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Feb 2026

러 국방부, 참전 계약병 부적합 조건 확대-크렘린 민원실 현장에는 지금

새해 첫날 미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의 병영 비리와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병사들의 불만을 심증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내달(2월 24일)이면 '우크라이나 침공' 만 4년이 되는 러시아군이 말기 암 환자는 물론, 팔다리 골절, 뇌전증, 심각한 시력 및 청력 손상, 두부 외상, 조현병, 뇌졸중 후유증 환자들까지 최전방에 투입하고 있었다. NYT는 "지난해(2025년) 4~9월 러시아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문서 6,000건이 취재 대상이었으며 언론 탄압으로 러시아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일까? 사실일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민원 내용이 주요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매년 연말에 진행하는 '국민과의 대화'를 앞두고 받는 민원 창구를 통해서다. 또 특수군사작전 복무에 부적합한 계약병사들을 추려내기 위한 규칙도 개정됐다.

푸틴 대통령이 진행하는 '국민과의 대화'는 크렘린(대통령 행정실)이 전화, 우편, e메일, 문자, 소셜 미디어(SNS) 외에도 대면 접수처를 통해 질문과 민원, 의견 등을 받아 진행된다. 연례행사이다 보니 발표가 나면 러시아인들은 대통령 행정실이 마련한 민원 접수처로 대거 몰린다. 러시아 경제유력지 코메르산트는 지난해(2025년) 12월 15일 민원 접수처 현장을 심층 취재, 보도했다. 평소에도 적지 않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모스크바에 있는 대통령 민원실 앞에 선 긴 줄/사진출처:ecmo.ru
모스크바에 있는 대통령 민원실 앞에 선 긴 줄/사진출처:ecmo.ru
대통령 민원실 간판/사진출처:유튜브
대통령 민원실 간판/사진출처:유튜브

접수처는 모스크바 키타이-고로드 지역의 일린카 거리(ул. Ильинка, 23, стр. 1, подъезд 11 일린카 거리 23-1, 11번 출입구)에 있다. 대통령 행정실 직원과의 개인 면담을 통해 자신의 민원을 털어놓고, 해결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는 곳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민원이 해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 노신사는 현장 취재에 나선 코메르산트에 "그들이 도와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쩌겠어요? 간절하게 호소라도 해볼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민원은 역시 부동산, 주택 문제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만한 사안은 역시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민원이다. 피곤한 표정으로 접수처를 찾은 마리아는 남편이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혔다가 (2025년) 7월에 포로 교환으로 귀국했는데, 부상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전선으로 보내질까 두려워 찾아왔다. 행정실 직원은 마리아에게 국방부에 연락하라고 권했다. 그녀는 이미 연락을 했다고 답답해했다. 

한 어머니는 전쟁터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들이 알고보니 지금 루간스크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아들을 고향인 보로네시나 모스크바로 이송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서류상으로는 아들이 '이송 순위 200번째'로 올라 있기 때문이다.  

카잔에서 온 파벨은 특수군사작전에 참전 중인 형의 은행 계좌가 미납된 채무 때문에 동결돼 있다며 참전 군인들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는 뉴스와 현실은 다르니, 대통령 행정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원했다. 그는 "그나마 대통령보다 더 높은 선택지는 폭력 뿐인데, 우리는 법치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며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안나는 국방부와 계약을 맺은 수감자들이 특수군사작전 참여 훈련소로 보내지기 전에 묵는 임시 숙소(TAC)를 경비하던 중 살인 혐의를 받게된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시 숙소에 있던 수감자 한 명이 부상을 입고 사망했는데, 아들이 범인으로 지목됐다는 것. 안나는 "아들이 누명을 쓰고 있다. 증거가 조작됐다. 15살 손자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그 아이가 순순히 국가의 처분을 믿겠는가? 이게 국가 전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민원실 내부 모습/사진출처:얀덱스 지도
대통령 민원실 내부 모습/사진출처:얀덱스 지도

대통령 민원 접수처는 특수군사작전 문의(민원)가 증가했다고 인정했다. 

행정실 직원은 사소한 많은 민원들이 관할 구역 내의 담당 정부 기관으로 넘겨지고 극히 일부만 직접 처리한다고 코메르산트에게 귀띔했다. 

NYT의 러시아군 비리 보도 때문인지, 대통령 민원 접수실의 민원 폭주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1월) 30일 특수군사작전에 나가기를 원하는 이들의 계약직 체결에 부적합한 질병의 목록을 확대했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국방부는 동원령, 전시 및 계엄령 기간 군 복무 계약을 원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의 질병 목록을 확대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장관의 행정명령을 통해서다.

이 명령에 따르면 군 복무시 부적합 질병은 당뇨병(유형 불문), 특정 골절의 후유증, 눈 및 턱 질환, 지속적인 청력 손실 등 26개 항목에서 35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동맥및 정맥, 림프관 손상으로 인한 질병과 혈액 순환 및 기능의 저하 증세, 중등도의 장애, 손과 손가락의 기형 및 결함, 발 기형 등도 추가됐다. 

 
특수군사작전 참전병을 모집하는 접수처(아래)와 상담 모습/사진출처:strana.ua 
특수군사작전 참전병을 모집하는 접수처(아래)와 상담 모습/사진출처:strana.ua 

확대 구상 초안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2025년) 9월 말. 2년 전(2023년 9월)에 승인된 시행령을 개정하기위해서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12월에야 확정됐다.

당초 2022년 9월 부분 동원령이 발령되면서 복무(동원)에 부적합 질병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부분 동원령이 한 달만에 종료되면서 그 기준은 참전 희망 계약병의 적합/부적합 기준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부분 동원령의 종료를 공식화하는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다. 전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니, 동원을 계속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다만, 일부 텔레그램 채널의 동원령 요구에도 러시아 정부는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2024년 6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러시아에는 동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동원령 없이도 2025년까지 계약한 병사의 수가 42만 2,704명에 달한다고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이 최근 발표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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