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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외인부대 혹은 국제군단. 이하 국제군단)의 공식 해체 발표와 함께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편에서 싸운 '러시아 (자원)의용군'(Русского добровольческого корпуса, RDK)도 다시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외국에서 달려온 자원병들로 편성된 국제군단이 언론의 관심을 끌던 2023년 3월, RDK는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브랸스크주(州) 국경 마을을 점령했다. 이들은 당시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서 "러시아 (자원)의용군은 러시아인들도 (푸틴)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브랸스크에 왔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촉발한 우크라이나군의 2024년 8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습격도, RDK의 국경 마을 공격이 없었다면 그같은 군사작전을 기획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히 RDK 사령관과 우크라이나 군정보총국(GUR)은 지난해(2025년) 연말 러시아 정보기관을 속이는 공작을 벌일 만큼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RDK가 2023년 3월 우크라이나 접경 브랸스크 국경마을을 침범하자 "RDK는 우크라이나편에서 싸우는 국제군단의 일원"이라며 "우크라이나 군당국의 동의 없이는 브랸스크 지역을 습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RDK가 습격한 러시아 국경 마을 두개는 우크라이나 체르니히브주(州)에서 도보로도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웠다. 또 점령한 두 마을간 거리는 약 20㎞로, 각각 300명 안팎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당시 RDK 소속 40~50명의 무장 그룹은 러시아 국경마을에 진입한 뒤 스쿨버스에 총격을 가하고, 일부 주민들을 인질로 잡았다. 쿠르스크 기습작전과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이들은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기 보다는 마을을 한바탕 휘저은 듯 도주했다. 동원된 병력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RDK는 러시아 국경마을의 '루베차네 보건소'를 배경으로 찍은 영상을 올리면서 '러시아 (자원)의용군'을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RDK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이 발발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 러시아인들이 2022년 8월 결성한 단체다. 국제군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할 즈음이다. 당시 러시아인들이 결성한 친(親)우크라이나 무장단체는 두 개인데, RDK와 '자유 러시아 군단'(Свобода России)이다. RDK에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단체 '아조프 대대' 전사들도 일부 가입해 '자유 러시아 군단'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RDK는 브랸스크 침범 당시, 영상을 몇개 인터넷에 올렸는데, 등장 인물이 지난 2017년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러시아인 데니스 니키틴(Денис Никитин, 혹은 카푸스틴 Капустин)이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자보로나(Заборона)는 지난 2020년 카푸스틴을 'White Rex'란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극우세력이 참여하는 종합 격투기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네오-나치'로 분류했다.
RDK는 2023년 5월에도 자유러시아 군단과 함께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벨고로드주(州) 국경을 침범했다. 러시아 법원은 국경 침범과 살인, 반역죄 등의 혐의로 카푸스틴을 궐석 재판에 부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가 다시 언론 조명을 받은 것은 새해 첫날이었다.
반러시아 성향의 매체 메두자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정보총국(GUR)은 "며칠 전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자포로제(자포리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RDK의 카푸스틴 사령관이 살아 있다"며 "러시아 정보기관을 속인 작전이었다"고 공개했다. GUR 사이트에 게시된 '러시아 특수(정보)기관의 실패'라는 영상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카푸스틴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해 50만 달러를 책정하고 이를 실행했으나, GUR이 이를 역이용해 카푸스틴 사령관이 죽은 것으로 위장해 돈을 챙기고 배후 조직을 색출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보면 키릴 부다노프 GUR 국장(현 대통령 실장)은 카푸스틴 사령관에게 "기쁘다. (당신의) 암살 작전용 자금 50만달러는 우리(GUR)의 반러 투쟁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게 되다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RDK 사령관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카푸스틴도 "나의 일시적인 부재(사망설 이후)가 부서 업무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영상에는 이번 작전을 편 GUR 소속 ‘티무르 특수부대’ 사령관도 등장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2025년) 12월 27일 러시아 국방부는 '니키틴'과 '화이트 렉스'로 알려진 카푸스틴 RDK 사량관이 자포로제 지역에서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RDK 측도 "오늘 밤, 자포로제 전선에서 우리 사령관 데니스 '화이트렉스' 카푸스틴이 전투 임무 수행 중 영웅적으로 전사했다"며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는 FPV 드론에 당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반드시 복수할 것이며 당신의 유산은 계속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그러나 나흘 뒤(2026년 1월 1일) 반전이 일어났다. GUR이 "카푸스틴 사령관이 살아 있으며, 암살에 시도한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을 색출하고, 작전 비용을 챙기기 위해 ‘기만 작전’을 폈다"고 진상을 밝힌 것이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그 사이에 GUR의 위장 작전에 속아 공작금 50만달러를 ‘헌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GUR은 이번 작전의 구체적 수법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친러 간첩으로 위장한 요원을 투입해 카푸스틴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하고, 실제 암살한 것처럼 꾸민 뒤 공작금을 받아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특수 작전을 펼친 바 있다. 2018년 5월 저명한 우크라이나 언론인 아르카디 바브첸코가 키예프(키이우)에서 등 뒤에 세 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튿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바브첸코가 살아있다"고 발표했다. SBU가 사전에 암살 정보를 입수한 뒤 바브첸코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암살을 막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