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Jan 2026

러시아군의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키예프, 한계 상황 몰렸다? 수만 시민 난방 없이 겨울 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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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 안팎의 한파, 반복되는 정전, 끊어진 (중앙) 난방 시스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와 외곽 도시(우리 식으로는 수도권)이 한계 상황에 달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키예프 도시 전체에 전기가 끊겼다. 마치 얼음 왕국처럼 변했다. 나무에는 눈꽃이 피었고, 쌓인 눈더미는 겨울 햇살에 반짝인다. 13일 평소 약 2,000메가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 키예프(키이우)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전력으로 운영됐다. 전력을 주로 상수도 펌프장, 지하철 등 주요 도시 기반 시설로 돌렸기 때문이다. 주거용 건물은 대부분 정전됐고, (중앙 난방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난방도 꺼졌다. 난방에 필요한 온수도 부족하다. 당국은 급한대로 가스 보일러에서 온수를 끌어오기 시작했지만 미지근하다." (미 뉴욕 타임스(NYT), 15일자)

우크라이나의 최악 정전 사태를 상징하는 촛불 이미지/사진출처:odessa-life.od.ua
우크라이나의 최악 정전 사태를 상징하는 촛불 이미지/사진출처:odessa-life.od.ua

 

현지 매체의 보도는 더 절박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6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전력 상황'(Ситуация со светом) 코너에서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키예프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오늘도 계속됐다'며 "고층 건물 거주자들은 가스마저 공급되지 않아 물과 음식을 데우는 것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실상 에너지 비상 사태를 선언하고 키예프 시민들이 얼어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한밤에 난방이 되는 한파 쉼터(긴급 대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야간 통행 금지 조치를 사실상 해제했다. 긴급 대피 시설로 지정된 쇼핑센터와 비즈니스 센터, 카페및 레스토랑, 주유소 등은 24시간 영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파 쉼터는 자체 전력 생산 시설을 갖추고, 난방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으로, 피란온 시민들에게 무료로 생수나 차를 제공하도록 했다. 에너지 비상 조치는 키예프(및 수도권)와 드네프르강 서안 지역이 1차 대상이고, 점차 넓혀나갈 방침이다. 당국은 이같은 한파 쉼터를 1천200여 곳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조치에 따라 건물 옥외 조명이 모두 꺼지고, 가로등 밝기도 20%로 줄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력도, 물도, 에너지원에 대한 미래 희망이 사라진 상태에서 에너지 부문 비상사태 선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한파를 이겨낼 난방이다. 스트라나.ua가 입수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약 100채의 고층 건물에 난방이 아예 제공되지 않고 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전날(15일) 300채의 고층 건물이 난방이 안 된다고 보고했으니 겉으로는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키예프 시 의원인 마리나 포로셴코(전 포로셴코 대통령의 부인)는 전기와 난방 공급이 재개되지 않는 주거용 건물(아파트)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켜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집에서는 난방관이 강추위로 얼어 터졌기 때문이다.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는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난방관이 터진 이유는 난방이 끊어진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한파가 들이닥친 지난 9일을 전후로 기존의 난방용 물을 빼내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현지 언론에는 난방이 제공되지 않는 것에서는 난방관에서 물을 빼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실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을 빼내는데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추위가 누그러들지 않는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난방관은 터지고 가구마다 물이 줄줄 새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급기야 키예프 시민 수만명이 난방없이 올 겨울을 지내야한다는 전문가 예측이 16일 늦게 나왔다. 난방 시설 보수를 위해서는 우선 건물에 대한 기술 진단이 필요하며, 그 대상은 약 50~100채(우리 식으로는 아파트 한 동 기준, 10만~15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이후 수리 예산 확보와 업체 선정, 공사가 필요한데, 8~10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아파트 천장에서 물(난방용 물)이 쏟아지고, 이를 받아내는 양동이 영상들이 이미 올라온 상태다. 

아파트 천정에서 쏟아지는 난방용 물을 받기 위해 놓아둔 양동이들/영상 캡처
아파트 천정에서 쏟아지는 난방용 물을 받기 위해 놓아둔 양동이들/영상 캡처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수도관(난방관)을 토치로 녹이는 모습/캡처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수도관(난방관)을 토치로 녹이는 모습/캡처

