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서는 획기적인 '전쟁(드론)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됐다. 컴퓨터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시스템이었다. 적(러시아 군인)을 사살하면 6점, 탱크나 방공시스템을 파괴하면 20점, 30점 등 전과를 올릴 때마다 인센티브(e-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새로운 무기를 확보하는데 쓰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상천외한 제도를 도입한 이는 미하일 페도로프 부총리겸 디지털 개혁부 장관이었다. 그는 "단순히 승리의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쟁의 규칙을 바꾸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초 전격적으로 국방부 장관에 발탁됐다. 이후 전쟁에 관한 그의 발언이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지난 20일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매달 5만명씩 제거하겠다고 했고, 27일에는 러시아 드론의 성능 개선에 시급하게 대응할 것으로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 계획에 깊이 관여한 그로서는 러시아군의 드론 전력 우위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전장의 현실과 전쟁의 논리는 냉혹하다. 얼렁뚱땅 말로 될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페도로프 국방장관은 27일 '드론 군대 2025' 행사에서 "러시아가 드론에 스타링크 위성 시스템(이하 스타링크)을 장착하고 있다"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타링크 탑재 러시아 드론에 대한 대응 속도와 미래 예측, 그리고 잠재적인 위협 사안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국민과 군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드론의 스타링크 장착을 처음 주장한 드론 전문가 세르게이 베스크레스트노프를 장관 고문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페도로프 장관의 고민은 근거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러시아 샤헤드 드론에 스타링크 (위성) 모듈이 장착되면 기존의 우크라이나 전자전 시스템(전파 방해 등 드론의 무력화를 위한 디지털 방식/편집자)으로 격추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자전 시스템은 아래 쪽(지상)에서 오는 신호를 방해할 수 있을 뿐, 스타링크 모듈(안테나)이 수신하는 위쪽(상공) 정보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스타링크는 또 러시아 드론이 더 낮은 고도로 더 쉽게 기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당연히 드론 탐지가 어려워진다. 드론 운영자는 스타링크를 통해 더 빠르게 현장 데이터를 받아 공격 폭표를 설정하고, 타격할 수 있다. 작전 반경(비행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도 최근 러시아 정찰 용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목격된 이유다.
스타링크의 장착 문제는 극히 예민하다.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과 일론 머스크 CEO가 28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드론의 위협을 인식한 시코르스키 장관이 러시아의 스타링크 사용을 막아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자, 머스크 CEO는 그를 아예 바보 취급했다.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군사 통신의 핵심인데,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가 스타링크를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역 또는 특정 지역에서 스타링크 네트워크를 아예 차단하라는 말이냐고 쏘아붙인 셈이다. 페도로프 장관의 고문이 된 드론 전문가 베스크레스트노프는 "러시아군이 곧 스타링크 장착 샤헤드 드론 조작에 능숙해질 텐데,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지털 전문가가 우크라이나 국방 부문 전반을 다루는 장관이 됐지만, 러시아측의 드론 우위는 뒤집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강력한 전차(탱크)와 마찬가지로 현대전의 기둥이 된 드론의 전력은, 기술 개발과 성능 개선, 운용 전략의 쇄신 등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또 탱크를 잡는 대전차 무기가 필요하듯, 드론을 제압하는 안티(反)드론의 개발, 전자전 시스템의 구축도 빠뜨릴 수 없다. 개전 초기만 해도 튀르키예(터키)제 바이락타르 드론에 탱크와 장갑차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러시아는 전쟁을 계속하면서 드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드론의 기술 개발및 성능 개선, 운영 방법 쇄신에 국가적으로 매달렸다. 그 결과, 러시아 드론 전력이 우크라이나를 앞서고 있다는 서방 측의 분석이 나온 것은 지난해(2025년) 봄께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 등이 지난해(2025년) 5월 러시아의 드론 전력을 분석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따라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샤헤드 드론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더 높이 날고 기동성이 향상돼 우크라이나가 격추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 드론은 실시간으로 비행 데이터와 영상을 운영자에게 전송하도록 하는 '텔레그램 봇'(자동화 작업 시스템/편집자)에 의해 작동된다"고도 했다. '봇'이 한단계 더 진화한 게 소위 드론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드론 생산량을 하루 1,000개로 늘려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러시아가 광섬유을 이용하는 드론을 전장에 도입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보도했고, 더 타임스는 "러시아는 드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새로운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의) 드론(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며 조종하는 드론/편집자)이 전쟁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고 썼다.
