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Sep 2026

'이게 나라냐?' 소리가 나올 법한 우크라 전시 권력층 내부 분열? 대통령-검찰청-반부패기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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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와 군 정보총국(GRU)이 산하의 특수부대를 동원해 수도 키예프(키이우) 도심에서 총격전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법집행기관인 검찰청과 국가반부패기관(나부·NABU와 사포·SAPO)이 상대 수장을 형사 입건하는 등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권력기관들 간의 충돌을 막거나 조정해야 할 권부, 즉 대통령실은 짐짓 뒷짐을 진 모양새다. 은근히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취하려는 의도도 내비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권력기관, 법집행기관들이 권력 다툼 끝에 양패구상(兩敗俱傷)하기를 유도한다는 분석도 있다. 

9월 초 수도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무장 권력인 국가보안국(SBU)와 군 정보총국(GUR)가 총격전을 벌였다. 현장에 동원된 SBU 특수부대 요원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9월 초 수도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무장 권력인 국가보안국(SBU)와 군 정보총국(GUR)가 총격전을 벌였다. 현장에 동원된 SBU 특수부대 요원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의 양대 축인 나부(NABU, 국가반부패국)과 사포(SAPO, 특별반부패검찰청) 중 사포 검사를 지낸 스타니슬라프 브로네비츠키는 15일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검찰청과 반부패기관 간의 사법적 충돌을 '유랑 극단의 코미디'(бродячий цирк)를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법집행기관의 권위를 세우기는커녕 국민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가 설명한 코미디의 전말은 이렇다.
"검찰총장이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을 피하는 나부 수장(크리보노스 국장)에 대한 수사 통지서(우리 식으로는 형사 입건)를 보낸 뒤 급히 해외로 떠났다. 대통령은 즉각 검찰총장을 해임했고, 나부 수장은 또 다른 반부패기관의 수장(사포 청장)과 함께 가진 브리핑에서 부패 혐의를 부인했지만, 기자들의 송곳 질문에 횡설수설했다. 검찰청은 이후 '나부 수장에게 수사 통지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나부 측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코미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완전히 미친 광대처럼 보인다"며 "대통령은 자신의 감정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법집행기관들은 서로 못잡아먹어 난리를 치고 있으니 적(러시아)은 스스로 망가지는 우리(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의 표현을 우리 식으로 옮긴다면 "이게 나라냐?"는 정도가 될 것이다.

실제로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이튿날(16일) 언론과 만나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내부 불안정과 국가의 주권 상실"이라고 말했다. 군 정보총국(GUR) 국장 출신의 부다노프 실장이 지적한 내부 불안정의 의미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부다노프 대통령 실장/영상 캡처
부다노프 대통령 실장/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5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크라브첸코 검찰총장의 해임과 크리보노스 나보 국장에 대한 입건 철회'(Увольнение Кравченко и отмена "пидозры" Кривоносу)라는 코너에서 "루슬란 크라브첸코 전 검찰총장이 나부 국장을 부패 혐의로 수배령을 내린 뒤 해외로 도피했다"며 "그의 이같은 행동은 분명히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모한 것으로, 대통령이 반부패기관(나부)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짚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라브첸코 총장의 조치(나부 국장 입건)와는 즉각 거리를 두고, (부패 혐의를 받은) 그를 직무에서 정직시킨 후 최고라다(의회)에 해임안을 제출했으며, 의회가 그의 해임을 신속하게 인준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부패 연루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썼다. 

더욱 실소하게 만든 것은 총장이 해외로 떠난 뒤 검찰청의 내부 움직임이다. 전날(14일) 저녁 총장이 서명한 크리보노스 나부 국장에 대한 입건 서류 등 관련 기록을 삭제했다고 검찰청은 15일 발표했다. 

크라브첸코 전 총장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그는 "나부 측이 알렉산드르 아바쿠모프 국가수사국(SBI) 국장과 함께 검찰청을 찾아가 크리보노스 국장에 대한 입건 철회를 압박했다"며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검찰청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뒤집혀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입건 철회로 크리보노스 국장이 자신의 청렴성을 입증해야 할 의무를 면제받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클리멘코 사포 청장이 고등반부패재판소(HACC) 판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까운 사람(아내라는 주장/편집자)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며, 병역 기피를 도왔다"고 폭로했다.

