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Oct 2026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대드는 젤렌스키, 든든한 뒷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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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르니 숙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들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충돌 2라운드는 이런 양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지난해(2025년) 2월 백악관을 찾은 손님(젤렌스키 대통령)과 즉각 휴전 여부를 놓고 다툰 뒤 예정된 오찬 접대마저 생략하고 쫓아낸 트럼프 대통령이 1년 8개월만에 시작한 '쥐몰기' 놀이인데, 양상이 그때와는 다르다. 궁지로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도 대든다고 했던가? 그래도 뒷배가 든든하지 않으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1년 8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뒷배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EU)들이다.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야 할 운명을 우크라이나와 함께 안고 태어난 지정학적 공동체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상반기 프랑스나 독일에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유럽 극우세력들은 우크라이나의 뒷배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고 공언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지도 모른다. 

시간에 쫓기기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내달 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할 경우, 민주당 중심의 반(反)트럼프 세력이 유럽을 대신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뒷배를 자처할 수 있다. 

이렇듯 시간에 쫓기는 두 사람은 '충돌 2라운드'에서 한치도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 러-우크라 군은 보복에 보복을 더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인적 물적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손실이 더 큰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우크라이나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손을 드는 게 정상인데, 뒷배인 유럽의 '돈과 무기'로 전쟁을 한다는 이유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누가 먼저 물러설까? 
먼저, 그간의 충돌 과정을 되짚어 보자.
트럼프(대통령), 러시아와의 경유 거래 발표→
젤렌스키(대통령), 거센 반발 및 비난 폭주→
대(對)우크라 정보 제공 중단및 스타링크 속도 제한설
트럼프, 협상 위해 우크라의 권력 교체 요구→
젤렌스키, 영국 방문. 대(對)미 배신감 토로, 사임 거부
우크라군,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 재개→
트럼프, 젤렌스키를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비판
트럼프, 스타링크 속도 제한 관여 부인→
젤렌스키, EU정상회의서 700억 유로 지원 요청
젤렌스키, 정유 시설 공격 중단 협상의 조건 공개→
트럼프, 대(對)러 '그레이엄 제재안' 발효 유예
트럼프, 젤렌스키 '평화 협상 의지 없다'고 거듭 비판

두 정상 간에 양보는커녕 점점 더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는 느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5, 16일 연 이틀간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에서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갈등' (Конфликт Зеленского и Трампа)을 주제로 다루면서 확대되는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간 충돌의 이면을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보수 성향 매체인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파업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직격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편하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그에게 수천억 달러, 수십억 달러를 줬다"고 전임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나아가 그는 "그들(러-우크라)이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어떤 합의에 도달한다면, 젤렌스키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에 선거(대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유리하고, 이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그(젤렌스키)가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규탄한 한 여성 인터뷰(율리아 멘델 전 우크라 대통령 대변인/편집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젤렌스키)는 우리 나라(우크라이나)를 파괴했고, 우리에게서 남성들을 빼앗아 갔다. 많은 남성들은 다리도 팔도 없다. 또 정신병원에 있거나 사망했다"고.

젤렌스키 정권의 약점이나 다름없는 권력형 부패 스캔들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준 돈과 무기, 장비는 어디로 갔느냐?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과 무기들을 제공했는데, 그것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후 바로 시장에 나와 되팔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출처:미 백악관 페이스북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출처:미 백악관 페이스북

발언 내용으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뿔이 나도 아주 단단히 난 것 같다. 전날(15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놓고 자신의 요청(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 중단)을 거부하고, 배신감을 느낀다는 등 거친 언사를 사용한 데 대한 감정의 폭발로 보인다. 

그렇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2025년) 2월 백악관 1차 충돌 이후처럼 일찌감치 손을 들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호랑이(미국)의 코 끝을 건드리는 모양새다. 그가 서둘러 영국 런던을 찾아 찰스 3세 국왕을 면담하고, 버넘 총리와 협상한 결과 든든한 뒷배를 찾았기 때문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영국은 키예프(키이우)측에 무조건 지원을 약속하며, 미국의 (양보) 요구들을 굳이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시아는 엊그제(15일) '"고통스럽다"는 젤렌스키 대통령, 어쩌다 이 지경으로 몰렸을까?'라는 기사에서 언론을 통해 미국의 새 평화안이 공개되는 등 궁지에 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국 방문에서 지지(새 평화안에 대한 거부)를 얻어낼 경우, 유럽 동맹국(EU)으로부터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순방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런던에서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뤼셀로 곧바로 날아가 연설했다. 지금까지는 통상 정상회의 첫날에 등단했는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안건 자체가 둘째날(16일)로 밀렸지만, 그는 기가 꺾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환영받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사이트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환영받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사이트

