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Jan 2026

미-러 관계 개선 분위기에 한국 자동차의 러시아 재진출 기대감은 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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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2월 12일) 이후 미국의 대(對)러시아 관계 개선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러시아에서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직 시기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미-러 정상의 전화 통화 이후 양국 간에 사우디 리야드 장관급 회담(2월 18일), 이스탄불 고위 실무회담(2월 27일)이 이어지면서 관계 정상화 기대감은 부쩍 커졌다. 이에따라 미-러 언론에서는 양국 주재 대사관 업무 정상화와 직항 노선 재개 제안, (독-러 해저 가스관인) 노드 스트림2의 가동 등 에너지 분야 협력설, (휴전시) 대(對)러 석유및가스 제재 조기 해제설 등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사진출처:러시아 외무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사진출처:러시아 외무부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현지 매체에 등장하는 한국 자동차 관련 뉴스도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9일 러시아 온라인 매체 인포프로S4에 따르면 러시아 인터넷 대출 서비스 '브베루.ru(vbr.ru)'는 자동차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산 자동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1%는 한국산 자동차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자의 2%는 이미 중국산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로 갈아탈(중국산 자동차 팔고 한국차 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철수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솔라리스가 생산되는 모습/사진출처:현대차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철수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솔라리스가 생산되는 모습/사진출처:현대차

하지만 응답자의 11%는 서방의 제재 기간에 중국산 차량을 구매했으며, 굳이 한국산 자동차로 갈아탈 의향이 없으며, 26%는 유럽산 자동차, 21%는 러시아산 자동차만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 회사의 야로슬라프 비주릭 이사는 "앞으로 한국 차와 중국 차 간의 경쟁은 가격 정책과 서비스, 배송 조건을 포함한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고,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 산타페, 현지 여성이 선호하는 올해의 차?

현대차의 신형 SUV 산타페는 러시아에서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여성이 선호하는 올해의 자동차(Women’s Worldwide Car of the Year Awards)'로 선정됐다. 또 미니 쿠페(MINI Cooper)는 최고의 시티카로, 기아 EV3는 최고의 캠팩트(소형) SUV 전기차로, 포르쉐 파나메라(Porsche Panamera)는 가장 개성이 뛰어난 차로, 아우디A6 이트론(Audi A6 e-tron)은 최고의 대형차로, 도요타 랜드크루즈(Toyota Land Cruiser)는 최고의 4륜구동 차량으로 꼽혔다. 

현대차 산타페/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 산타페/사진출처:현대차

현지 자동차 전문매체 카엑스포는 "현대 싼타페가 올해의 자동차로 꼽힌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새 디자인이 러시아에서 모든 운전자들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자동차에 대한 러시아 시장의 관심은 제재가 해제될 경우, 한국차가 가장 먼저 러시아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자동차 전문 매체 '자룰룜'(Зарулем, 운전대를 잡고)의 막심 카다코프 편집장은 3일 "미국이 대러 제재를 갑자기 해제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돌어올 것"이라며 "제재가 해제되고 긍정적인 신호가 오면 현대차와 기아는 6개월이나 그보다 빨리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 다음으로 일본이, 그리고 유럽 브랜드가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서방 자동차 업체가 빠져나간 뒤 러시아 소비자는 중국 자동차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고, 중국 차도 쓸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한국 브랜드 등 복귀 자동차 기업들이 시장을 되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현대자동차가 현지 업체 '아트 파이낸스'에게 넘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는 현대차 기반의 새로운 브랜드 '솔라리스'가 생산되고 있다. 또 독일 폭스바겐의 옛 공장에서는 중국 체리 자동차 기반의 새로운 브랜드 '테넷' 생산이 시작됐다. 

자동차 전문가 이고르 모르자레토는 "서방 자동차 브랜드의 복귀는 제재가 해제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가 유지되는 한,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러시아 재진출이 과연 쉬울까?

실제로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현대차 등 서방 브랜드 자동차들의 러시아 복귀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측이 설정한 까다로운 복귀 조건 때문이다.

렌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평의회(상원) 경제정책 위원회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직후 러시아를 떠난 서방 자동차 업체들의 엄격한 복귀 조건을 담은 서한을 지난달(2월) 28일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에게 보냈다.

이 위원회의 안드레이 쿠테포프 위원장 명의로 된 서한은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한 뒤 통제권(경영권)을 러시아 측에 넘겨야 하고 △설계 등 기술 개발 관련 지적 재산권은 합작회사 소유로 해야 하며 △높은 현지화을 추진해 서방 제조사에 특혜를 계속 인정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복귀 희망 기업이 소속된 국가는 러시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를 달았다. 서한은 그 이유로 “수년 간 현지화를 약속해 온 외국 기업들이 단시간에 러시아를 떠나면서 기술이나 생산 역량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재진입하려면 러시아 제조업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같은 의회의 요구가 부분적으로라도 받아들여진다면, 단돈 1만 루블(약 16만원)에 모든 자산을 러시아 업체에 매각했던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바이백' 권리(자산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만, 자칫 이 권리가 한낱 종이 조각에 불과해질 수도 있다. 바이백 권리 행사시 러시아 정부및 업체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물론, 러시아 측의 이같은 사전 움직임이 ‘압박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입장에서도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복귀가 매우 절실할 것”이라며 “실효적인 의미가 있다기보단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현재 현대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근무할 품질 관리, 공장·창고운영 등의 인력 모집 공고를 러시아 채용사이트에 올렸고, 기아도 현지 기술 컨설턴트와 딜러를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 복귀에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빠른 복귀를 기대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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