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Mar 2026

젤렌스키 대통령, 중동에 요격 드론및 전문가 파견? 러시아 공습 방어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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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흘 안에 끝내겠다'던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이란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보이자 신이 났다는 표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소셜 미디어(SNS)에 이란의 드론 대응과 관련한 도움 요청이 미국·유럽·걸프(중동)국가 등에서 11건이나 들어왔다"며 "그들은 드론 요격 체계, 전자전 시스템 등 우크라이나의 드론 운용 경험에 관심이 있다"고 썼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 수호에 도움을 주는 국가들의 요청에는 긍정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은 지난주 목요일(5일)에 지원을 요청했고,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다음 날 중동으로 출발했다"며 "이들은 요르단에서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부터 기지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8일) 그가 키예프(키이우)에서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걸프(중동) 국가들을 위해 드론 전문가들을 이번 주 중동에 파견한다"고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전문가들이 다음 주에 현장에 도착하면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중동 지역에서 이란 드론 '샤헤드'의 방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 지원 요청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의 파견을 지시했다"고 SNS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자신감에 찬 그의 이같은 발언 뒤에는 지난 4년간의 '드론 전쟁'의 경험이 녹아 있다. 우크라이나는 밀고 내려오는 러시아군 기갑부대를 튀르키예(터키)제 드론 '바이락타르' 로 일단 제어하고, 러시아가 다시 이란제 '샤헤드' 드론과 이를 개량한 '게란' 드론 등으로 무차별 공습에 나서자 중기관총과 F-16 전투기에서 사용하는 저렴한 공대공 미사일, 전자전 시스템, 그리고 자체 개발한 요격 드론 '스팅' 등으로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드론 개발 기술은 축적됐고, 드론과의 전투 경험은 계속 쌓였다.

일부 서방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요격 드론 '스팅'은 시속 250㎞의 속도로, 날아오는 샤헤드 드론(최고 속도는 시속 185㎞)를 따라잡는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말부터 소형 요격 드론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샤헤드 드론을 막아내는 우크라이나의 전문성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우크라이나 요격 드론의 성능이 우수하고 경험도 풍부하다고 인정하자. 이란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중동으로 쏠렸다고 해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집안(우크라이나) 방어는 어떻게 하고 남의 집(미국과 걸프 지역 국가)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9일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드론의 기술력및 경험을 강조하며 노리는 궁극적인 목적을 살폈다.

그의 발언에 포함된 공개적인 의도는 미국산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과의 교환이다. 이란의 드론 공격에 시달리는 걸프 국가(중동)들에게 요격 드론과 관련 기술을 줄테니,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달라는 것.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가뜩이나 수요가 폭증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누가 순순히 내줄까? 

미 NYT는 8일 드미트리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의 말을 인용, "우크라이나가 지난 4년간 받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겨우 600기(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 담당 최고위원은 우크라이나가 올 겨울에만 700발의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주장/편집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한 주 걸프 지역 국가들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격퇴하는데 쓴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800기 이상"이라며 "요격 미사일의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5년 한해 생산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약 620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사진출처:파블류크 당시 우크라 국방부 제1차관 텔레그램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사진출처:파블류크 당시 우크라 국방부 제1차관 텔레그램

스트라나.ua는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낮은 드론-패트리어트 미사일 교환 목적보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대(對)미 전략을 주로 살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란 공격을 적극적으로 촉구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또 군사작전이 시작되자 "독재자는 제거해야 한다"며 대놓고 지지를 보냈다.

이 시점에 그의 전략은 단순했다. 미국이 이란 전쟁에 신경을 쏟으면 쏟을 수록 그동안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 도네츠크주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6일 도네츠크주의 요새 도시들을 전격적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미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를 3자 협상에서 영토(도네츠크주)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미국이 이란을 신속하게 제압할 경우, 소위 에너지및 방산 분야의 기득권층으로 알려진 미국내 전쟁 강경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게 아니라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겨냥해 전쟁의 장기화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젤렌스키 대툥령은 믿고 있다.

관건은 이란 전쟁의 판세다. 9일로 열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의 군사작전 성공 가능성은 점점 더 흐릿해지는 판국이다. 개전과 동시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등을 제거했지만,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뽑혔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아버지 하메네이 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잃었다. 그의 후계자 승계는 이란이 미국에 쉽사리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기지 폭격으로 주변 지역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혔다/사진출처:이란 ISNA 통신, 스트라나.ua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기지 폭격으로 주변 지역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혔다/사진출처:이란 ISNA 통신, 스트라나.ua 

덩달아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의 최신 방공무기 등이 중동 지역 쪽으로 쏠리고, 우크라이나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번 전쟁의 '숨은 승리자'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국제 유가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원조국인 EU도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EU에 러시아산 석유및 가스에 대한 모든 제재를 즉시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도 EU가 원할 경우 에너지 거래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호응했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제 유가의 급등에 따른 EU의 재정 악화다. 이 경우, EU가 오는 4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900억 유로의 대(對)우크라 차관 집행이 더욱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900억 유로 지원은 현재 헝가리의 반대로 막혀 있지만, 설사 헝가리가 찬성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EU에게 재정적 여유가 없다면 또다른 회원국이 지원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신속히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란 전쟁으로 러시아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러시아 편으로 더 다가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주로 알려진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이란 전쟁의 출구 전략까지 러시아와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이란 전쟁의 출구 전략으로는 이란이 보유한 우라늄을 러시아에 넘기는 것을 전제로, 휴전 협상에 임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어느 모로 보나, 키예프(키이우)가 가진 카드는 러시아보다 훨씬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도 다음 수(플랜 B)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친우크라 서방 언론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대한 지원세력임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서 '드론 방어'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드론 방어 작전'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친우크라 서방 언론(주로 영국)은 즉각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수락했으며, 현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이 문제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드론 방어 작전)가 키예프의 제안일 뿐"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NYT와의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 드론 방어 전문가단이 워싱턴의 요청에 따라 요르단 기지 보호를 위해 이미 떠났다"고 말을 바꿨다. 미국은 여전히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스트라나.ua는 "'전쟁에는 절대로 남아도는 총검이 없다'는 원칙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제안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여기서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러시아 드론이 끊임없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남을 도울 만큼 여유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 드론이 모두 격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요격 드론은 대체 어디에 있나?" 질문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그런데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지상 작전을 개시할 경우, 키예프가 최전선에 드론 부대를 파견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돌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비버 드론/사진출처:인스타그램 @lachen_tyt
우크라이나군의 비버 드론/사진출처:인스타그램 @lachen_tyt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핵심 군사 전력을 중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선의 방어 작전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전우로 싸우는 게 유리하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중동 지역 드론 방어 작전' 아이디어도 유용한 옵션이 된다. 그 선택은 시간이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다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키예프가 그동안 추진해온,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붕괴될 것'이라는 장기전 작전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란 전쟁은 조만간 우크라이나에게도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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