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Sep 2026

연재소설)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17화 확증 편향

한반도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국가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를 담은 본격 추리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를 작가의 양해를 얻어 연재한다.  

☜이 소설은 한반도 위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추리 소설이며, 등장 인명·지명·기관·사건 등은 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제16화 또 다른 운명]에서 계속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17화 확증 편향] 

미국 대통령 프롬펠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절호의 기회라고. 

하지만 한국 금융 시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떠밀린 듯, 연일 폭등하고 있었다. 

그는 수시로 칼로스에게 전화를 걸어 매수를 독촉했다. 
“칼로스, 어제 월가의 대표들이랑 금융 전문가들, 재무 참모들까지 전부 모아서 만찬을 했어. 그때 내가 넌지시 ‘만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북한 김 위원장 이야기를 꺼냈지.” 

그는 잠깐 뜸을 들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랬더니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더군. 한국 종합지수, 최소 200%는 오를 거라고!” 

그의 목소리는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칼로스, 듣고 있나? 내 말 들려?”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죠. 한국에서 국민 펀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장이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곧 파생 만기일이 다가옵니다.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그때 매수하려 합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언짢은 표정의 프롬펠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방금 그 말은 어디서 들어 본 소리인데?” 
“호호호. 각하께서 한국 속담을 자주 인용하시니, 한트 국장님과 저도 공부를 조금 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프롬펠은 한 번씩 잘 써먹던 말을, 그녀에게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생각나는 말이 있네. 자네는, 너무 많이 아는 게 병이야. 딱 자네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그는 그녀를 비꼬았다. 하지만 매매에 관한, 모든 결정권은 그녀에게 있었다. 그는 기다려야만 했다.  

며칠 후. 
한국 금융 시장이 또다시 치솟자, 프롬펠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지금은 자네의 그 잘난 기술적 접근이 통할 때가 아니야!” 

흥분한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한국 속담 공부했다며? 한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 몰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아직도 이런 말조차 몰라?”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내가 최고급 내부 정보를 넘겨줬는데, 이게 뭐야!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되는데, 그것도 안 하면서 매일 꾸물거리기만 하고!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대체!”  

그의 숨이 가빠질 정도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커억…… 컥, 컥!” 

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요즘 조금만 흥분해도 기침을 쏟아 냈다. 억지로 침을 넘기며 숨을 헐떡이는 버릇도 생겼다. 심한 천식이 시작된 듯했다. 

끝없는 식탐과 탐욕에 지친 늙은 육체가, 스스로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이 늙은 욕심쟁이. 6개월 만에 60억 달러를 삼키고도 여전히 허기진 짐승이군.’ 

그녀는 애써 불쾌함을 눌러 담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수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으로 한꺼번에 매수하기는 어렵습니다. 조금씩 매수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녀는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음에도, 끝까지 그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무슨 한계야?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전 세계 GDP의 세 배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야!” 

그는 이제 금융의 지존이라 불리던 그녀의 판단마저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한국인들의 분별없는 매수가 조금 잠잠해지면 즉시 매수하겠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지금은 너무 급등한 상태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또 소리를 내질렀다. 
“자넨 아직도 한국인들을 몰라! 한번 발동이 걸리면 빨리, 빨리! 끝장을 보는 민족이야.” 

그의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금융 전문가라는 사람이 투자하는 나라의 국민성 정도는 알아야지! 그걸 역이용해야 할 것 아닌가! 길목을 잡고 선점해야지!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커억, 컥!” 

그가 심하게 질책하자, 칼로스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침묵했다. 

또 며칠이 지났다. 
한국에서는 지하 궁전 프로젝트와 금융 활성화 방안의 시행이 발표되었다. DMZ 개발 프로젝트에도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한국 시장은 다시 폭등했다. 
마침내 프롬펠도 폭발했다. 
“오늘도 급등했다고! 자네 때문에 내가 엄청난 손실을 봤잖아! 자네, 정말 금융 마술사 맞아?” 

