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y 2026

러-우크라, 대공세 앞서 전과 자랑 '프로파간다'전- 누가 누가 잘하나 프로그램 보는 듯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바로가기기사저장

'마치 누가 누가 잘하나' 어린이 TV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인 봄·여름 공세를 앞두고 전과를 '뻥튀기'하는 프로파간다(선전전)가 가관이다. 언론도 적극적으로 프로파간다전에 참전한다. 

우선 드론 격추.
미하일 표도로프(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4월) 27일 텔레그램을 통해 "3월 한 달간 다양한 종류의 러시아 드론 3만3,000대 이상을 요격했다"고 썼다. 하루 평균 약 1.065대를 요격했다는 계산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키예프(키이우) 방공망 작동 영상/우크라 블로그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키예프(키이우) 방공망 작동 영상/우크라 블로그 영상 캡처

특별히 이날 그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요격 성과를 자랑할 만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이날 현지 매체 인터리아 비다르제니아(Interia Wydarzenia)를 통해 폴란드의 드론 전력 증강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가장 경험이 많은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받아 현대적인 드론 함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의 기술적 해결책과 전문 지식의 도움을 받게 돼 기쁘다"고도 했다. 

이틀 전(4월 25일)에는 발트 연안의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와 공격용 드론과 전자전(EW) 방어 시스템의 공동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하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과 페도로프 국방장관이 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생산및 방어 시스템에 대한 경쟁력을 자랑할 만한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미국 AP 통신은 지난(4월) 29일 페도로프 장관의 드론 성과 발표를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3월의 격추 기록은 전월(2월)의 두 배에 달하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월간 최대 기록이라는 것. 격추된 드론에는 이란제 샤헤드를 비롯해 샤헤드 개량형인 러시아의 '게란' 시리즈(2~5)와 몰니야, 잘라, 오를란 등이 포함됐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표도로프 장관은 "이제 (적 드론을 격추하는) 요격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혁신으로 우리 방공망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됐다"고 자찬했다. 그는 또 "제트 엔진을 장착한 신형 샤헤드 드론(게란 시리즈)에 대응하기 위해 제트 추진 요격 드론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개량하도록 제조사들에게 지시했다"며 "(구름과 비·바람 등) 악천후에도 작동 가능한 유도 시스템(Terminal guidance system) 개발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출처: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현재 러시아에서 차단돼 있다. 과거 자료다.
러시아 국방부/출처: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현재 러시아에서 차단돼 있다. 과거 자료다.

러시아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다.
레그넘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4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 9,372대를 격추했다고 1일 발표했다. 4월 6일에는 가장 많은 목표물(693개)을 제거했으며, 30일에도 571대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4월 29일 밤(30일 새벽까지)에는 우크라이나 드론 18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드론 요격 대수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튿날(2일) 러시아 국방부는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14만대 이상을 격추했다"며 파괴한 우크라이나군 장비및 무기에 대한 통계도 자세히 공개했다. 항공기 671대, 헬리콥터 284대, 대공 미사일 시스템 658대, 전차 및 기타 장갑 전투 차량 2만9,127대, 다연장 로켓 시스템 1,712대, 야포 및 박격포 3만4,710문, 그리고 특수 군용 차량 6만599대 등이 파괴된 목록에 올랐다. 

러시아군은 또 "4월 한달 간 우크라이나 마을 18곳을 점령했다"며 "이 중 6곳은 도네츠크주(州, 러시아식 지명으로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6곳은 하르코프(하르키우)주, 5곳은 수미주, 1곳은 자포로제(자포리자)주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AFP 통신은 4일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발간하는 전황 보고서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러시아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영토보다 잃은 영토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와 자포로제, 하르코프 등 여러 전선에서 진격하며 약 40㎢ 규모의 영토를 탈환했다는 것이다.

AFP 통신은 러시아가 한 달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영토보다 빼앗긴 영토가 더 넓었던 것은 2022년 가을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이후 약 3년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사진출처:페이스북@GeneralStaff.ua 우크라 총참모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사진출처:페이스북@GeneralStaff.ua 우크라 총참모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주말을 뺀 매일 '전황'코너에서 러시아군의 진격및 마을 점령 사실을 전했는데, AFP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영토가 더 많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 전쟁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저 맑은 샘 2024년 10월 발간)을 다시 펼쳐야 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집중적으로 타격한 러시아 석유 시설의 피해에 대한 평가도 언론 매체별, 전문가별로 엇갈린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2일 러-우크라 양국의 발표를 바탕으로 자체 집계한 결과, 우크라이나는 4월 한 달간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최소 21회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정유시설과 석유 수출 터미널, 석유 파이프라인 등이 주 타깃이 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석유 인프라를 노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국제 유가의 혜택을 러시아가 더 이상 누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과, 값비싼 미사일이 아니라 드론으로도 정유 시설 등 석유 인프라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화성 물질로 가득 차 있는 석유 화학단지는, 상당수의 드론이 러시아 방공망에 요격된다고 하더라도, 단 하나라도 목표물에 명중한다면 큰 화재로 이어진다. 그에 따른 피해는 상당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4월) 16일과 20일, 28일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에 위치한 투압세의 정유시설을, 29일에는 페름 크라이(주·州) 석유 펌프장을 장거리 드론으로 이틀 연속 타격했다. 그때마다 큰 화재가 발생했고, 러시아의 정유량은 크게 줄었다. 

에너지 데이터기업 오일엑스(Oilx)의 추정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평균 정유량은 하루 469만 배럴로 줄면서 2009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투압세 정유시설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발표한 후, 러시아 당국은 "공개된 화재 영상이 정보전 특수작전의 일환으로 만든 것(AI 생성 이미지)"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흑해 투압세 정유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흑해 투압세 정유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투압세 석유 단지에 대한 드론 공격 모습. 여러 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몰려가면서 몇 대가 격추되더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드론이 목표물을 타격한다/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투압세 석유 단지에 대한 드론 공격 모습. 여러 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몰려가면서 몇 대가 격추되더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드론이 목표물을 타격한다/영상 캡처 

특히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일 AP 통신을 인용, 우크라이나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한달간 러시아의 하루 평균 원유·석유 제품 수출량이 약 710만 배럴로 전달(2월)보다 32만 배럴 늘었다고 보도했다. 석유 수출로 3월 한 달간 거둔 수입은 190억 달러(약 28조원)로 전달(97억 달러)의 거의 두 배로 늘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게 상당한 물적·경제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공습이 러시아의 석유 기반 시설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고 복합적이라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컨설팅 회사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대표는 AP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석유 공급을 며칠 정도 지연시킬 뿐"이라며 "석유 터미널과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펌프장이나 적재 시설에 대한 공격보다 피해가 훨씬 적다"고 말했다. 위퍼 대표는 또 "미국의 대(對)이란 조치(이란 전쟁)는 러시아 석유 부문과 연방 예산을 위기에서 효과적으로 구해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점차 줄이는 것보다는 심리적인 타격을 주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AP 통신은 결론을 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