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Sep 2026

이런 헛소리? 우크라 드론이 아직도 전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게란-5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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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4년 6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푸틴 대통령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명령에 따라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대기 중이던 러시아 기갑부대(탱크와 중화기 차량)가 국경을 넘었다. 이후 들려온 소식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주로 튀르키예·터키산 바이락타르)이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격을 막아섰다는 것.

2년 전(2020년) 구소련 북카프카스(코카서스)의 앙숙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분쟁 영토인 나고르노-카바흐를 두고 벌인 '마지막 결전'을 언론들이 떠올린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당시 터키로부터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제공받은 아제르바이잔은 밀고 들어오는 아르메니아 탱크들을 보는 족족 파괴했고, 여세를 몰아 나고르노-카라바흐 영토 대부분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했던 바이락타르 드론/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했던 바이락타르 드론/캡처

 

 

서방 언론은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격을 막은 우크라이나 드론 전력에 눈길을 돌렸고, 이후 수많은 우크라이나 '드론 기적'이 소개됐다. 아마추어 드론 전문가로부터 가내 수공업으로 이뤄지는 드론 조립, 날이 갈수록 개량·진화하는 드론 성능에 전장에서의 드론 전술까지, 모든 게 기사거리가 됐다. 급기야는 지난 2월 이란전쟁이 중동지역 곳곳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첨단 드론 기술및 운영 경험을 '비즈니스 키워드'로 내세우기도 했다. 

전쟁 발발 후 한동안 러시아는 드론 전력에서 우크라이나에 한참 뒤졌다. 뒤늦게 이란산 샤헤드 드론을 들여와 전장에 투입하고, 샤헤드 드론 개량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러시아의 드론 전력 강화 노력도 솔직히 그동안 서방 언론의 관심 밖에 있었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캡처
이란산 샤헤드 드론/캡처

국내 언론에도 우크라이나 드론은 자주 소개된다. 
조선일보도 14일 파리 특파원 기사로 우크라이나 방산 업체 ‘파이어 포인트’가 개발한 신형 드론 FP-1을 소개했다. 이 장거리 드론이 지난 9일 국경에서 약 3,200㎞ 떨어진 러시아 북극권의 야말-네네츠 가스 시설을 타격한 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드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다. 장거리 드론은 이제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3,000~5,500㎞)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24년 양산이 시작된 FP-1은 최대 시속 205㎞로 최대 7시간을 날 수 있다. 공식 제원상 최대 사거리는 2600㎞인데, 3200㎞를 날아갔다. 소형 항공기 모양으로 설계된 이 드론은 폭이 6m나 되는 날개 내부에도 추가 연료 탱크를 넣어 사거리를 늘렸다고 했다. “최초 개발 시엔 사거리가 700㎞에 불과했지만 실전 경험이 쌓이면서 사거리와 정확도를 모두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는 이리나 테레흐(34) 파이어포인트 CEO의 외신 인터뷰 발언까지 소개했다.

유로사토리26에 전시된 우크라이나 FP1 드론의 개량형/사진출처:오볼론카, 스트라나.ua 
유로사토리26에 전시된 우크라이나 FP1 드론의 개량형/사진출처:오볼론카, 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FP-1 드론 제원
우크라이나 FP-1 드론 제원

이제는 FP-1 드론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해 러시아의 방공망을 돌파했다고도 했다.

다 맞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언론도, 서방 언론도 이를 주기적으로 보도해 왔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어쩌면 조만간 헛소리가 될 지도 모른다. 드론의 성능 개선 방향이 비행 사거리가 아니라 비행 속도이고, 똑똑한 한 대보다는 고만고만한 수십 대가 더 유용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의 요격률이 지금도 거의 90%대에 달하기에 누가 값싸게 많이 만들어 대량으로 전선에 도입할 수 있느냐에 드론 전쟁의 판도가 갈릴 판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게란-4와 게란-5와 같은 러시아의 신형 드론과 미사일-드론 하이브리드 형인 '반데롤'이 뛰어난 비행 속도와 대량 생산으로 우크라이나 공중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러시아 게란 드론 개량 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출처:FT
러시아 게란 드론 개량 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출처:FT

