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기아가 최근 승용차와 함께 보트 판매 관련 상표권을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의외의 행보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실제 사업 개시보다는 전략적 권리 확보 차원의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러시아 매체 보도에 따르면 기아는 2024년 하반기 로고 형태의 상표권을 신청해 승인받았으며, 해당 상표는 승용차뿐 아니라 보트, 데이터 전송 등 다양한 상품·서비스 범주에 적용될 수 있도록 등록됐다. 이는 특정 제품 판매를 당장 의미한다기보다는, 상표 사용 범위를 넓게 설정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일반적인 상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상표 도용 및 무단 사용 방지가 거론된다. 러시아 시장에서 공식 판매가 중단된 이후, 유사 상표를 활용한 비공식 판매나 브랜드 오용 가능성이 커졌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용 범위를 폭넓게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보트와 같은 비자동차 영역까지 포함한 것은 제3자가 브랜드를 활용해 레저·해양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향후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한 선택지 확보다. 러시아의 지정학적·정책적 환경이 변화할 경우, 기아가 제한적이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때 상표권이 확보돼 있지 않다면 브랜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미리 권리를 유지해 두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모빌리티 브랜드 확장에 대한 서류적 준비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레저·해양·커넥티드 서비스 등 ‘이동 수단 전반’을 포괄하는 상표 등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트 역시 이러한 확장 범주 중 하나로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표권 분류에 ‘데이터 전송’이 함께 포함된 점은, 차량과 연계된 커넥티드 서비스나 디지털 플랫폼 권리를 함께 관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보트 사업 자체보다는, 브랜드가 적용될 수 있는 기술·서비스 영역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종합하면,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기아가 러시아에서 보트 판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상표권 등록은 러시아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방어적·전략적 조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러시아 시장이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에게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