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Sep 2026

연재 소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 18화 은빛 주사위

한반도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국가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를 담은 본격 추리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를 작가의 양해를 얻어 연재한다.  

☜이 소설은 한반도 위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추리 소설이며, 등장 인명·지명·기관·사건 등은 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제17화 확증 편향]에서 계속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18화 은빛 주사위] 

칼로스로부터 고급 정보를 전달받은 BR사와 SM사의 대표들은 즉시 최고투자책임자들을 호출했다. 짧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결론은 내려졌다. 곧장 한국 주식과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매집했다. 

초기 매수가 순조롭게 끝나자, 그들은 월가 상위 5위권 거대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 사가였다. 

유리창 너머로 뉴욕의 화려한 불빛이 황금빛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도심의 소음은 두꺼운 방음벽 너머로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그곳은 세계 금융 지형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출입을 허락받는 장소였다. 음식보다 정보가 더 비싼 비밀의 방. 전망 좋은 자리에는 먼저 도착한 BR사의 리처드 할든과 SM사의 마이클 트렌트가 마주 앉아 있었다. 

할든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 많이 사셨나?” 

트렌트가 짧게 웃었다. 
“응. 그래서 오늘 모임이 있는 거지.” 

잠시 후, 나머지 대형 자산 운용사 투자 책임자들인 에벌린 크로스, 제이슨 블룸, 다니엘 하퍼가 차례로 입장했다. 그들은 짧게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할든이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정기 모임도 아닌데 이렇게 급히 모였다는 건, 특급 정보 때문이겠죠. 트렌트, 설명해 주시죠.” 

트렌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된 서류를 넘겼다. 할든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다. 이런 암묵적 연극은 그들만의 오래된 관례였다.

트렌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은 한국입니다.” 

순간,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전면 개방을 선언할 것이랍니다. 게다가 북한의 독재자가 곧 은퇴한답니다. 사실상 통일이 예고된 것이죠.” 

짧은 침묵이 흘렀다.
트렌트는 그 침묵을 즐기듯 말을 이어 갔다. 
“이건 단순한 호재가 아닙니다. 시장이 스스로 리셋되는 초대형 호재입니다.” 

그때 유일한 여성, 에벌린 크로스가 잔을 들어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엄청난 정보군요. 최근 한국물은 이미 많이 올랐지만, 아직은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내재가치 재평가만 해도 최소 100% 이상은 봐야 합니다.” 

트렌트가 곧장 받았다. 
“그 정도라면, 시장의 쏠림까지 감안할 때 200% 이상의 상승도 가볍겠군요.” 

제이슨 블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종합지수 200% 상승 시점을 청산 타이밍으로 보죠. 이의 없으시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니엘 하퍼는 달랐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중국의 개방을 떠올려 보세요.” 

그 한마디에 다시 시선이 쏠렸다. 하퍼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국과 북한을 데칼코마니라는 거울에 비춰 보면, 원래 하나였던 뿌리가 둘로 갈라진 운명입니다. 그 말은 곧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새로운 시너지가 창출되는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통일이 예고된 것이라면, 이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호재입니다. 200% 상승이 아니라, 훨씬 그 이상이죠. 아마도… 열 배 이상.” 

크로스가 잔을 들며 덧붙였다. 
“저도 그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반도는 오천 년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정체성을 잃지 않았어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거대한 에너지가 응축된 나라죠.” 

그녀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할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한류가 세계를 흔들고 있듯, 만약 북한이 전면 개방을 단행한다면 그건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통일의 서막이자, 금융 시장의 대폭발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크로스가 잔을 높이 들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구르기 시작하는 순간, 한반도에는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입니다.” 

그때 할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주머니에서 은빛 주사위 하나를 꺼냈다. 주사위가 그의 손끝에서 조명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였다. 
“그럼 오늘도 순서를 정하죠.” 

그는 천천히 좌중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또 다른 사냥이라는 것을. 

할든은 다짐을 받아내듯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늘 하던 대로 갑니다. 아침에 대량 매도를 먼저 시작하는 순서. 급락을 만들어 저가 물량을 확보하고, 다시 매수할 때의 순서. 그때도 주사위 순서로 갑니다.” 

그가 주사위를 던졌다. 
짧은 금속음이 식탁 위를 굴러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건 냉정한 협약이었다. 공정한 룰이라는 이름 아래, 세상을 흔드는 자들의 냉혹한 게임이었다. 

은빛 주사위가 멈췄다. 
순서가 정해졌다. 
한반도의 운명은 주사위의 숫자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눈빛을 확인했다. 

