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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그만 쓸려고 했다.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의 근황에 대해 현지에서 나오는 소식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을 그만 쓰고 싶었다. 파병 북한군 병사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특수전 부대원에게 포로로 붙잡히고, 부상이 심해 죽었다는 정보는 비록 우크라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우리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확인해 주지 않았던가?
북한 소식에 관한 한, 국정원 만큼 정보가 정확하고 많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간의 언론계 생활을 되돌아보더라도, 북한 뉴스는 국정원이 확인해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특종이냐 오보냐로 갈렸다.
하지만, 이건 도저히 못참겠다는 생각에 또 나섰다.
연합뉴스는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28일 공개한 한글로 쓴 메모 한장을 '쿠르스크 전선에서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일기'라며 사진 기사로 소개했다.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는 내용을 근거로 파병된 북한군 병사가 범죄자 출신이라고도 했다.
슬쩍 훑어봐도, 메모가 된 종이에 찍힌, 성난 야수 모습의 엠블렘이 너무나 선명하다. 북한 특수전 사령부의 엠블렘일까? 그렇다면 수감자들로 편성된 북한의 소위 '죄수 부대'가 북한 특수전사령부 소속으로 파병돼 쿠르스크 전투에 참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웃기게도 이 엠블렘은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의 엠블렘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죄수부대'가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군과 싸웠다는 이야기인데..
진짜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러시아군에 배속돼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다가 사살됐다는 북한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의 엠블렘이 찍힌 종이에 일기(편지)를 썼다고? 어떻게?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와 미리 내통했나? 비밀리에 종이와 필기도구만 받았나?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이런 일기를 세상에 공개하려면, 최소한 자기의 엠블렘은 지우거나, 엠블렘이 찍힌 종이는 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걸 북한 '죄수부대' 운운하며 사진으로 크게 보도하는 우리 언론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