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대형 부패 수사가 재점화했다. 전 국방부 제1차관 루슬란 짤리코프가 범죄 조직 구성 혐의로 체포되면서 군부 내부 비리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3월 5일 그를 범죄 조직 구성 및 국가 예산 횡령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그는 해당 조직을 통해 국방부 사업 예산 빼돌린 혐의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TASS)는 이날 보도에서 2024년 이후 국방부 차관급 인사들을 둘러싼 주요 형사 사건을 짚으면서 러시아 군부 내 부패 사건이 연속해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사건은 2024년 체포된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부 차관 사건이다. 2016년부터 군 시설 건설 사업을 담당했던 그는 2018~2023년 사이 건설 기업들로부터 약 13억 루블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횡령과 자금 세탁 혐의도 추가로 밝혀졌다. 러시아 법원은 2025년 7월 케르치 해협 페리 구매 사업 관련 횡령 등으로 이바노프에 징역 13년과 벌금 1억 루블을 선고했다. 또한 국가 훈장을 박탈하고 향후 4년간 공직 취임도 금지했다.

2024년 7월에는 전 국방부 차관이자 군수 담당 장성인 드미트리 불가코프가 체포됐다. 그는 군 의료시설 조명 시스템 계약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고 계약 금액을 부풀려 약 5천만 루블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조직범죄 혐의도 추가됐다. 또 다른 전 차관 파벨 포포프 역시 2024년 8월 체포됐다. 수사 당국은 그가 군 애국 테마파크 ‘파뜨리옷’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빼돌려 개인 별장 공사 등에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포포프는 건설업체로부터 차량과 아파트 등 약 4천500만 루블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불법 무기 보관 혐의도 추가됐다.
왜 국방부 부패 사건이 계속 터지나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군부 부패 사건이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러시아 군 조직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정비 과정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국방 예산은 크게 증가했다. 전쟁 수행을 위해 군수 조달, 시설 건설, 군수 물자 공급 등 대규모 계약이 확대되면서 막대한 자금이 국방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정치학자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 Известия》 인터뷰에서 "전쟁 상황에서 군수 산업과 군 건설 분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국가가 이 자금 흐름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수사는 단순한 형사 사건이 아니라 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또다른 배경으로 군부 권력 재편 과정이 거론된다. 2024년 이후 러시아는 국방부 지휘 체계를 크게 바꿨다. 오랜 기간 국방부를 이끌었던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경제 관료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가 국방장관에 임명되면서 군 조직의 관리 방식도 변화해왔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콘스탄틴 칼라체프는 러시아 매체 RBC와의 인터뷰에서 “벨로우소프 장관 체제의 핵심 과제는 군 조직의 재정 관리와 효율성 강화”라면서 “최근 이어지는 부패 사건 수사는 기존 국방부 관료 네트워크를 정리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이 시점에서 국방부 비리 수사가 이어지는 이유와 관련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군수 효율성 문제를 짚었다. 종합해보면, 러시아가 장기간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군수 예산 관리와 물자 공급 체계의 효율성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군부 내부 권력 구조를 재정비하고 충성도 높은 인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알렉세이 레온코프는 《타스,TAS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 조직의 관리 효율성과 자금 통제가 더욱 중요해진다”면서 “국방부 내부 구조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비리 사건들이 동시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