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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5년째(만 4년)를 맞는다. 서방 외신들은 지난 4년간의 전쟁을 돌아보는 기사를 준비 중인 듯하다. 특히 영국 언론들은 그 성향과 노선상 '러시아군의 실패'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단독 기사를 많이 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쟁의 장기화(4년)로 러시아군이 심각한 전력 손실을 겪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안타깝게도 러-우크라 언론 매체에서는 국내와 달리 이 기사를 인용한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FT는 이 기사에서 "러시아군의 사망·중상자가 매달 3만∼3만 5천 명씩 발생하고 있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근 주장을 소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추세라면 러시아군은 몇 달안에 10만∼12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잃게 될 것이며, 그 공백을 쉽게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전 녹화로 4일 방송된 프랑스 공영 프랑스2 TV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약 5만 5천 명의 군인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공식 집계"라며 "전장에서 사망한 군인은 직업 군인과 징집병을 합쳐 5만 5천 명이고, 실종자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매달 3만∼3만 5천 명의 사망·중상자를 내는데, 우크라이나는 4년 가까운 전쟁에서 전사자가 겨우 5만 5천 명이라니, 이쯤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론을 갖고 노는 느낌이다. 물론, 애매한 표현은 상당수의 실종자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대(對)언론 영향력을 한껏 누리고 있는 듯하다. 반면, FT는 저널리즘의 생명과도 같은 사실성(팩트)과 공정성을 애써 외면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러시아의 패배' '러시아의 실패'로 몰아가는 인상을 안겨준다. 피아(彼我)가 분명한 전쟁에서 언론의 100% 공정 보도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프로파간다성 발표(발언)에는 최소한의 팩트 체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저 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희생자 집계를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으로 되짚어보자.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우크라 양국의 사상자 수는 모두 200만 명에 육박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총 120만 명(이중 사망자는 32만 5천 명),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지금까지 모두 60만 명(사망자는 10만~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사자수만 보면 러시아가 대략 3대1의 비율로 많다. 역사(전사·戰史)가 인정하는 전쟁 희생자 공식 그대로다. 공격이 방어보다 3배 가량 피해를 더 많이 본다는 공식·비공식 통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표대로라면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CSIS 집계의 절반에 불과하고 러-우크라군 희생자 비율은 6대1이다. 그의 과거 언론 인터뷰와 비교하더라도 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은 좀 억지스럽다고 느낄 것 같다. 그는 1년 전(2025년 2월)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사자를 '4만 6천 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1년 만에 전사자가 겨우 9천 명 정도 늘었다는 말이다. 한 달에 750명, 1,200㎞에 달하는 전선에서 전사자가 하루 25명 꼴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4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망자 발표를 전하며 '얼마나 현실적인 수치일까' 되물었다.
그의 집계는 우선 CSIS 추정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러시아군의 공세가 끊이지 않는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방어에 나선다지만, 적(러시아군)을 줄줄이 쓰러뜨리면서 아군(우크라이나군)은 하루에 25명 꼴로 전사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3대1의 원칙에 따른다면 러시아군 사망자도 하루 75명에 그쳐야 하고, 월 2,250명이다. 사망·중상자가 매달 3만∼3만 5천 명(하루 1천 명~1천170 명)씩 발생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과도 크게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웃기는 건, 포로 교환과 함께 지난해(2025년)부터 본격화한 러-우크라 간의 시신 교환 규모다. 러시아 외무부는 2025년 여름 이후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한 주검은 1만 2천 구라고 최근 발표했다. 추가로 전사한 병사는 9천 명인데, 인도된 시신은 1만2천 구라니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인도된 시신에는 2년 전 혹은 그보다 일찍 사망한 병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아직 전장에서 수거되지 않고 남겨진 다른 시신들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에 대한 스트라나.ua의 설명은 이렇다. "러시아가 넘겨준 시신 중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식적으로 전사자로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인도된 시신을 넘겨받은 유족들이 공식 전사자로 통보받았다고 인터넷(SNS)에 공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당국이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의 시신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뒤로는 유족들에게 전사했다며 시신을 넘겨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왜 그럴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전사자의 보상금 문제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법률에 따르면 전사자로 공식 인정되면, 유족은 1,500만 흐리브냐(약 4억 9천만 원)의 보상금을 국가로부터 받는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지급해야 하는 전사자 보상금은, CSIS의 추계(가장 낮은 수치, 10만 명)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 간의 차이로 인해 6,750억 흐리브냐(약 22조 2천억 원)나 줄어든다. 최대 14만 명으로 잡는다면, 그 차액은 무려 1조 2,750억 흐리브냐(약 42조 원)에 이른다. 우크라이나의 2026년 국방예산은 2조 8천억 흐리브냐(약 92조 4천억 원). 전사자 보상금으로만 새해 국방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날아갈 판이다.
비슷한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포로교환에는 진심이면서도, 시신 교환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여러 차례 이뤄진 시신교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사자 발언이 나오자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바로 반박이 나왔다. 스트라나.ua는 7일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보다 무려 5배나 더 많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군인 스타니슬라프 부냐토프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은 공식 수치만 발표할 권리가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 수치가 전부"라고 인정한 뒤 "하지만 실제 수치는 최소 5배가 더 많은 27만 5천 명이며, 모두가 이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의 맹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용한 애매한 표현인 실종자 수에 있다. 부냐토프는 "포로 교환이 모두 끝나면 실종자들이 거의 모두 전사자로 밝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굳이 실종자로 분류하는 것은, 실종자 가족에게는 1천5백만 흐리브냐의 전사자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보상금 문제는 러시아에도 일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푸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는 보상금 지급에 대한 일부 유가족의 불만이 제기됐다. FT는 실종자 가족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러시아 당국의 최근 조치는 최고치를 기록한 탈영병 때문이라는 해석을 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황 분석 단체인 '프론텔리전스 인사이트'는 러시아군의 탈영률이 2022년 이후 만 4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에서 최고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탈영병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더욱 심각하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길거리에서 강제로 동원된 우크라이나인들이 기회만 생기면 병영(전선)에서 이탈해 사회문제화 된지 오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최고라다(의회) 의원 출신으로 드론 부대 중대장을 맡고 있는 이고르 루첸코는 지난해(2025년) 11월 7일 "우크라이나 탈영병이 전월(10월)에 역대 최다인 2만 1,602명에 이르렀다"며 "2분마다 누군가는 부대를 이탈한다. 이것도 공식 통계일 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퇴한 부대는 앞으로 승리할 수 있는 군대로 남지만, 탈영으로 병력을 잃는 군대는 패배할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의 존립에 진정한 위협이 된다"고 소셜 미디어(SNS)에 썼다. 우크라이나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에 전쟁 발발이후 가장 많은 탈영 사건이 발생했으며, 그해 9월에는 두 번째로 많은 탈영자가 나왔다.
부대 탈영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의회는 스스로 복귀할 경우, 과거를 묻지 않기로 하는 한편, 탈영자의 은행 계좌와 재산을 압수하는 등 강력한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경 조치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밀렸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와 비슷한 '계약병'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계약병사에게 지급할 돈이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재정 지원이 줄어든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전사자 인증이나, 계약병 모집 계획의 추진에 계속 진정성을 보이기는 힘든 형편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