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5일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군단'급 부대(러시아어로는 Группировкa войск, 러시아군 편제는 총참모부 산하에 항공우주군과 같은 특수 군을 제외하면 지역별로 5개 군관구·Военный округ가 있다/편집자)의 일부 사령관을 교체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군 총사령관을 교체(시르스키 장군→드라파티 장군)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새 군단 사령관(군단장)들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 '요새 벨트' 공략에 얼마나 뛰어난 지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특수군사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자 러시아군 총참모장, 제1 국방차관을 맡고 있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육군 대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군 주요 지휘관들과 만나 인사 개편 내용을 직접 전달했다.
관심을 끈 대목은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거듭난 무인 시스템(드론) 전력을 총괄하는 사령관이 처음 발탁됐다는 것. 러시아 드론 부대는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부 장관이 2024년 말 창설을 발표한 뒤, 이듬해(2025년) 11월 조직 편성이 완료됐다. 그러나 최고 지휘관(사령관)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군에 드론을 공급하는 사업자 유리 바가노프가 맡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첫 사령관으로 데니스 랴민 '중앙·Центр 군관구' 참모장이 발탁됐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드론 부대라는 새로운 군사 조직을 만든 뒤 최고의 역량을 지닌 사령관감을 찾아왔다"며 "중앙 군관구 참모장을 맡았던 데니스 랴민 장군이 적임자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 장비 및 시설 파괴, 병력 제거의 절반은 드론이 맡았다"며 "군의 축적된 경험과 작전 지역 상황을 바탕으로 드론 부대를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발레리 솔로드추크 '중앙·Центр 군관구' 사령관(중장, 특수군사작전에서는 '중앙 군단' 지휘)을 국방부 차관으로 보임해 군의 후방 물류를 통합 운용하는 역할(군수지원사령부)을 맡겼다"고 밝혔다. 솔로드추크 사령관이 떠난 자리는 안드레이 이바나예프 '동부·Восток 군관구'('동부 군단' 지휘) 사령관이, '동부 군단'은 이나바예프 사령관을 보좌했던 표트르 볼가레프 참모장이 맡았다. 볼가레프 장군은 동부 군관구 사령관을 대행한다.
'동부 군단'은 도네츠크주(州) 굴라이 폴레와 오레호보로의 진격을, 또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중인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와 도네츠크주 접경 지역 방어를 맡고 있다.
재미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측 주장(서방 외신 보도)에 의하면 솔로드추크 사령관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4년 11월 20일 스톰섀도 미사일 최대 12기를 동원해 러시아 쿠르스크 인근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 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 본부는 쿠르스크 해방(탈환)작전에 투입된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로 알려졌는데,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발레리 솔로추크 중장(러시아어로 정확하게는 솔로드추크, 당시 '중앙 군단' 사령관을 맡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편집자)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죽은 장군이 1년 8개월쯤 지나 국방차관으로 승진하는 '기적'이 벌어진 셈이다.
'전쟁 저널리즘'(우크라이나 전쟁 3년째 전쟁 저널리즘, 이진희 저, 맑은 샘 2024년 10월 발간)에 포함될 만한 오보다.
'전쟁 저널리즘'(98P)에 따르면 또 다른 중앙 군단 사령관 안드레이 모르드비쵸프 중장은 개전 한달 뒤(2022년 3월)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제거된 것으로 발표됐다. 당시 국내 언론도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자료를 근거로 그의 사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1년 뒤 그가 건재하다는 사실이 러시아 국방부에 의해 공식 확인(중앙 군관구 사령관, 같은 책 257P)됐고, 그가 지휘한 '중앙 군단'은 2022년 5월의 마리우폴, 2023년 5월의 바흐무트, 2024년 2월의 아브데예프카(아우디우카)를 함락시켰고, 수많은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
rbc에 따르면 특수군사작전에 참전 중인 러시아 '북부 군단'은 예브게니 니키포로프 장군(중장)이, '서부 군단'은 세르게이 쿠조블레프 장군이, 남부 군단은 세르게이 메드베데프 장군이, 드네프르 군단은 미하일 테플린스키 장군이 이끌고 있다.
러시아의 군 인사에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내각 전면 개편에 이어 군 총사령관 교체, 국가 안보 기관 수장을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키예프(키이우)에서 열린 해외공관장(대사)들과의 회의에서 루스템 우메로프(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사무총장, 장관급)를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 국장으로 임명하고, 그의 후임에는 이고르(이호르) 클리멘코 전 내무장관을 기용하는 인사안을 발표했다. 지난달(7월) 중순 총리 경질로 시작된 내각 및 군 지휘부 개편의 후속 인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메로프 서기를 외교와 국방, 미국 및 다른 서방 파트너들과의 협상,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등을 모두 다룰 수 있도록 해외정보국 국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또 "우메로프 신임 국장은 드론 관련 새로운 국제 협정의 체결을 조율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등 외교 안보 문제를 집중적으로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메로프는 그동안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간 3자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어왔다. 앞으로는 이미 협정을 체결하거나(9개국), 협상 중(15개국)인 우크라이나 드론의 국제적 기술 공유 문제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2025년 7월 국방장관을 지낸 우메로프는 젤렌스키 정부의 권력형 부패 사건인 '에네르고아톰 뇌물 수수 사건'과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입건되거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현지 언론들은 우메로프가 올가 스테파니시나의 후임 주미 대사로 임명될 것으로 예측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대로라면 그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아 있을 주미 대사를 대신해 미국과의 협상 등 외교 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메로프가 맡은 해외정보국 국장은 지난 1월 이후 공석이었는데, 국장 대행을 맡았던 올레그(올레흐) 루호비는 물러났다.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나부·NABU와 사포·SAPO)의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스테파니시나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3일 해임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러나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총리에게 주미 대사직을 제안했지만, 고사하는 바람에 주미 대사직은 당분간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러난 스테파니시나는 5일 불법적인 재산 축적 혐의로 기소됐다. 그녀는 구속 여부를 심리하는 고등반부패법원에 출두해 검찰 측이 제시한 거액의 보석금에 "돈이 없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녀의 구속 여부는 6일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