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수능시험인 통합국가시험(ЕГЭ, 이하 수능)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점을 받은 학생이 나왔다. 러시아 수능은 학생들이 쉬꼴라(초중등) 11년 과정을 끝내는 마지막 해 5월부터 2~3주에 걸쳐 실시된다. 전국적으로 한날 한시에 치러지는 한국의 수능과 다른데, 그 이유는 땅덩어리가 너무나 넓은 러시아에서는 한국식 수능 시험 방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쪽의 수도 모스크바와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시차는 9시간, 러시아 땅 동쪽과 서쪽 끝 간의 시차는 무려 11시간이다. 지역마다 수능 실시 시간이 다르고, 시험 문제가 다를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11학년 졸업반 학생들의 수능에 대한 부담감은 한국 학생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대체로 수능 점수로 대학을 선택하고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 쉬꼴라를 졸업하는 러시아 학생(고교 3년생)에게는 인생 초반에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작문 능력을 아주 중요시한다. 작문 시험은 대학별로 치르는 게 아니라, 수능 약 3개월 전에 1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작문 시험 성적으로 대체된다. 주로 예시로 든 러시아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작성하는 방식인데, 각 대학에서는 이를 통해 학생의 사고력과 글쓰기를 보고, 입학 전형 과정에서 감안한다.
러시아 수능은 필수 과목인 러시아어와 수학 외에 2~3개 선택 과목으로 치러진다. 선택 과목은 장래 희망에 따라 다르다. 의사를 희망하면, 주로 생물학과 화학을, 변호사를 꿈꾸면 역사와 사회 과목을 선택한다. 지원 가능한 전공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추가 과목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만점을 맞은 학생은 3과목을 선택해 모두 5과목, 각 과목 100점, 총 500점 만점을 받았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만점을 받은 학생이 사상 처음 나온 만큼 "진짜 500점 만점이 가능하냐"는 반응에서 "진짜 대단하다"는 놀라움까지 평가는 다양하다.
현지 언론도 만점을 받은 여학생의 수능 대비법과 당일 컨디션, 앞으로의 장래 희망 등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한국이라면 수능 만점 학생은 당연히 의과대학이나 법과대학을 희망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화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한 과학자가 되어 나중에 노벨상에 도전하겠다는 야침찬 발언으로 들린다.
AiF(아구르멘티 이 팍티, 논쟁과 사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1409번 쉬꼴라 졸업생인 예카테리나 말코바는 지난달(6월) 28일 "모스크바 국립대학교(통칭 엠게우) 화학과(химфаком МГУ)와 모스크바 물리기술(과학)원(엠페테이 МФТИ) 전자물리학부(ФЭФМ) 중에서 어느 쪽에 진학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11학년 초(지난해 9월)부터 수능 준비를 시작했으나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 과목이라도 만점을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섯 과목에서 만점을 받다니 나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수능 만점 비결'을 알려달라는 언론 요청에 말코바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선택하라"면서 "그러면 시험공부조차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발언은 한국에서 수능 수석을 차지한 학생들과 거의 비슷했다.
"11학년에는 공부 외에도 취미 활동, 운동, 산책,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서 수능 준비를 했다."
러시아 쉬꼴라 졸업생들은 7월부터 대학 입학 절차에 들어간다. 그녀가 엠게우로 갈지, 엠페테이로 갈지 곧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