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y 2026

우크라 동원에 대한 시민 저항 점점 폭력화-동원 조직도 '조폭'형으로 변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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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동원령이 사회문제화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길거리 강제 동원의 민낯은 이웃 주민들의 고발 영상이 올라온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 문제가 진짜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동원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모병및 사회지원센터(과거 명칭은 모병및 군사위원회, 우리의 병무청 격, 이하 모병 센터) 소속 징집관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폭력 행사다. 징집에 반발하는 것을 넘어 총격 등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징집관을 상대로 한 공격이 전쟁 발발 이후 최소 620건이나 발생했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하르코프(하르키우) 69건, 키예프(키이우) 53건,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45건 등 주로 대도시에서 벌어졌다.

징집관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 모습, 맨왼쪽은 징집관 미니밴을 가로 막고 있는 주민들, 훼손된 징집관 밴, 징집 현장을 둘러싼 주민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징집관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 모습, 맨왼쪽은 징집관 미니밴을 가로 막고 있는 주민들, 훼손된 징집관 밴, 징집 현장을 둘러싼 주민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이어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21일 오랜 전쟁에 지친 우크라이나인들이 강제 동원에 나선 모병 센터와 징집관들을 공격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징집관에 대한 주민들의 공격 건수는 지난해(2025년) 341건으로, 전년 대비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만 해도 이미 100건이 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일부 사건에서는 흉기가 사용돼 징집관들이 부상하고, 최소 한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징집관과 주민들 간의 길거리 충돌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가 지난 2월 집중 보도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안팎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매체는 징집관들의 폭력적인 강제 동원에 당사자는 물론, 친척이나 친구, 때로는 길거리의 낯선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저항하고 있으며, 흉기가 사용되는 경우도 흔해졌다고 알렸다.

징집관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은 대체로 △(검문검색) 당사자가 징집관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차에 탄 채 검문을 거부하다가 최류탄을 던진 뒤 도추하고 △지나가던 차량에서 징집용 미니 밴(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하거나 △일반 차량들이 계획적으로 징집용 미니 밴의 앞을 가로 막고 강제로(?) 미니 밴에 탄 남성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등으로 분류된다. 

우크라이나군 당국도 동원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과의 충돌은 더욱 잦아지고 폭력 사태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징집관과 검문 당사자 간의 충돌로 핏자국이 선명한 차량/사진출처:우크라 검찰
징집관과 검문 당사자 간의 충돌로 핏자국이 선명한 차량/사진출처:우크라 검찰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신규 병력의 90%가 동원을 통해 충원되고, 자진 입대는 10%에 불과하다"고 강제 동원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처럼 필요 병력을 계약 병사들로 채우는 것은 예산 부족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또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어차피 한정된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선뜻 전장으로 나가겠다고 계약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근본적으로 병력 보충 자원이 거의 바닥났다고 하는 게 맞다. 

동원령의 폐해도 계속 거론된다.
키예프에 있는 펜타 연구소의 블라디미르 페센코 소장은 "인기 없는 동원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지친 우크라이나 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입대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최전선 병사들과 이미 입대 혹은 동원된 병사들의 가족들 사이에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동원령을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이 우크라이나 사회를 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병역 기피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 두 부류로 갈라놓고 있다"고 썼다.

'조직 폭력배' 행태를 보인 우크라이나 징병관들을 보안국(SBU) 요원들이 체포한 모습/영상 캡처
'조직 폭력배' 행태를 보인 우크라이나 징병관들을 보안국(SBU) 요원들이 체포한 모습/영상 캡처

