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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3
게시일
2014-05-22
국가
러시아
<쉬콜라 넘버 880> 10학년에 재학 중(한국에서는 고등학생)인 다리아 알렉산드로브나 씨의 가족들은 예전에 비해 1시간 일찍 일어나게 됐다. 큰딸인 다샤(다리아의 애칭) 때문이다. 아침 6시 30분이면 다샤의 방에서 들려오는 K-pop이 그들의 귀를 자극했다. 처음에 어머니는 “미쳤냐, 음악 소리 좀 줄여!”라고 그녀를 나무랐다. 다샤의 아버지는 베개로 귀를 막아보기도 했지만, 방음이 잘되지 않는 낡아빠진 아파트에서 사는 건 자신의 무능력 때문이라며 자책을 거듭한 결과 가장 슬기로운 선택을 했다. 인내다. 볼륨을 낮추라며 다샤 방문을 있는 힘껏 두드리고 발로 찼던 어머니도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연스럽게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시간이 되면 그녀의 어머니는 부엌에 가서 식사 준비를 한다. 계속 듣다 보니 귀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녀의 어머니는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가끔 어깨를 들썩이게 됐다. 다샤의 동생인 10살 아래의 남동생 제냐는 그녀의 절대 지지자이자 숨겨진 조력자다. 늦잠꾸러기였던 제냐가 일찍 일어나서 다샤와 방방 뛰는 모습은 부모님들을 이해시키는데 한몫했다. 초콜릿과 과자를 좋아하는 다샤가 춤 연습에 필요한 전신 거울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면서 눈에 띄게 살도 빠졌다.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러시아인들>
1년 전부터 K-pop의 매력에 푹 빠진 다샤. 그녀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책상에 모여 앉아 전날 본 티아라와 2PM, 빅뱅의 뮤직 비디오에 대해서 얘기한다. 브 콘탁테(러시아 소셜 네트워크)에 실시간 올라오는 그룹 소식들을 들으며 초콜릿보다 달콤한 상상에 빠진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친다. 앞에는 한국 마켓에서 산 김으로 직접 만든 치즈가 들어간 '롤'과 김치가 있다. 제법 매운맛에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절대, 절대로 주방에서 먹을 수 없다. 김치 냄새에 엄마가 까무러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와 K-pop관련 도메인을 돌아다니며 K-pop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한 그녀는 춤을 추는 자신을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나도 티아라의 지연처럼 춤을 출 수 있을까?'
<케이팝댄스에 도전하는 다샤>
혼자 피식피식 웃다가 괜찮은 정보를 몇 개 찾아낸다. 러시아 한국문화원과 모스크바 몇몇 공원에서 자기 또래의 친구들의 K-pop 댄스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전부터 다샤의 K-POP 사랑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춤은 쳐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분야였다. 그러나 발랄하고, 경쾌하고, 역동적인 춤동작이 점점 몸에 배는 것을 느끼면서, 그간 느껴보지 못한 쾌감에 전율이 일고 땀으로 옷이 흠뻑 젖는 경험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K-POP의 매력에 실감하기 시작했다. 보너스로 주어진 게 있다면 살도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또래 친구들이 고민하는 하체 비만이 어느 순간 불쑥 찾아왔었다. 과다한 육식을 비롯해 트보르, 치즈 같은 유지방 음식, 과자 초콜릿이 원인이었다. 운동 부족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전신 거울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면서 단 음식을 줄이고 가끔이지만 김치를 먹으면서 유제품의 과다 섭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거기다가 매일 아침 춤 연습을 하니 살이 안 빠지겠는가. 어마어마한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것을 그녀는 무의식중에 거울을 통해 감지했다. 춤을 끊을 수 없는 이유다.
<케이팝댄스를 연습하는 러시아 남자>
일요일, 러시아 한국문화원, 150여명의 러시아 친구들이 블락비의 '난리나'를 틀어놓고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노래 소절에 맞춰 안무를 익히고 있다. 대부분 여학생들이지만 남학생도 눈에 띈다. 문화원 2층 대강당이 학생들로 꽉 찼다. 한국 노래 '난리나'가 대강당에서 맞은편 '취스티 프루디'공원까지 울려 퍼진다.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은 현재 모스크바 명소인 '취스티 프루디(깨끗한 연못)' 앞에 소재하고 있다. 다샤는 오늘 배운 동작을 잊지 않기 위해 가지고 온 공책에 그림을 그려가며 자세하게 적는다. 그녀의 K-POP 행군은 그렇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위 기사는 다리아의 이야기를 토대로 픽션을 더해 각색했음을 밝힙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최승현 통신원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