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지난달(2월) 28일 이란을 공습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정치·군사 지도자급 인사 수십명을 제거했다고 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인 "에픽 퓨리"(거대한 분노) 초기의 전과로는 나쁘지 않다. 4년 전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개시해 사흘 만에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포위했다. 역시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만 4년을 넘어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았으니, 언제든지 공습을 중단하면 전쟁은 사실상 끝난다. 미-이스라엘의 공습이 중단된 뒤에도 이란이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가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지속 여부는 순전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이후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의 대응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러시아를 따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미 백악관이 낸 보도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에 '에픽 퓨리 작전'-이란 체제에 대한 대규모 전투 작전(MCO, major combat operations)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란에 대한 전쟁 선포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전면전을 시작할 수도 있고, 지상군을 그들의 영토로 파견할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이란과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인가? 아닌가?
시계를 4년 전으로 되돌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군사작전 당시의 발표를 보자. 푸틴 대통령은 24일 아침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수군사작전(Cпециальная военная операция)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언론 검열을 통해 전쟁 혹은 침공이라는 표현 대신에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만 쓰도록 했다. 지상군을 투입했으니,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벌어진 것이고, 공습만 단행했으니 전쟁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근 국가의 미 군사 기지와 항공모함에서 수많은 전투기가 발진해 이란 영공을 침범했는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과 뭣이 크게 다른가? 또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상군 투입에 맞춰 '전쟁'이라고 부를 것인지 궁금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우리는 아직 이란에 심각한 타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며 "큰 파도는 아직 닥치지도 않았고, 앞으로 곧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푸틴 대통령이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7월 국가두마(하원) 각 정당 지도자들과 만나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는 아직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조치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작전 브리핑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게 한다. 그는 2일 "에픽 퓨리작전은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작전"이라면서 "워싱턴이 이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미국이 이 전쟁을 끝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충 설명은 이렇다.

"이란 정권은 4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미국을 상대로 잔혹하고 일방적인 전쟁을 벌여왔다. 베이루트에서는 차량 폭탄 테러로, (주테헤란) 대사관에서는 학살로 우리(미국) 국민이 피를 흘렸으며, 우리 선박은 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몇년간 수차례 강조했던 대(對)우크라 군사작전의 개시 논리, 말투와 거의 똑같다. 예컨대 푸틴 대통령은 2023년 10월 발다이 클럽 국제 포럼에 나와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우리는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국에 대한 두 강대국의 군사작전 표현이 엇비슷하다고 느끼는 순간, 전쟁을 시작하는 '강자'의 심리는 늘 이런 식인가 싶다. 약자(약소국)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약자의 괴롭힘을 끝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쓴다는 억지스러움을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스러움에 헛웃음을 짓는 대표적인 유명 인사는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2일 소셜 미디어(SNS)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기에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이 파괴되었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대통령"이라며 "그는 지난해 6월에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허위 사실을 근거로 또 군사 작전을 개시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란 전쟁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에 이어 거짓말로 포장한 또 다른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에서 대체로 중산층과 저소득층,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반전(反戰)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이란 공격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2일 자체 SMS 여론 조사 결과, 미국인의 52%는 전적, 혹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고(반대) 있으며, 지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공화-민주당 지지자로 나눠 보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81%가 이란 공격에 찬성하고(반대 12%), 민주당 지지자들은 반대가 87%(찬성 9%)로 나타났다. 진영 간 찬반 의견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응답자의 43%가 이란에 대한 공격에 반대하고, 27%는 군사력 사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응답은 29%.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