웨이터가 조심스레 다가와 샤토 마고 1989 빈티지를 따랐다. 붉은 향이 은은히 번졌다. 

크로스가 잔을 높이 들며 웃었다.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고 시대가 있었죠. 이제는 바꿔야 해요“ 

그녀의 입가에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 
“‘세상의 모든 돈은 정보로 통한다.’ 이렇게요. 호호호. 자, 오늘 이 훌륭한 정보를 주신 트렌트에게 감사를 드리며, 건배합시다!” 

크로스는 트렌트를 향해 잔을 들었다. 그 건배는 세계를 조종하는 자들만이 나눌 수 있는 축배였다. 

잔이 부딪쳤다. 소리가 울렸다. 그 짧은 울림에는 이미 한 나라의 증시가 흔들릴 징조가 담겨 있었다. 

인류의 문명은 발전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전쟁 중이었다. 다만 총 대신 숫자를 쏘고, 칼 대신 돈을 휘두를 뿐이었다. 

다음 날. 
한국 금융 시장은 광풍에 휩싸였다. 
아침에는 급락. 
오후에는 폭등.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이 뒤바뀌었다. 

외국 자본들은 곧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개미 투자자들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락할 때마다 미친 듯이 주식을 주워 담았다. 

외국계 자금은 매도 물량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그 물량마저 개미들과 한국 국민 펀드가 거침없이 받아 냈다. 번번이 외국계 자금은 아침에 던진 물량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그들은 다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전략은 전격적으로 변경되었다. 외국 거대 자금이 아침부터 가격을 가리지 않고 매수에 동참했다. 시장은 물량 공백 현상까지 드러내며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로또가 터졌다!” 
거리마다 함성이 터졌다. 

증권사 객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식당과 주점은 투자 이야기로 들끓었다.

이 모든 환호는 사실 칼로스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던져진 은빛 주사위 하나가 불러온, 돈의 축제였다. 

거래소 전광판에는 초 단위로 붉은 불꽃이 터지듯 상승 곡선이 그려졌다. 폭락장에서나 볼 법한 거래 정지 경고와 과열 신호가, 이번에는 폭등하는 장세 속에서 거의 매일 울리고 있었다. 

초단타 매매 프로그램이 번쩍일 때마다 차트는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투자자들의 환호와 탄식이 뒤섞였다. 어떤 이는 모니터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또 어떤 이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한국의 밤거리는 대형 전광판의 붉은 불빛으로 물들었다. 

‘코스피 급등!’ ‘사상 초유의 기록 연일 경신!’ 
‘파생상품 수익률 500배 돌파!’ 
증권 뉴스가 쏟아졌다. 

단돈 10만 원이 불과 한 달 만에 5천만 원으로 치솟는 광경. 상식의 경계를 무너뜨린 시장이었다. 거대한 자본의 위력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신의 이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역시 그들은 가공할 힘을 가진 지존들이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황금알을 쏟아 내는 한국 증시는 최고의 화두가 되었다. 

한국 증시는 세계 자본이 동시에 달려든 거대한 카지노였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로또판이었다. 

광풍이 이성을 지배하는 시대. 
광풍이 불면 함께 미쳐야만 살아남았다. 
그것이 유일한 정답이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의 본질은 잔인했다. 
누군가의 이익은 곧 다른 누군가의 손실이었다.
제로섬 게임.
언젠가는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러시안룰렛이었다. 언젠가 누군가는 처참한 패자가 되어야 했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칼로스, 정신 차려!” 
프롬펠은 뒤늦게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도 여전히 칼로스를 질책했다.

미국발 고급 정보를 알 리 없는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이 너무 폭등하자 너도나도 대량 매도를 쏟아 냈다. 

이번 금융 대전은 보기 드물게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로 끝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매도로 현금을 챙겼다며 좋아하고, 외국인들은 모니터 속 검은 숫자를 붙잡고 환호하고 있었다. 

프롬펠은 보유 상품의 결제 시 무려 200억 달러, 한화 약 28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확인했다. 칼로스, 그녀 역시 100억 달러가 넘는 검은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후회했다. 더 많은 물량을 사들이지 못한 것을. 

그들의 환호는 과연 영원히 계속될 것인가. 

뜻밖에도 일본에서 출발한 거대한 먹구름이, 어두운 전조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먹구름조차 태풍을 만나면 예기치 않게 항로를 틀곤 했다.

☞제19화 - 쌈짓돈의 복수로 이어집니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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