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Feb 2026

러시아 군정보총국 알렉세예프 부국장 총격 사건의 범인, 어떻게 신속하게 체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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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정찰총국, GRU)의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제1 부국장(중장) 총격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지난 6일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그 사이에 FSB는 3명의 범인 중 주범 격인 류보미르 코르바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압송해왔고, 공범 빅토르 바신은 모스크바에서 체포했다. 여성 용의자 지나이다 세레브리트스카야는 우크라이나로 도피했다고 확인했다.

중간 수사 발표에 따르면 코르바는 우크라이나의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폴란드 정보기관과 폴란드에 사는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 여권을 가졌지만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 출신으로 이 지역에 살던 지난해(2025년) 8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포섭됐다. SBU로부터 3만 달러(약 4천400만원)의 성공 보수를 받기로 하고 알렉세예프 부국장 암살에 나섰으며, 암호화폐로 매월 일정한 보수를 받았다고 FSB는 밝혔다.

코르바는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총기 훈련을 받은 뒤 몰도바의 키시나우,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거쳐 모스크바로 밀입국했다고 FSB는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2024년 12월 이고리 키릴로프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을, 지난해 4월에는 총참모부 주작전국의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부국장(중장)을, 또 지난해 12월에는 총참모부 작전대비국장 파닐 사르바로프를 SBU 개입으로 추정되는 '사보타주'(비밀 폭파및 암살 작전, 통칭은 테러)로 잃었다. SBU도 일부 사건의 개입을 자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살해범을 검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FSB가 이번에는 어떻게 신속하게 알렉세예프 부국장의 암살을 시도한 범인들을 검거하고, 자백까지 받아냈을까?  
무엇보다도 프로답지 않는 범인들의 행적이 꼽힌다.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FSB 예비역 중령(요원) 안드레이 포포프는 9일 현지 매체 차르그라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범인이 범행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대해 논평하면서 그의 행동에 혀를 찼다. 그는 CCTV가 돌아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신속하게 해외로 도피하면 잡히지 않을 줄로 안 모양이었다. 법인은 범행에 사용한 총을 눈에 띄지 않게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눈더미 속에 밀어 넣었다고 포포프 요원은 말했다. 

특히 그는 모스크바의 CCTV 시스템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는 듯했다. 그의 행적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혀 FSB에 의해 공개됐다.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한 코르바는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한 코르바는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다/가제타루 영상 캡처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다/가제타루 영상 캡처

FSB가 러시아 내무부(경찰)와 함께 용의자를 특정한 것은 사건 발생 다음날(7일)로 추정된다. FSB는 8일 아침 자모스크보레츠키 지방법원에서 류보미르 코르바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해당 법원 기록에 나와 있다. 동시에 FSB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코르바 체포를 요청하고, 8일 그를 러시아로 데려왔다. FSB는 이날 성명에서 "알렉세예프 부국장에 대한 암살 시도 범죄의 직접적인 가해자(주범)인 1960년생 코르바가 UAE 파트너들의 지원으로 구금됐고, 즉시 넘겨 받았다"며 "범죄 지원자들(공범)에 대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압송 비행기에서 내리는 코르바의 영상을 공개했다. 

rbc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UAE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FSB는 용의자 신원의 특정한 뒤 신속하게 UAE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국내법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범인 검거에 올인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알렉세예프 부국장은 6일 모스크바에서 3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었으며, 이튿날(7일) 수술 뒤 의식을 회복했다.

FSB에 의해 압송되는 주범 코르바. 당초 영상을 공개했다가 나중에 얼굴을 가린 모습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다/사진출처:FSB
FSB에 의해 압송되는 주범 코르바. 당초 영상을 공개했다가 나중에 얼굴을 가린 모습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다/사진출처:FSB
알렉세예프 부국장(중장)의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건물앞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알렉세예프 부국장(중장)의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건물앞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사건 직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알렉세예프 부국장에 대한 암살 시도를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상(아부다비 3자 협상)을 방해하려는 테러 공격"이라고 우크라이나를 직접 겨냥했다. 알렉세예프 부국장이 속한 러시아군 정보총국의 국장인 이고리 코스튜코프가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미-러-우크라 3자 협상에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튜코프 국장의 3자 협상 참여는 2022년 3월의 러-우크라 평화 협상, 지난해 5월의 러-우크라 종전(휴전) 협상을 이끈 메딘스키 크렘린 보좌관과는 달랐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끌었다. 코스튜코프 국장은 종전 후 군사적 조치나 정전 감시 등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합한 전문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안드레이(안드리)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7일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그 러시아 장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SBU 배후설을 일축하고 러시아내 내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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