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y 2026

러-우크라 전쟁의 추악한 얼굴들 - 프로교환 스캔들, 정보기관 추태, 권력 폭력

관련기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달(4월) 24일(현지시간) 전쟁 포로를 193명씩 맞교환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사 193명이 귀환하고 있다"고 썼다. 러시아 국방부도 포로교환 사실을 확인했다. 양국은 앞서 4월 11일 부활절을 맞아 각각 175명의 포로를 서로 교환하는 등 평화 협상의 진척과는 무관하게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인도주의적인 포로교환에도 추악한 얼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러-우크라 양국이 자기 나라(조국)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포로를 상대국에게 넘겨주는 게 대표적이다. 자기 나라를 비판했다는 것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의사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조국으로 송환됐다는 것은 포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돌아가면 처벌을 받을 게 뻔한 상태에서 송환하는 것도 분명히 비인간적이다.

우크라이나군에게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 두명도 러시아군과 교환되기 보다는 한국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 역시 포로교환의 대상이 된다면, 인도주의적인 교환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추악한 얼굴로 기록될 것이다. 그들은 분명히 북한으로 돌아가 처벌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포로로 잡힌 직후 북한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에 응하는 장면/텔레그램 캡처 
포로로 잡힌 직후 북한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에 응하는 장면/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4월) 29일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매체 '메두자'의 폭로를 인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포로교환 과정에서 자국에 공개적으로 반대, 혹은 비난했던 군인들을 강제로 넘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투옥되거나 심지어 죽음을 맞기도 했다는 것. 

메두자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 기업 '바그너 그룹'의 용병에 합류해 싸우다 우크라이나군에게 항복했던 예브게니 누진은 강제로(?) 러시아로 송환된 뒤 2022년 11월 동료들에게 쇠망치로 맞아 죽었다. 스트라나.ua는 당시 충격적인 이 사건을 전하면서 '포로교환 스캔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전선에 투입된 지 단 이틀 만에 자진해서 우크라이나 측에 항복했고, 언론인 유리 부투소프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에 합류한 것은 (살인죄로 복역 중인) 감옥에서 풀려나 우크라이나에 항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로 송환됐으니, 그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처벌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는지 모르겠다. 

바그너 그룹이 배신자를 처형했다고 밝힌 텔레그램 영상/캡처
바그너 그룹이 배신자를 처형했다고 밝힌 텔레그램 영상/캡처

러시아군은 또 우랄 지역 추바시 자치공화국(추바시야) 출신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자원 입대해 '시베리아 대대'에서 근무했던 21세 대학생 알렉세이 게라시모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송환받았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서 반역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인 아나톨리 타라넨코를 돌려보냈다. 그는 러시아 TV에 출연해 상관에게 구타당한 뒤 러시아로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3년간 러시아 포로 수용소에 있던 그는 우크라이나로 송환돼 반역죄로 기소됐다.

게라시모프나 타라넨코는 포로교환 명단에 자신이 포함된 것을 몰랐거나, 알고는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자기 나라로 돌아가 '반역죄 기소'라는 형사 처벌을 면치 못했다. 

러-우크라 간의 포로교환은 먼저 포로 명단이나 교환 요구 명단을 서로에게 보내 상호 검증및 확인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최대 격전지인 도내츠크주(州) 마리우폴에서 결사항전하다 항복한 민족주의 성향의 부대 '아조프 여단' 지휘부의 경우, 러시아가 포로교환 대상자로 올리는 것을 계속 거부하다가 일단 튀르키예(터키)로 보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재안을 수락했다. 이후 한동안 터키에 억류됐던 아조프 여단 지휘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터키 방문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다시 전선으로 복귀했다.

튀르키예에서 2023년 여름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아조프 연대 지휘관 프로코펜코를 환영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튀르키예에서 2023년 여름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아조프 연대 지휘관 프로코펜코를 환영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포로교환 대상자 선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대목은, 어느 일방이 교환을 요구하나 상대는 거부하고, 어느 일방이 보내고 싶어하나 상대가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다. 가장 추악한 부분은 반역죄 등으로 처벌당할 게 뻔한 포로를 의도적이든 아니든, 상대에게 넘겨주는 경우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망명이라도 받아줘야 할 포로를 상대 측의 요구에 따라 넘겨주면,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쟁 중 비인간적인 행위는 러-우크라 정보기관들의 반역죄 적용에서도 곧잘 나타난다고 한다. 반역자 체포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자국민을 일부러 반역 행위로 유도하는 일도 있다는 게 '메두자'의 지적이다. 

