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5일 억류 중인 포로를 서로 200명씩 주고 받았다. 500명씩 교환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실제 교환은 절반에도 못미쳤다. 이번 포로 교환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이 중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우크라 간에 포로 교환이 이뤄질 때마다 국내 언론은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 2명의 포함 여부에 잔뜩 신경을 쓴다. 국민 정서상으로는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또 남북한과 러시아라는 미묘한 지정학적 3자 관계 아래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올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자칫하면 우리 국민들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를, 한러 관계에는 커다란 외교적 손상을 남길 지도 모른다.

지난달(2월) 24~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온 유용원 의원(국민의힘)은 3일 러-우크라 간 포로 교환 과정에서 러시아가 제시한 ‘송환 요구 명단’에 북한군 포로 2명이 여러 차례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북한군 포로들이 러시아 측 포로 송환 대상 명단에 여러 차례 포함된 정황을 우크라이나 측을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쿠르스크주(州) 탈환 작전에 참전했다가 지난해(2025년) 1월 부상당한 채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27)씨와 백모(22)씨는 그동안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언론들은 그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멸족(滅族)을 당한다”며 북송을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유 의원은 “북한군 포로들이 ‘강제 북송’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특사를 보내 이들의 한국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군 포로 2명의 송환에 기준이 될만한 사건(?)이 최근 러-우크라-헝가리 3국 사이에서 생겼다. 헝가리는 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면서도 슬로바키아와 함께 거의 유이(唯二)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옛 동유럽 소속의 중부 유럽 국가다. 우크라이나와는 러시아산 원유을 자국으로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폐쇄 여부를 놓고 현재 말로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는 중이다. 헝가리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수송 차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규모의 EU대출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유럽 제재 조치를 막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모스크바를 방문한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이 4일 푸틴 대통령과 만나 헝가리 국적의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두 명의 석방 허가를 받아내고, 그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SNS(페이스북)에 "푸틴 대통령과 회담 이후 트란스카르파티아 출신의 헝가리 전쟁 포로 두 명이 석방됐다"며 "두 사람 모두 우크라이나와 헝가리 이중 국적자로, 강제로 징집돼 전쟁터로 보내졌다"고 썼다.

푸틴 대통령도 시야르토 장관과 만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어제(3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군에 억류된 헝가리 국민의 석방 가능성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헝가리 이중 국적자이며 강제 징집된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장관의 SNS 사진으로 판단컨대, 석방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들은 시야르토 장관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들의 석방을 "어이가 없는 짓"이라고 규탄하며 헝가리 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포로 석방 문제가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홍보의 일환으로, 또 크렘린과의 관계에서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북한군 포로들의 석방을 러-헝가리 문법에 대입해 보자.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북한군 2명이 생포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상반기부터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송환 노력 중이라고 말해 왔다. 따라서 북한군 포로는 이번에 석방된 헝가리 포로들(이중 국적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신분이다.
다음으로 한-우크라 관계. 공식적으로는 살상용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낸 적은 없지만, 미국 등 제3국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제공됐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비밀이다.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석방해달라는 전화 요청을 받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키예프(키이우)로 날아간다면 북한군 포로를 우리 쪽으로 넘겨줄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이에 북한은 펄쩍펄쩍 뛸 것이고, 러시아도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게 분명하다. 포로 교환은 기본적으로 포로를 억류중인 국가가 상대국에게 명단을 보내면서, 꼭 돌려받아야 할 포로와 보내고 싶지 않는 위험 인물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북한군 포로 2명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외적인 프로파간다(선전전)와 국내 언론의 과도한 취재로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는 포로'가 된 상태다. 유 의원이 주장했듯이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포로 송환을 요구했을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 보내는 포로 명단에서 북한군 2명의 이름을 아예 뺏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이미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포로 교환 협상에서 "북한군 2명을 돌려주면, 우리도 당신들(우크라이나)이 원하는 위험 인물 2명을 석방하겠다"고 수차례 주장했을 개연성도 있다. 유 의원이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에서 확인한 정황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거의 혈맹관계로 들어선 러시아와의 관계 파탄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로부터 북한군 포로 2명을 돌려받을 것인지,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보고 행동이 아니라 '말로만 돌려달라'고 하는 데 그칠지 택해야 한다. 북한군 포로 2명을 국내로 송환할 수 있는 방법은 헝가리가 이미 제시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