그의 거친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조급함에 분노가 뒤엉켜 나왔다. 
“나 참, 어이가 없군. 앞으로는 무조건 내 말대로 해. 지금 즉시 매수해. 가격 불문하고, 당장! 커억, 컥, 컥! 에이씨!”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듯, 욕설 섞인 막말을 쏟아 냈다.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장이 오르면, 자기가 손해를 본 건가? 이젠 막말에 쌍욕까지. 이 못된 인간, 늙은 양아치.’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차마 대놓고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계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도 이상하군. 최고급 정보를 모르는 한국인들이 왜 미친 듯이 주식을 사들이는 거지?’ 

몇몇 호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녀의 냉정한 셈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흐름이었다. 그녀의 의문과는 상관없이 한국 증시는 끝도 없이 치솟고 있었다. 게다가 한때 그녀를 금융의 지존이라 치켜세우던 대통령 프롬펠마저 이제는 거친 어조로 그녀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칼로스에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칼로스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커튼을 젖혔다. 뉴욕의 하늘은 잿빛으로 내려앉아 있었고, 맨해튼의 마천루들은 침묵한 채 찬바람만 토해 내고 있었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유리잔 속 붉은 와인 위로 내려앉았다. 와인은 잔 안에서 검붉게 흔들렸다. 투명한 유리잔이 서서히 핏빛으로 물들었다. 칼로스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넘겼다. 붉은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내 서늘한 미소가 얼굴 위에 내려앉았다. 
‘미스터 프롬펠. 이제 당신은 그저 손쉬운 사냥감이야.’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당신을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 줄 이유가 전혀 없어. 오히려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가?’ 

그녀의 머릿속 계산기가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녀는 우선 단기에 급등한 한국 시장에서 자신의 자금부터 저가에 매수할 은밀한 계획을 세웠다. 

한국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프롬펠의 거대한 자금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주식과 선물을 사정없이 매도한다. 
시장은 급락한다. 
그 순간, 자신의 자금으로 주식과 파생상품을 매수한다. 
시장이 자연스럽게 급반등하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매도와 매수를 반복한다. 

그녀는 이 과정을 며칠 동안 반복했다. 그녀는 바닥 매수를 끝냈다. 이제는 프롬펠의 자금으로 시장을 끌어올릴 차례였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매도로 털어 낸 물량을 다시 채우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프롬펠의 막말은, 아주 값비싼 대가로 되돌아올 판이었다. 그럼에도 차트는 수직으로 솟구쳤다.

칼로스는 미국의 BR사와 일본의 SM사에 그들만의 최고급 내부 정보를 은밀히 흘렸다. 시장은 곧바로 폭발했다. 모든 것은 은밀한 거래였다. 정보는 늘 돈이었다. 

판이 완성된 뒤, 칼로스는 짧게 보고했다. 
“황소들이 힘을 냅니다.” 

프롬펠의 목소리는 곧장 밝아졌다. 
“봐라. 내가 틀린 적이 있던가?” 

그의 확신은 더욱 단단해졌다. 
“앞으로는 내 말만 따르면 돼.” 

칼로스가 차분히 물었다. 
“그럼,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녀는 이제 금융의 지존이 아니었다. 고분고분한 집사에 가까웠다. 그러나 무서운 집사였다. 

프롬펠은 승리를 확신한 듯 미소를 흘리며 또 다른 전화를 들었다. 
“일본은 내가 직접 다룰 테니, 다른 채널은 자네가 알아서 정리해.” 

세상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었다. 처음부터 좋은 나라도, 나쁜 나라도 없었다. 
언제나 사람이 문제였다. 어느 나라든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애국의 가면을 쓰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롬펠은 곧바로 일본의 아바야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이번 건, 정말 큰 건이오.”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했지만, 그 어조에는 생색과 우월감이 가득했다. 
“북한의 김 위원장이 조금 전, 전면 개방과 핵 포기를 약속했소. 곧 물러나겠다고 했지. 남북의 통일이 예약된 거요.”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스쳤다. 
“아직 최고 기밀인데… 내가 또 그대에게 제일 먼저 전해 주는 거요.” 

곧바로 아바야 총리의 숨죽인 환성이 터져 나왔다. 
“와우…! 이건 엄청난 호재입니다. 각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 말은 감사라기보다 충성의 다짐이었다. 아니, 복종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순간, 새로운 판이 시작되고 있었다.

☞제18화 - 은빛 주사위로 계속됩니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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