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과 선고 과정에 대해 전직 대통령 처벌 전례를 상기하면서 한국 정치 구조를 '반복 프레임' 안에서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 주요 매체들은 “대통령도 감옥에 간다”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사법 패턴을 배경에 깔고, 이번 무기징역 판결을 ‘권력 책임추궁 메커니즘’이 또다시 작동한 사례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매체들 가운데 가장 분명하게 '전례의 누적'을 강조한 사례는 RBC의 1월 29일자 기사다. RBC는 샤넬 가방 사건으로 김건희 전 여사에게 징역 20개월이 선고됐다는 보도를 전하면서, 곧바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맥락을 짚었다. 신문은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4명 중 감옥에 가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1명뿐"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2025년 4월 문 전 대통령에게도 뇌물수수 혐의가 제기됐었다"고 썼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사면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실형에서 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 국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흐름을 전달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이런 '반복 프레임'의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도모스티 지도 이미 앞선 보도·해설 기사들과 무기징역 판결을 보도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전례가 계속 누적되고 있으며 윤 전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판결 역시 한국 정치가 반복해온 전직 권력에 대한 '사법적 비용 청구'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베도모스티지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번 판결을 정치에 대한 '한국식 책임 시스템'의 한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국에는 문제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매우 강한 판결을 내리는 전통”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보통 강한 판결 뒤에 시간이 지나면(평균 약 2년) 석방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고 윤 전 대통령도 몇 년 뒤 출소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약 석방된다면 그가 곧바로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을 전제한 뒤 윤 전 대통령이 정치 경력을 되살리려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어 현재 여당은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적대적임에도 불구하고, 우파 진영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윤의 석방을 허용하는 선택지를 열어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한국 전문가들은 이 ‘패턴 프레임’을 제도 분석 측면에서 내다봤는데 러시아과학아카데미(RAN)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산하 한국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 예브게니 김은 한국 현대사가 권위주의와 쿠데타의 연쇄를 겪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권력자도 처벌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왔고, 그래서 헌정질서를 흔드는 시도는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하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한국이 사실상 강경한 통치 체제 속에서 살아왔고, 연이은 쿠데타와 권위주의 정권의 경험이 한국 사회로 하여금 권력에 대한 강력한 책임 시스템을 구축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내란 혐의는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관행은 우연이 아니라, 어떤 국가 수반도 자신을 법 위에 있다고 여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설계된 메커니즘"이라고 전했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