FT가 주목한 것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러시아 최신 드론의 빠른 속도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생산량이다. 전문가들은 FT에 "러시아가 현재의 생산 속도를 유지하고 해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면, 러-우크라 간의 이러한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트라나.ua는 "크렘린은 중앙 집중식 생산 체제로 전장에서의 피드백을 신속히 반영해 드론을 개량하고, 새로운 모델을 신속하게 전장에 배치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또 이같은 드론은 이전까지 모스크바 공습 작전의 주력이었던 미사일보다 몇 배나 저렴하다고 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호프 소장은 "러시아가 처음부터 대규모 드론 생산 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하고 값비싼 공작기계가 필요한 탱크 생산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사 장비 개발 과정에서 거치는 장기간의 시험 기간을 생략한 채, 새로운 기능은 곧바로 드론에 적용됐고, 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생산하면서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제트 엔진을 부착한 최신 드론 모델의 대량 전장 배치는 우크라이나 전문가들과 방산업체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모스크바가 더 빠르고 사거리가 긴 게란-4와 게란-5보다는 최고 속도가 약 300㎞/h에 불과한 저출력 게란-3 무인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는 것이다. 

드론과 미사일의 하이브리드형인 반데롤 드론/사진출처:오픈 소스, 스트라나.ua
드론과 미사일의 하이브리드형인 반데롤 드론/사진출처:오픈 소스, 스트라나.ua

인기 요격 드론 '스팅'을 제조하는 우크라이나 기업 '와일드 호넷츠'의 한 관계자는 FT에 "이렇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전쟁 초기 러시아 측에 샤헤드 드론을 제공한 이란이 거꾸로 모스크바에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게란 드론을 요청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을 현지화한 게란-1 드론은 최대 20㎏의 폭탄을 달고 시속 185㎞로 날 수 있었다. 올 1월 러시아에 실전 배치된 게란-5는 제트 엔진 시스템으로 최대 시속 600㎞에 90㎏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도 최대 1,000㎞에 이른다. 

성능 개선은 속도와 외형에만 머물지 않는다.
게란-1은 원시적인 조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신형 드론은 열화상 카메라와 AI 기반 조준 시스템, 러시아제 전파 방해 방지 안테나, 그리고 메시 무선 네트워크용 중국제 모뎀을 장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 고문인 세르게이(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는 "러시아 드론은 2~5㎞ 고도에서 날아가며 목표물을 탐지하고 카메라로 촬영한 후, 자동으로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또 "거의 모든 제트 추진 드론에 이러한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군사 전문가 콘라드 무지카의 말을 인용, 드론의 이같은 현대화는 (순항) 미사일과 드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무지카는 "머지않아 드론도 스텔스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드론의 생산, 조달 및 사용 비용이 높아지고, 파괴력 또한 커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국방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파비안 호프만은 "러시아가 현재의 생산 속도를 유지하고 해외 엔진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면, 세계 최저가 순항 미사일(제트 엔진의 첨단 드론을 뜻하는 듯/편집자)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빠르게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요격률도 러시아 제트 드론(게란-4, 게란-5)의 경우 60% 성공률에 그친다. 일반 드론 요격률은 대략 90~95%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의 월별 러시아 샤헤드 드론 요격율/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의 월별 러시아 샤헤드 드론 요격율/출처:스트라나.ua

게란-5와 반데롤 드론의 생산 비용은 대당 약 10만 달러인데, 이를 요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서방)이 써야 하는 요격 미사일(페트리어트)은 기당 200만 달러를 넘는다. 심각한 비효율이자 가성비 제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게란 드론에 탑재되는 4만 5000달러 이하의 제트 엔진 등 중국산 부품을 대거 들여와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만들어낸다. 제트 엔진부터 항법 컴퓨터, 통신 장비, 민간용 마이크로모터까지 대다수 드론 부품은 알리바바 등 중국의 온-오프 라인 시장에서 유통되는 민간 장비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러시아는 서방의 촘촘한 경제 제재망을 비웃듯, 이중용도의 중국산 민간 부품으로 신형 드론을 한 달 만에 신속하게 배치하는 놀라운 생산 속도를 선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드론의 성능 개선에 한 몫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는 지난 5월 '영웅의 시대' 프로그램 이수자들과의 만남에서 "러시아 드론의 성능이 향상되고 있지만, 기술 개발이 계속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달 뒤(6월)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 드론이 이미지 인식, 자동 표적 탐지 및 항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같은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되고 있다"며 "방공 시스템에도 AI가 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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