나부 국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수사 발표에 세묜 크리보노스 나부 국장과 알렉산드르 클리멘코 사포 청장이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나부 국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수사 발표에 세묜 크리보노스 나부 국장과 알렉산드르 클리멘코 사포 청장이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작금의 사태가 반부패기관의 수사 몰이에 궁지로 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의 굴욕적인 입지를 보여준다"며 "크라브첸코 전 총장이 대통령의 허가 없이 크리보노스 국장을 입건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가 대통령의 승인없이 해외로 떠났을 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나중에 나온 검찰청의 나부 국장 입건 철회 발표도 대통령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가반부패기관들을 대통령 직속 하에 두려는 법안을 만들었다가 유럽연합(EU)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고 철회한 사건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반부패기관들은 대통령 측근 인사들과 의회를 장악한 집권 여당 '인민의 종' 소속 의원들을 압박해 대통령의 사법 집행 및 통제권을 박탈하는 검찰청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요구할 게 분명하다. 만약 이 개혁 법안이 통과되고 신임 검찰총장이 외부 인사들(특히 EU가 추천하는 인사)에 의해 선출된다면, 집권 여당의 주요 의원들도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대통령의 지시를 더 이상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은 60여명에 이르는데(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 이들은 대통령의 비호 아래 형사적으로는 정식 입건되지 않았다. 국가반부패기관도 의원들을 입건,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크라브첸코 총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모습/사진출처:rada.gov.ua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모습/사진출처:rada.gov.ua

하지만 크라브첸코 전 총장이 뒤늦게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경우, 어부지리를 노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반부패기관의 수장들을 부패 혐의로 입건하게 한 뒤, 해외에서 편안하게 지내도록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은 '대통령의 잔머리' 혹은 '대통령과 짜고 친 고도리'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다. 

법집행기관들 간 이번 충돌의 발단은 검찰총장실 내부 비리에 대한 나부의 전격적인 수사 착수다. 나부와 사포는 지난 5일 검찰총장실 내 유력인사가 뇌물을 받고 '전화 사기 조직'(러시아어로는 мошеннический кол-центр 사기성 콜 센터, 우리 식으로는 보이피싱 범죄 조직, 이하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를 비호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 부서 책임자는 약 100만 달러의 범죄 수익을 세탁한 혐의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사진출처:오픈 소스 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사진출처:오픈 소스 스트라나.ua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크리보노스 나부 국장은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가 사실상 사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의 일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총장실 내 유력인사가 보이스피싱 조직을 비호했다면 사실상 반역죄라는 게 나부 측 인식이다. 나부 수사관들은 크라브첸코 총장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발끈한 크라브첸코 총장은 14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패에 연루된 나부 국장과 클리멘코 사포 청장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자신도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다같이 물러나자'는 주장인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라던 바다. 

그러나 나부·사포 두 수장은 즉각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나부 국장에게 수사 통지서를 보냈다'는) 검찰청장의 발표는 검찰청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비호에 대한 나부 수사(현지 언론은 '카르타고 사건'이라고 부른다/편집자)에 대한 보복이며 아무도 입건 통지서를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국가보안국(SBU)이 자신들을 상대로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SBU 수장도 젤렌스키 대통령 편이다.

현지 언론은 양측의 공방전을 보면서 대통령이 검찰과 반부패기관의 수장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뒤, 자신의 측근을 새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 문제가 부패 수사를 둘러싼 검찰총장과 반부패기관 수장들 간의 갈등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한 발짝 물러나 '어부지리'를 취할 계획이 분명하다고 썼다. 대통령으로서는 반부패기관의 수장들이 물러나더라도, 제기된 (부패) 혐의는 그대로 남을 것이므로 이를 향후 반부패기관들과의 싸움에서 활용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위해 반부패기관들의 수장을 향해 칼을 휘두른 크라브첸코 전 총장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해외 도피다. 정치 분석가들은 검찰총장이 나부의 형사 기소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도피를 젤렌스키 대통령과 '거래'에서 따낸 것으로 본다. 실제로 그는 나부 국장을 공격한 뒤 곧바로 국제회의 참석을 이유로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이론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부지리 구상이 성공하려면 나부및 사포 수장이 자진 사임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거부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제 3의 기관인 SBU의 특수부대를 동원해 두 수장을 체포한 뒤 법정에서 구속시키는 것이다. 가능할까?

법집행기관들 간의 충돌 결과, 크라브첸코 청장만 해외 도피에 성공한 셈이 됐는데, 그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거래'를 폭로할 지 여부가 앞으로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그의 선택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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