언론인 슈라 부르틴은 '메두자'에 기고한 글에서 "러-우크라 정보기관들이 자국민을 함정에 빠뜨려 나중에 불법 행위로 기소될 수 있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간첩이나 사보타주(비밀 폭파 음모), 반역 등 중범죄자 체포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스트라나.ua는 지난(4월) 29일 메두자를 인용, 이같은 정보기관들의 행태는 러-우크라 양국에서 만연해 있으며, 수천 건의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보기관들이 쓰는 수법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전쟁 이야기로 넘어가 동네 병원이나 다리, 기차역의 사진 촬영, 부대 위치 확인 등을 요청한다. 그러나 기소되면 이같은 행위는 적에게 중요 시설의 좌표를 전달한 반역 행위로 몰린다. 특히 정보기관은 사전에 법원으로부터 '비밀 감청' 허가를 받아 이들의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수집한다니 놀랄 일이다.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유혹도 있다. 도네츠크주(州) 포크로프스크에 사는 안나에게 한 남성이 도시 곳곳의 사진을 찍어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안나는 아무 생각 없이 요청에 응했는데, 간첩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꼬드김도 없지 않다. 러시아 야로슬라블에 사는 10대 여학생은 "돈을 줄테니 정부 건물 인근에 불을 지르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도와준다는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방화 제안을 거부했지만, 체포돼 6년형을 선고받았다. 10대 남학생도 군 모병센터에 불을 지르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화염병을 들고 나섰다가 체포됐다. 그는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병사들을 향해 만든 항복 촉구 영상 '나는 살고 싶다'의 장면들/캡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병사들을 향해 만든 항복 촉구 영상 '나는 살고 싶다'의 장면들/캡처

또 24세 러시아 여성은 '항복해 죽음을 피하라'는 우크라이나군의 항복 권유 영상 '나는 살고 싶다'를 공유했는데, 반(反)러시아의 '자유 러시아 군단'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한 남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자유 러시아 군단' 가입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대화 녹음이 증거로 채택돼 체포됐다. 그녀는 반역죄와 테러 지원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들의 행위로만 보면 반역 혹은 테러 혐의가 짙다. 문제는 이를 제안하고 접촉한 주체가 정보기관 요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전에 정보기관의 감시가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정보기관이 제보를 받고 범죄자 추적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언론인 슈라 부르틴은 "정보기관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 뒤 체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러-우크라 인권보호단체들의 행동도 차이가 난다고 부르틴은 주장했다. 
러시아 내 인권 단체는 거의 와해되었지만, 그들은 피해자들에게 변호사를 제공하는 등 법률 지원을 계속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인권단체들은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 그들을 '콜로복'(러시아 부역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속어/편집자)이나 '크렘린의 앞잡이'들이라고 부르며 외면한다고 한다. SBU의 발표만 믿고 선량한 피해자들마저 배신자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내막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신도 배신자로 낙인찍혀 최전선으로 끌려갈까 두려워하는 인권단체 종사자도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인간적인 권력 폭력도 최근 고발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0여년 전에 우크라이나로 들어와 결혼하고,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드론을 개발한 아슬란 하키모프가 여전히 러시아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만간 러시아로 추방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난(4월) 30일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그의 우크라이나인 아내가 '라디오 리버티'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그가 우크라이나에 불법 체류 중이라는 사실이다. 지난달(4월) 2일 체포돼 외국인 및 무국적자 임시 구금 시설에 수감된 상태다. 

그러나 그의 아내 알렉산드라는 "지난 10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살면서 아이들도 낳았고, 사업체를 운영하며 세금도 꼬박꼬박 납부했다.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남편이 여전히 러시아 시민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그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고, 그를 러시아로 추방하는 것은 죽어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하키모프가 러시아로 송환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항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 명의 최고라다(의회) 의원도 그의 석방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