그의 연설은 전반적으로 그간 미국과의 협상 및 충돌에 맞춰졌다. 그는 미국과의 갈등 원인인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대해 "미국 측에 공격 중단의 조건으로 두어 가지를 요청했는데, 모두 거부당했다"고 공개했다. 에너지 휴전(최소한 부분적인 휴전)을 러시아 측에 압박하거나 에너지 시설 보호를 위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방공 미사일을 제공한다면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100일간 중단하겠다"며 "미국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협상 진행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유 거래에 반기를 든 것은, 이를 묵인할 경우 (미-러) 가스 협정이 뒤따르고, 이후 은행 시스템, 개인, 화학 산업, 동결 자산 등 다른 분야의 대러 제재도 해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유럽에는 우크라이나가 올 겨울을 안전하게 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확보를 위해 유럽에 몇 가지 약속을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패트리어트 제공을 둘러싼 미-우크라 양국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은 재고 부족에 있다. 미 CBS 방송은 16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해 미국내 (패트리어트 등) 요격 미사일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내 재고 부족에 대한 지적이 미-우크라 충돌 와중에 또 나왔다는 점에서 함축된 의미가 작지 않다. 미-우크라 정상 간의 갈등이 쉬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경유 등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서라도 대러 제재 조치의 해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16일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와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한 관세부과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소위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의) 법안'의 시행을 일단 정지시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또 다른 공격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對)미 비판 발언은 유럽의 우려를 자아낼 만큼 직설적이고 거셌다. 로이터 통신은 미-우크라 관계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EU 지도자들은 브뤼셀 EU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 수위를 낮출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하기도 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15일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발표한 이후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왔는데, 이를 철회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워싱턴의 요청을 받고 사흘 동안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라쟌 정유 공장 공격 소식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소위 '을'이다. 그것은 미국의 (군사및 위성) 정보 제공 중단과 스타링크 속도 제한으로 또 한번 분명히 확인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5일 스타링크의 군사용 버전인 스타실드의 속도 제한을 계기로, 미국이 대(對)우크라 지원을 차단할 경우, 우크라이나 안보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단말기 설치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총참모부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단말기 설치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총참모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든 것은, 14일 영국 방문이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이 매체는 15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중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갈등'(Конфликт Зеленского и Трампа) 코너에서 "영국의 찰스 국왕과 버넘 총리와 만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경유 거래를 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런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 중 선거를 치르거나 사임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교체 의지를 묵살했다.

그의 발언은 강경 그 자체다.
"이 전쟁은 내 책임이다.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내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나를) 교체하려 한다. 트럼프도, 머스크(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제공하는 미 스페이스X CEO)도, 그 누구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출할 수 없다. 오직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가 언급한 선거는 우크라이나에서 치러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지 않을 것이다." 

그가 미국에 반기를 든 것이, 유럽의 지지만 믿고 한 행동으로만 파악한다면 너무 단순하다.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도 두루 살피고 판단한 결과로 봐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선 워싱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및 무기 제공 중단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공화당 내 강경파와 트럼프 측근들이 대(對)우크라 강경 조치를 워싱턴에서 막아줄 것으로 믿는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미국내 가장 영향력 있는 강경파 중 한 명인 랫클리프 미 CIA 국장이 대(對)우크라 정보 제공 중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러시아와의 경유 계약을 파기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백악관이 키이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경우, 연방 정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공화당이 내달 중간 선거에 패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급격히 내리막을 탈 게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때 우크라이나군을 불안하게 만든 스타링크의 군사용 버전인 스타실드는 이미 시속 160㎞까지 속도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에 반기를 든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동이 향후 미-우크라, 미-러 관계에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아직은 예측 불허다. 향후 몇 주가 고비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계산이 정확했는지, 아니면 더 심각한 미국의 실제 위협에 직면할지 두고봐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더 세게 나온다면(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꼬리를 내리거나 최전선과 후방에서 제기되는 각종 위기에 대비한 비상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자칫하면 국내에서는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해외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전쟁 영웅' 이란 명성을 한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계산이 맞는다면(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포기), 미국의 새 평화안은 또 허공에서 춤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유럽과 러시아는 새 평화안에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인 상태다. 

미국의 새 평화안을 공개한 미 워싱턴 포스트(WP)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칼럼/캡처
미국의 새 평화안을 공개한 미 워싱턴 포스트(WP)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칼럼/캡처

FT는 15일 유럽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미국의 새 평화 계획을 벌써부터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동결된 러시아 자금을 미국 주도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유럽에 동결된 자산은 그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며 "그 자산은 우리의 소관이며, 우리가 결정을 내릴 사안"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미국으로부터 새 평화안에 대해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모스크바가 장기적인 해결책에 기반한 '앵커리지 합의'(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철수 등을 담은 2025년 8월의 미-러 정상간 합의/편집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전선에서의 휴전을 근거로 한 새 평화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며 정직한 협상을 지지하면서도 "모든 것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우리 군의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군사작전의 성공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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