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Aug 2026

러시아는 내리고, 우크라는 올렸다 - 양국 금리 정책이 서로 엇갈리는 이유는?

러시아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5개월(2022년 2월~2026년 7월)을 넘어섰다. 혀를 내두를 만큼 긴 장기전 흐름이다.
전쟁 양상도 달라졌다. 올해 초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불 붙은 러-우크라 양국의 무차별 공습은 경제적 손실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상대의 경제적 아킬레스건을 곧바로 타격하는 '공중전'은 양국의 경제 지표마저 뒤흔들고 있다. 유럽 등 서방의 재정적·군사적 지원를 기본 축으로 버티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스스로 전쟁 비용을 충당하다보니 경제 지표에 더욱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한때 '전시 활황'으로 언제까지나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러시아 경제도 이는 장기 소모전에 허리가 꺽이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에너지 수출 항만 타격, 정유 공장 폭격, 인터넷 쇼핑몰 물류 창고 파괴 등으로 러시아 실물 경제의 손발이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급기야 더 이상의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정치권과 재계(기업들)가 중앙은행을 향해 금리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장기 소모전의 양태(樣態)를 짐작할 수 있는 경제 지표 중 하나는 기준금리다. 공교롭게도 러시아는 지난달(7월) 금리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우크라이나는 인상했다. 서로 엇갈리는 금리 조정이다.

러-우크라 양국은 전쟁 발발 1년 6개월여가 지난 2023년 9월, 10월에도 서로 다른 금리 선택을 했다. 러시아는 '전시 경제 활황'의 활용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우크라이나는 금리를 내렸다.
이후 1년 2개월 뒤(2024년 12월)에는 러시아가 숨가쁜 '금리 인상' 행보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금리 동결) 움직임을 보였는데, 우크라이나는 되레 금리 인상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그리고 1년 7개월(2026년 7월)이 지나 러시아는 금리 인하로, 우크라이나는 금리 인상이라는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그 사이에 양국의 실물 경제 전반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7월) 24일 전월(6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 14.25%에서 14%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해 6월부터 따지면 10번째 인하 조치다.

이번 금리 인하는 대다수 전문가의 동결 전망을 비껴간 것이다. 지난 6월 0.25%p 인하하면서 '추후 금리 인하 여지는 줄었다'는 게 중앙은행 측의 설명이었는데, 또다시 금리를 인하하자 현지 금융 시장은 놀라는 분위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6월 신용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고, 기업들도 향후 수요와 생산에 대한 기대를 크게 낮췄다"며 인하 요인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경기 둔화 조짐을 막기 위한 비상(?) 조치였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 비용이 낮아져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번 금리 인하는 지난달(7월)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중앙은행 주최 금융 콩그레스(포럼)가 적지 않는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상트 금융 콩그레스에서 중앙은행 측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타격으로 초래된 주유란, 즉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가격의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2차 영향까지 7월 금리 결정 때 고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러시아 국민은행 격인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레프 행장이 나서 "현재의 고금리는 경제에 매우 심각한 침체 부담을 주고 있다"며 "투자가 14% 이상 감소하는 현재 상태에서는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금융정책, 즉 금리를 인하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번 침체에 빠지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경기 하강이나 과도한 하강으로의 추락을 막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하해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은행 측은 이번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일부 산업의 생산 능력이 일시적으로 축소된 데 따른 직접적·2차적 영향과 향후 3년간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더욱 완만하게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향후 금리 인사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나아가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국내외 여건에 따른 위험 평가에 따라 내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브리핑(기자회견)에서 최근 2개월여 급격히 악화한 러시아 내 휘발유·경유 등 연료 수급난에 대해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연료 생산능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이날 금리 인하 발표와 함께 내놓은 중기 경제 전망을 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1.5%에서 0∼1%로 더 낮췄다. 2027년과 202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연 1.5∼2.5%로 유지했다. 

중앙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오는 9월 11일 열린다.

치열한 보복 타격전이 오가는 전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경제도 온전하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2024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론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정반대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앙은행(NBU)은 지난달(7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15.5%로 0.5%p 올렸다. 

안드리 피시니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연말까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했다"며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의 공습에 따른) 물류와 (전시 동원 체제에 의한) 노동,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초래한) 에너지 등 기업 생산 비용의 상승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강화됐다"며 "앞으로도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러시아가 경험했던 '전시 경제 활황'이 아니라 오랜 전쟁과 불안한 국제 정세(미-이란 전쟁) 등에서 실물 경제로 옮아붙은 원치 않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올해(2026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전망치)을 9.4%에서 10%로, 2027년 말까지는 6.5%에서 6.9%로 상향 조정했다. 

피시니 총재는 특히 "최근 몇 주 동안 중동 사태(미-이란 전쟁)의 불안정화로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거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며 "중동 사태가 더욱 격화될 경우, 우크라이나 경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꾸로 이는 러시아에게 전면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고 그는 짚었다. 

해상및 공중 타격전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피슈니 총재는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해상 수출이 막히면서 농·산업계의 매출 손실이 월 25억 달러, 농산물 수출업체의 외화 수익 감소폭은 월 20억~2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은 월 40억~45억 달러로, 수출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농산물 수출 물량이 부분적으로 철도와 다뉴브 강 항구로 옮겨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7월) 24일 러시아군의 공습이 강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재정 적자와 국제 수지,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문제 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앙은행은 또 우크라이나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전쟁 수행 비용과 △피해 복구 △기업의 생산활동 중단에 따른 수입 확대 △노동력 부족에 의한 임금 상승 압력 등을 들었다.  

피시니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 이틀 뒤(1일) 페이스북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만 및 물류 시설 공격이 금융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에너지, 물류, 창고, 항만 인프라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조직적인 공격으로 국가 전체로는 외환 수입이 감소하고 흐리브냐 환율에 압력이 가해질 뿐만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는 현금 흐름이 막히고 재고는 쌓여가며, 생산 및 물류망이 차질을 빚는 등 개개 기업의 부담은 증가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업 대출과 연계된 금융(은행) 시스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업 대출의 부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기관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권 여당 '국민의 종' 소속으로 최고라다(의회) 세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다닐(다닐로) 게티만체프 의원도 1일 에너지 및 물류 단지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 강화로 우크라이나의 사업 환경은 2022년 이후 최악이라고 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다음 금리 조정 회의는 9월 17일 열린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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