충격적인 사실은, 징집관들이 권한을 남용해 대상자들을 협박하고 돈을 갈취하는 '조직 폭력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부 오데사에서는 '조폭'으로 변한 악질 징집관 일당들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의해 붙잡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모병 센터에 대한 거센 저항' (Огромный негатив к ТЦК)이라는 코너에서 "오데사 법원은 이날 현지 모병 센터 소속 징집관 여러 명을 조직적으로 동원 대상자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틀 전(21일) 특정 인사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다가 SBU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조폭'형 징집관들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잘 훈련된 '조폭'들처럼 움직였다고 한다. 사전에 물색한 특정 인사를 미행하고 그의 재산 규모를 알아내는 첫번째 단계가 끝나면, 집 앞이나 직장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길거리 강제동원하듯이 징집용 밴으로 끌고 간다. 상대가 저항할 경우 폭력도 불사했다. 밴 안에서는 끌려온 남성이 제시하는 합법적인 징집 유예 서류나, 병역 유보 문서, 장애 증명서 등을 찢어버린 뒤 훈련소로 데려갈 것이라고 협박한다. 상대에 따라서는 훈련소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최전선 공격 부대로 끌고갈 것이라고 겁을 준다.

SBU 소식통은 "이들의 행동이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었다"고 혀를 찼다. 이 소식통은 "동원 기피자나 징집 유예및 면제 대상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돈을 갈취하려면 먼저 상대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며 "그 지역에서 최근 고급 승용차를 사거나, 아파트를 고친 이웃들을 잘 아는 현지 경찰관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현지 경찰관들이 이들의 강제 동원 시 폭력과 금품 갈취를 눈감아주고, 범죄를 합법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SBU 측은 발표했다. 

징집용 밴으로 끌려간 남성들은 아무리 완벽한 병역 면제 서류를 갖고 있더라도, 돈을 주고서라도 얼른 풀려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은 실제로 지역내 모병 센터내 수용 시설(보충대)로 끌고 가 며칠씩 애를 먹이다가 풀어줬다고 한다.

모병 센터 책임자들(지역 군사위원들)은 이같은 범죄 사실을 몰랐을까? SBU 소식통은 "책임자들이 징집관들의 탈법 행동을 모를 리가 없지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고백했다.

무고한 시민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조폭'형 징병관들이 SBU 요원들에게 붙잡혔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무고한 시민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조폭'형 징병관들이 SBU 요원들에게 붙잡혔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현장에서 체포된 '조폭'형 징집관들은 현재 10여건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데, 조사 과정에서 모든 범죄 행위는 함께 체포된 지역 경찰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죄를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조폭'의 전형(典型)을 보는 듯하다. 

사건이 공론화하자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즉각 오데사 지역 모병 센터 책임자들(군사위원들)을 해임했다. 

이들의 체포 과정도 흥미롭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SBU 오데사 지부는 21일 시내에서 한 남성을 징집용 밴에 강제로 태운 후 3만 달러를 강탈하는 현장을 급습했다. 피해자는 참전용사 신분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박을 당해 금품을 건네기로 한 사실을 미리 SBU 측에 알렸고, SBU 요원들이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폭'형 징집관들은 SBU의 급습에 놀라 차량을 몰고 그대로 내뺐으나, SBU 요원의 총격에 의해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차량 속에서는 야구 방망이와 쇠사슬 등 흉기와 총기가 발견됐다. SBU 측은 "돈을 마련하지 못한 피해자를 쇠사슬로 폭행하려는 순간, 요원들이 덮쳤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지역 경찰관이 함께 체포되는 바람에 비호프스키 우크라이나 경찰청창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는 "국민들이 동원을 지원하는 경찰에 대해서도 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신고했다가 경찰들이 와 주변 사람들을 동원 대상자로 끌려갈까 두려워 주민들이 필요할 때조차 아예 신고를 꺼린다"고도 했다.

'조폭'형 징집관 일당이 체포된 오데사는 징집 관련 범죄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곳이다. SBU는 지난 1월 징집을 면제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모병 센터 직원들을 체포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오데사 경찰관들이 징집을 빌미로 남성들에게 돈을 갈취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오데사 시내 한복판에서 한 남성을 끌고 가는 징집원들/영상 캡처 
오데사 시내 한복판에서 한 남성을 끌고 가는 징집원들/영상 캡처 

징집관과 동원 대상자들 사이의 숨바꼭질은 오데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오랫동안 계속됐다고 봐야 한다. 각 지역 모병센터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스트라나.ua는 꼬집었다. 징집 대상자들이 돈을 주고 징집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역 기피로 인한 수배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고, 훈련소로 향하는 길에서도 빠져나간다. 

