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하루에 도는 ‘불운 서사’
‘저주받은 그림’이라는 말은 사실 초자연의 증거라기보다, 작품을 둘러싼 사건‧소문‧시대의 불안을 한꺼번에 붙잡는 별명에 가깝다. 그렇다면 여행자는 이렇게 바꿔 읽을 수 있다. “러시아의 격동이 가장 선명하게 묻어나는 캔버스들.” 오늘은 그 ‘불운 서사’ 4작품을 실제 동선으로 바꿔, 모스크바 중심 1일 코스로 정리한다. 원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미술관’ 연계 코스도 함께 이어서 설계할 수 있다.
코스 한 줄 요약은 이렇다. 오전에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본관에서 ‘레핀’‧‘크람스코이’‧‘보로비콥스키’ 핵심작을 보고, 오후에는 전시 위치를 확인한 뒤 ‘브루벨’ 작품이 걸린 전시관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작품은 ‘트레티야코프’ 소장이라도 전시 교체‧보존‧특별전 운영에 따라 걸리는 위치가 바뀔 수 있으니, 당일에는 입장 전 ‘관람 동선‧전시실(홀)’ 안내만큼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작점은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본관이다. 주소는 ‘모스크바’ ‘Lavrushinsky Lane 10’이며, 지하철 ‘Третьяковская(트레티야코프스카야)’ 또는 ‘Новокузнецкая(노보쿠즈네츠카야)’에서 내려 도보로 강 건너 ‘자모스크보레치예’ 골목을 따라가면 표지판을 따라 무난하게 도착한다.
운영 시간‧휴관은 요일별로 변동되는 편이라, 출발 전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티켓은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주말‧연휴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온라인 예매를 병행하는 편이 낫다. 본관에서 먼저 봐야 할 작품은 ‘일리야 레핀’의 《이반 뇌제와 아들 이반》(1883‧1885)이다. 이 작품은 ‘불운’의 이유가 선명하다. 실제 훼손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 자체가 작품을 다시 ‘현대의 논쟁’으로 끌어올렸다. 관람 포인트는 “그림이 현실을 찢었다”는 말이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가 된다는 점이다. 보호 장치와 관람 거리가 다른 작품보다 엄격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입장 후 동선에서 가장 먼저 찍어두는 게 좋다.
다음은 ‘이반 크람스코이’의 《미지의 여인》(1883)이다. 이 작품의 여행 포인트는 ‘정체 미스터리’다. 귀족인가, 화류계 인물인가, 부유한 상인의 정부인가 같은 해석이 수십 년째 쌓여왔고, 정답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의 매력을 키운다. 여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프스키 대로’가 연상되는 마차 장면이라는 해석이 곁들여지며, 모스크바에서 본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네프스키 대로’를 실제로 걸어보는 식의 여행 연결도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블라디미르 보로비콥스키’의 《마리야 로푸히나의 초상》(1797)이다. “혼인을 앞둔 처녀가 있는 집에 두면 불운이 온다” 같은 소문이 따라붙지만, 여행자로서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러시아 초상화의 전형미’와, 그 전형미 위에 사회가 어떻게 신비주의 서사를 덧씌우는지를 관찰하는 게 핵심이다.
오전 관람이 끝나면 주변 산책을 짧게 넣는 것도 좋다. ‘자모스크보레치예’는 골목 자체가 모스크바 구시가의 정서가 살아 있어 “미술관 관람 후 30분 걷기”에 적합하고, ‘모스크바 강’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겨울에도 사진 포인트가 많다. 오후 코스는 ‘미하일 브루벨’의 《추락한 악마》(1901‧1902)를 확인하는 데서 갈린다. 이 작품은 ‘브루벨’의 심리‧육체적 붕괴 서사가 작품 감상과 강하게 결합한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전시 위치는 그날의 운영에 따라 본관일 수도, ‘크림스키 발’의 ‘뉴 트레티야코프’ 건물일 수도, 혹은 보존 문제로 비공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방식은 이렇다. 오전에 본관에 들어갈 때 안내 데스크에서 “오늘 ‘브루벨’ 《추락한 악마》가 어디에 걸려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만약 ‘크림스키 발’ 쪽이라면 오후에 그 건물로 이동하는 것이다. ‘뉴 트레티야코프’의 주소는 ‘모스크바’ ‘Krymsky Val 10’이며, 현대미술‧20세기 미술 축의 전시가 강한 편이라 오후에 분위기를 바꾸기에도 좋다. 이동은 지하철과 도보를 섞으면 깔끔하며, ‘오크탸브르스카야’‧‘파르크 쿨투리’ 권역을 거쳐 넘어가는 동선이 일반적으로 편하다.
관람 팁은 ‘혼잡 시간’‧‘티켓’‧‘동선’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혼잡 시간은 주말‧휴일의 낮 시간대가 가장 붐비는 편이므로 가능하면 오픈 직후 또는 폐관 2시간 전을 노리는 것이 체감이 좋다. 티켓은 성수기에는 현장 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온라인 예매를 병행하고,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최신 공지를 확인한다. 동선은 ‘레핀’의 강한 서사부터 먼저 보고, 이후 ‘크람스코이’‧‘보로비콥스키’의 정적인 초상으로 넘어가면 감상 리듬이 안정된다.
보너스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결하고 싶다면 ‘국립 러시아 미술관’을 추천할 수 있다. ‘러시아 미술관’은 “러시아 미술만”으로 밀도 높게 구성돼 있어 ‘트레티야코프’와 다른 결을 제공한다. 장소는 ‘상트페테르부르크’ ‘Inzhenernaya Street 4’의 ‘미하일롭스키 궁전’이며, 운영 시간과 휴관일은 변동 가능성이 있어 방문 전 공식 안내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 동선은 ‘네프스키 대로’ 권역에서 도보 접근이 무난한 편이라 시내 관광과 합치기 쉽고, ‘러시아 미술관’ 관람 후에는 ‘미하일롭스키 정원’과 운하 주변 산책으로 마무리하면 자연스럽다. 원한다면 다음 단계로는 이 코스를 지도형으로 더 촘촘하게 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지점의 추천 이동 순서, 겨울 기준 휴식 카페 포인트, 사진 스팟, 그리고 전시실 확인 체크리스트까지 포함해 “하루 완주 동선”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