키예프의 난방 문제는 기본적으로 ​​전력과 난방용 온수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벌어졌다.
최근 부총리겸 에너지부 장관에 취임한 슈미갈 전총리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발전소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16일 로이터 통신 측에 360만 시민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약 1,700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한데, 절반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같은 한파에 난방이 끊기고 전력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시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속하게 추가로 발전기를 (서방으로부터) 공급받고, 복구팀이 24시간 내내 작업하고 있지만, 약 100채의 건물이 여전히 난방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틀전(14일)에도 시의 전력 공급 상황이 지난 4년간의 전쟁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전력난에 자체 발전 시설을 이용해 문을 열었던 매장들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기 시작했다. 키예프의 유명 레스토랑 린덴도 지난 13일 셔트를 내렸고, 시 외곽(수도권)에서 시작된 슈퍼마켓과 소규모 식료품점의 운영 중단도 키예프 시내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0여 개의 대형 슈퍼마켓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퇴근 시간 무렵에는 슈퍼마켓의 텅 빈 빵 진열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연료와 의약품, 생필품의 사재기가 본격 시작된 것. 전(全)우크라이나 제빵사협회의 유리 두첸코 부총리는 "상황은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빵의 수급이 통제되고 있다"며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계상황에 달한 키예프 수도권, 이르펜의 슈퍼마켓 진열대/사진출처:스트라나.ua
한계상황에 달한 키예프 수도권, 이르펜의 슈퍼마켓 진열대/사진출처:스트라나.ua

키예프시 안팎의 매장들은 연말연시 성수기가 끝나면서 발전에 큰 돈을 쓰면서 더 이상 문을 열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일부 가정들이 자녀들이 방학을 맞자 키예프를 떠났고, 클리치코 시장도 시민들에게 "여유가 된다면 키예프를 떠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 기반시설이 그 어느 곳보다 잘 된 키예프가 이처럼 한계 상황을 맞은 것은 러시아의 집중 공습 전략에 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알렉산드르 하르첸코 에너지 연구 센터 소장은 미 NYT에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키예프와 남부 오데사, 드니프로 등 3개 도시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단 시 변전소를 파괴해 국가 전력망에서 분리시킨 뒤 시 발전소를 파괴하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또 공습은 약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데, 이는 복구 작업을 방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르첸코 소장은 "복구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바로 그 시점에 맞춰 또 공격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키예프와 수도권 에너지 위기 상황을 놓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클리치코 시장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대국민 영상에서 "키예프시가 최근 며칠 동안 대책 마련에 필요한 노력을 등한시했다"며 "긴급 상황에 맞는 대책 마련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키예프시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당연히 클리치코 시장이 발끈했다. 그는 곧바로 SNS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충성파 인사들을 극도로 증오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며 "시가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보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틀 전 키예프 시민들에게 일시 대피 제안을 내놨다가 친대통령 성향의 시민단체들로부터 받은 비난을 거론하며 "얼어 죽는 걸 피하려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잠시 떠나야 한다. 저는 지지율이나 허황된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종전 후 선거를 대비해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정치적 갈등을 겪어온 정적 관계다. 대통령은 껄끄러운 클리치코 시장을 축출하려고 시도했으며, 클리치코 시장은 전시(戰時)를 이용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독재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국영 에너지 기업의 대형 부패 스캔들이 젤렌스키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직격한 바 있다.

키예프의 겨울철 어려움은 지난해 10월 러-우크라 에너지 전쟁이 가열되면서 일찌감치 예고됐다. 군사 전력상 우위에 있고, 넒은 땅을 지닌 러시아보다는 인구가 밀집되고 방공망이 취약한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전쟁에서 필패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선제 드론 공격으로 '각 전선의 패퇴' 흐름의 반전을 꾀했다. 그 결과는 러시아의 전략적인 에너지 기반 시설 파괴로 키예프 시민들을 강추위 속으로 내몰았다.

러시아군이 에너지 기반 시설에 공습을 집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우크라 간에 진행되는 평화 협상에 대한 사회 여론을 바꾸기 위해서다. 
스트라나.ua는 15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에너지 부문 공습이 평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Как удары по энергетике скажутся на переговорах по миру?)라는 코너에서 "러시아는 오늘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습을 계속했다"며 "크렘린은 어떤 조건의 평화안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늘리기 위해 공습을 계속하는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본다"고 짚었다. 미-우크라 평화협상에서 끝까지 도네츠크주(州) 철군을 거부하는 우크라이나가 여론에 밀려 (미국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철군안을 수락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난 화재를 진화하는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난 화재를 진화하는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하지만 에너지 시설 공습이 우크라이나 여론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여론조사가 실시되더라도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필요하면 고통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만약 조사 결과가 반대로 나온다면, 그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설령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비공개 여론조사를 통해 도네츠크주(州) 양보를 포함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속히 평화를 원한다(미-우크라 평화안 타결/편집자)는 여론을 확인한다고 해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구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이 매체는 내다봤다. NYT 등 서방 외신은 이미 키예프 일부 매체를 인용해 '평화와 영토의 교환'에 대한 여론 변화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평화협상에서 양보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화 협상을 가로막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요 전선의 방어선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이 어떻게든 이번 겨울을 넘길 것이며, 그 후에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격 등으로 한계 상황으로 밀려 우크라이나 측에 양보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이유라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은 반복될수록, 파괴된 시스템 복구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한다. 공습에 나서는 드론 생산량도 러시아측이 절대적으로 많다. 스트라나.ua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든 상황이 정말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며 "그때는 러시아가 지금보다 더 가혹한 평화 조건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새로 임명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과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장관급)가 미국과 추가 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협상을 토대로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전후 안보 문제및 재건 프로젝트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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