드론의 전세가 역전된 것은 2024년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 기습 작전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크게 충격을 받은 러시아는 드론 전력을 집대성한 소위 '루비콘 부대'를 만들어 공격 전술을 '드론+보병 합동 작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우선 러시아 루비콘 부대는 드론으로 쿠르스크 점령 우크라이나군의 후방 보급로를 끊은 뒤, 고립된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러시아군의 진격로를 열어줬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줄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은 '루비콘 부대'에 의해 파괴됐다. 더 이상 드론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보병의 공세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목을 끈 게 러시아의 광섬유 드론이다. 무선 신호에 의존하던 이전의 드론 모델과는 달리, 광섬유 드론은 실 같은 가느다란 케이블로 제어돼 전파 방해(전자전 시스템)를 받지 않았다. 드론 운용자는 광섬유로 받은 신호를 바탕으로 상대의 방공망을 피하고, 타격 순간까지 영상을 보며 목표물을 정확하게 때릴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측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쿠르스크 수복 작전에서 사정거리가 최대 20㎞에 이르는 광섬유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를 파괴하고, 쿠르스크 지역의 주요 보급로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제13 하르티야 전술 여단의 한 대대장은 더 타임스에 "러시아 (광섬유) FPV 드론의 파괴 범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대는 때때로 식량, 탄약, 탈출로가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고 인정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2025년 11월)에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25년 전쟁의 주요 변화로 러시아의 드론 전략을 꼽으며 "러시아군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핵심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드론의 수적 우위를 가져간 것은 물론, 후방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드론 전술도 익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WSJ에 "드론 운용 능력을 대폭 끌어올린 러시아는 올해(2025년) 가을 전장에서 드론전 주도권을 확보했다"며 "드론 규모와 기술, 전술 모두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되짚어보면 지난해 4월 도입한 우크라이나의 '전쟁 인센티브 시스템'도 러시아에 드론 주도권을 넘겨줄 것 같은 불안감에서 드론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의 그같은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드론 분야에서 오랫동안 우위를 유지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가을쯤 러시아군에게 완전히 우위를 넘겨줬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개전 초기 성공적인 방어 전략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 발레리 잘루즈니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현 주영 대사)도 "러시아의 드론 작전에 의해 통신선이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후방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소위 드론 전쟁에서 주도권을 되찾지 못한다면 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왔던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2025년) 초 '드론 장벽'을 주요 방어 전략으로 채택, 추진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드론 전술및 운용 측면에서 '군사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스트라나.ua에따르면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27일 드론 조종사(FPV 드론 운영자)들에게 적용되는 'e-포인트 제도'(인센티브 제도)가 앞으로 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성과에만 매달리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드론 전술이 현장에서 뒷걸음질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e-포인트 시스템에 올라온 82만 건의 영상은 20~30대의 FPV 드론이 파괴된 탱크 하나로 돌진하는 영상을 멋지게 촬영한 뒤 각각의 드론이 파괴한 것으로 집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같은 방식은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드론의 최신 전술은 적을 전장에서 고립시키거나, 최전선 드론 부대를 파괴해 지상군의 기동을 지원하는 임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기껏 적 장비의 손실을 헤아리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의 루비콘 드론 부대는 우크라이나 군의 전장에서 고립시키는 역할을 가장 중요시하고, 군수 물자 수송을 끊은 뒤 개별 진지를 외부와 차단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후방으로부터 고립된 거리는 20~25㎞에 달하며, 최대 40㎞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최전선 부대의 정상적인 작전 수행이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드론 부대가 아무리 많은 목표물을 타격하더라도, 적의 드론 부대 조종사들을 제거하지 않아 최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상황에는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 드론의 전술 방향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어떤 성과도 촬영하거나 기록하지 않고, 적의 공세에 고스란히 노출된 보병들은 최전선 도착 후 생존 시간이 고작 몇 시간, 혹은 며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군이 어떻게 콘스탄티노프카(콘스티아니우카)를 돌파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겯들이기도 했다.
“적군(러시아군)은 콘스탄티노프카 공격 때 매우 정교한 가짜 탱크를 동원했다. 우크라이아군은 모든 드론을 동원해 이를 영웅적으로 파괴했지만, 그 사이 적군은 소규모 보병 부대를 시내로 잠입시켰다. 적군의 움직임을 막아야 할 드론 부대가 실적을 쌓기 위해 가짜 탱크 공격 파괴에 나섰기 때문에 방어망이 뚫렸다.” 그는 또 "드론 사업에는 막대한 예산과 엄청난 뇌물이 투입돼 구매 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수백만 달러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기 좋은 홍보 전략만 짜내고 실행한다"고 비판했다.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드론에 접목된 탓도 크다. 그러나 전문가와 언론의 기대대로 드론이 AI로 진화한 것은 아니었다. 개전 3년째를 앞두고 있던 지난 2024년 11월, 로이터 통신, BBC 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살상용 드론의 타격 정확도가 AI의 도입으로 50%에서 올해 80%까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국방 전문 AI 기업 '팔란티어'가 제공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드론이 상용 위성과 정찰 드론이 수집한 적군의 위치 정보를 AI로 분석해 타격 정확도를 높였다고 했다. 특히 팔란티어의 AI 정찰 드론 '세이커'는 최대 10㎞ 범위 안에서 탱크, 차량, 인간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공격 대상을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뒤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우크라이나에서 AI를 응용한 자율비행 드론의 대량 생산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Auterion'이 개발한 미니 컴퓨터가 공격의 마지막 순간, 드론을 제어하는 드론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3년차에는 이같은 AI 응용 드론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전 3년 차에 우크라이나의 AI 드론 보다는 러시아의 광섬유 드론이 전장을 지배했고, 스타링크를 이용하는 드론이 더 위협적으로 다가온 상태다. AI 드론의 존재는 1년 3개월 전의 장및빛 언론 전망과는 달리, 전쟁의 판을 바꾸는 게임메이커는 아직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