뜨고, 해 질 무렵은 유리‧금속 디테일이 살아난다.
겨울에는 ‘실내 포인트(돔 크니기‧파사주‧대형 백화점)’를 30‧40분 간격으로 끼워 넣어야 끝까지 간다.
“유명 성당 1곳‧서점 1곳‧상점 건축 1곳‧다리 1곳‧종착지 1곳”만 지켜도, 넵스키의 성격을 다 먹는다.
사진은 “대상 1개”가 아니라 “길의 방향‧물길‧사람 흐름”을 같이 넣을 때 넵스키답다.
목표는 4.5km 완주가 아니다. “내가 기억할 장면 3개”를 건지는 게 이 거리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