우크라인스카야(우크라이나) 프라우다는 이달(4월) 초, 병역 기피 수배자 명단에서 이름을 삭제하는데 300~2,000 달러, 동원 대상자 등록을 취소하거나 면제 대상으로 올리는데 2만5,000 달러, 허위 장애 증명서로 해외로 도피하는데 5만 달러면 가능하다는 등 모병 센터의 불법 뇌물 서비스 목록를 공개하기도 했다. 

징집관들도 애로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징집관들은 매일, 매주, 매달 동원자 할당을 받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본인이 전선으로 가거나 야간 훈련에 투입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고 우크라이나 프라우다가 보도했다. 

한 징집관은 우크라이나 프라우다에 "강제로 하고 싶지 않지만, 상관들이 목표를 채우라고 닥달한다"며 "하루에 수십 통의 징집 통지서가 발부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한 통에 불과한 날도 있다"고 말했다. 또 "어느 마을에 들어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마을 전체가 텅 비어있다"고도 했다. 정보가 새는 바람에 헛걸음을 한 것이다. 

또다른 징집관은 "민간인들은 우리를 힘있는 존재로 보지만,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은 우리가 후방에 앉아 놀고 먹는 줄 안다"며 "우리는 동료 군인들과 일반 주민들, 심지어 상관에게까지 미움을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동원 대상자를 발견하면 맹수가 먹이를 쫓듯 끝까지 쫒는다고 한다. 아들을 쫓아가던 징집용 밴의 앞을 가로막던 여성이 밴에 치어 부상하고, 지붕 위로 도망간 남성을 끝까지 쫓아가 지붕 아래로 떨어뜨린 뒤 끌고 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징집관들은 총을 쏘겠다고 위협하고,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촬영하던 사람들에게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지붕 위로 도피한 남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징병관. 기어코 남성을 지붕 아래로 떨어뜨린 뒤 끌고 갔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지붕 위로 도피한 남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징병관. 기어코 남성을 지붕 아래로 떨어뜨린 뒤 끌고 갔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인터넷(텔레그램)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지붕 위로 올라간 남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치자, "총 가져와, 다리를 쏠 거야"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지난 2월 지토미르 지역에서는 징집관이 주민들과 충돌하던 중, 발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원을 둘러싼 이같은 사회적 갈등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국방부에게는 화급하게 해결해야 할 최대 이슈다. 키릴 부다노프 대통령실장도 이달(4월) 들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 10일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생각이 진짜 모순적"이라며 "승리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원을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19일에는 "동원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문제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한 뒤, 23일 "강제동원이 중단될 수는 없겠지만, 보다 인도주의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부다노프 실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자원 입대자가 이미 바닥나고 수백만 명의 징집 기피자만 남았다"며 "개혁해야 하는 것은 징집 과정에서 자행되는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담당 부서인 국방부의 페도로프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동원 과정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젤렌스키 대통령으로 받았다. 이에 국방부는 동원에 관한 개혁안을 4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의 동원 개혁안(초안)을 검토한 최고라다(의회) 의원들에 따르면 징집 기피자를 색출,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모병 센터의 불법, 부정 부패를 막겠다는 뜻인데, 경찰인들 (뇌물)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개혁안도 결국 이어령비어령(耳於鈴 鼻於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역시 동원 가능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원 대상자의 나이를 낮추는 방안이다. 집권 '국민의 종' 소속 오스타펜코 의회 의원은 지난 17일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원 연령을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원 대상자 확대를 위해 과감하게 깃발을 들고 나선 셈인데,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는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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