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은 북유럽의 지정학적 지위를 바꿨다. 안보위기를 느낀 핀란드가 2023년, 스웨덴이 2024년 나토(NATO)에 가입했다.
1939년 11월 소련(러시아)과 전쟁(통칭 겨울전쟁)을 벌인 바 있는 핀란드는 안보 위기 의식 속에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가혹한 제재조치에 동참했고, 급기야는 2023년 말 러시아와 연결되는 모든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는 등 러시아와의 인적·물적 교류를 차단했다.

그 후유증도 만만찮았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파벨 쿠즈네초프 주핀란드 러시아 대사는 8일 핀란드가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을 대체한 수요를 찾지 못해 핀란드 관광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한 국경지역 러시아인들이 주말 다차(별장)를 찾아가듯 핀란드 국경을 넘었는데, 발길이 끊어지자 핀란드 호텔의 객실이 텅텅 비고, 크루즈 승객이 크게 준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매년 핀란드 호텔 객실 80만 개를 사용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 6억 달러를 뿌렸다고 한다.
또 핀란드 GDP는 지난해 0.5% 역(마이너스)성장하고, 투자는 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쿠즈네초프 대사가 주장했다.
러시아 매체 '아르구멘티이팍티(논거와 사실)'는 7일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리나'의 시작 부분을 도입부로 활용하면서 국경폐쇄로 타격을 받은 핀란드 관광산업의 어두운 실태를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잘 알다시피,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서로 닮았지만(대중에게 알려진 문구는,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편집자)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Все счастливые семьи похожи друг на друга, каждая несчастливая семья несчастлива по-своему)
이 매체가 인용한 대목은 바로 그 다음 구절이다.
'(고위 관리인) 오블론스키 집에서는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아내(돌리 오블론스카야)는 남편이 집에서 전 프랑스 가정교사와 관계(불륜)를 가진 것을 알고, 그와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Все смешалось в доме Облонских. Жена узнала, что муж был в связи с бывшею в их доме француженкою-гувернанткой, и объявила мужу, что не может жить с ним в одном доме)
이 매체는 "이웃 국가 핀란드는 소설속 이 대목과 모든 것이 정반대"라며 "성적 취향이 다양한 핀란드인들을 태운 크루즈(유람선)가 이번 주말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출항한다"고 현지 타블로이드지 일타-사노마트(Ilta-Sanomat)를 인용, 보도했다. 또 크루즈에서는 과감한 섹스 파티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관광객의 부족에 한 핀란드 여행사가 유람선을 빌려 발트해 해상을 오가는 '섹스 투어' 상품을 개발했다는 것.
핀란드는 지난 20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당연히 러시아인을 상대로 하는 핀란드 관광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특히 페리 여행은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핀란드 당국이 2023년 말 국경을 폐쇄하면서 러시아(에서 오는) 관광객은 사실상 사라졌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핀란드 동부 지역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의 관광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하자, 대안으로 등장한 게 '섹스 크루즈' 상품이라는 게 일타-사노마트의 분석이다. 그 어느 곳보다 섹스산업의 자유화가 보장된 북유럽이지만, '섹스 크루즈' 상품이 기존의 전통적인 여행 상품을 대신하는 게 현지에서도 충격이 모양이다.

아르쿠멘티이팍티와 디스커버리24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선박 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성적 프로그램이다. 코믹 쇼에서 스트립쇼, BDSM 강의와 각종 테마 파티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 중 하나는 누드 디스코라고 한다. 또 누드 상태로 소위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사우나와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다.
가장 특별한 코너는 '에로틱 센터'로, 프로그램 내용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 입장료 20~25유로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폐쇄형 클럽이다.
스윙거(파트너 교환)을 원하는 커플과 싱글 등 1,800여명을 태운 크루즈 선박은 핀란드 투르쿠를 출발해 스톡홀름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 여행을 예약한 한 여성은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수 있고 크루즈 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성적 액티비티도 기대된다"며 "남편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위해 예약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는 "원래 자유로운 섹스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크루즈 여행이지만, 모든 참가자들이 무절제하게 행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비슷한 투어가 진행되었을 때, 일부 승객들이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에 여행사 측은 탑승객들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한다.
이같은 특정 테마 여행자들을 위한 크루즈 임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 임대된 크루즈 '발틱 프린세스'호를 소유한 선사측은 "특정 테마를 위한 크루즈 임대가 연 20~30회는 된다"고 밝혔다.
아르구멘티이팍티는 "이 여행에 참여하는 '스윙'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라며 "미국 저널리스트인 테리 굴드의 책 '라이프스타일: 스윙거들의 에로틱한 의식 살펴보기'에 따르면 사망률이 아주 높은 조종사들 가족 간에 긴밀한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스윙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동료 조종사가 죽을 경우, 그의 미망인을 마치 자기 아내처럼 돌보아야 한다는 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성적 혁명에 따라 나중에 '파트너 교환'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1970년대는 아예 '스윙의 시대'로 일컬어졌고, 2002년 스윙의 권리도 '성적 자유를 위한 미국 연합'의 사명 속에 포함됐다고 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