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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기대감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던 삼성 현대차 LG 등 우리 대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재개 움직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러시아 재진출을 노리는 서방 다국적 기업들의 '그림자 전략'을 눈여겨보면서, 독자 행보도 가속화할 태세다.
러시아 언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LG다.
C뉴스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LG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루자 공장에서 세탁기와 냉장고 생산을 위한 일부 생산 공정을 재개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LG전자는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2022년 3월부터 자사 제품의 러시아 시장 공급을 중단했으며, 그해 가을 루자 공장을 멈춰세웠다. 루자 공장은 LG전자가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기 위해 2006년에 지었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는 약 5억달러에 이른다.


LG전자의 공장 재가동설은 현지의 대형 전자 도매업체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LG 전자가 가전제품을 이웃나라 벨라루스로 보내 다시 병행수입을 통해 러시아 시장에 들여오는 방식을 포기하고, 현지 루자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 2월, 러시아 연방 생산허가청(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по аккредитации, Росаккредитация 직역하면 연방 인증 서비스)로부터 러시아 현지 법인인 'LG Electronics Rus' 이름으로 루자 공장에서 가정용 냉장고을 생산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산업용 에어컨에 대해, 10월에는 건조기를 포함한 세탁기 생산에 대한 신고를 끝냈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21일 국내 언론에 "설비 노후화 방지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재고로 (모스크바 루자에 있는) 가전 공장을 일부 가동했다"며 "러시아로 제품이나 부품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기에 대대적으로 공장을 가동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LG전자가 일찌감치 러시아 사업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는 "노영남 러시아 법인장이 지난 1월 러시아 대형 기업 행사에 참석해 LG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경쟁력을 홍보하는 등 현지 활동에 나섰다"며 사업 재개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LG전자의 B2B 사업은 냉난방공조(HVAC)와 디지털 사이니지(대형 전공판), 옥외 스크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LG전자에서 TV 사업 등을 이끄는 박형세 MS사업본부장(사장)은 “러시아에서 오래 사업을 못했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으로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다시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서울경제가 21일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과 국내 언론이 LG전자의 루자 공장 재가동에 관심을 쏟은 것은 러시아 시장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인구 1억4000만 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1만4,400달러)은 떠오르는 '블루오션' 시장인 인도보다 높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러시아 가전 시장이 2023년 111억 2,000만 달러(약 16조 원)에서 2029년 131억 8,000만 달러(약 19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또 전쟁으로 사업을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 러시아 지역 매출은 2조 335억 원으로 2019년(1조 6340억 원) 대비 24.4% 성장했다. 러시아는 LG전자가 단숨에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추가할 수 있는 잠재 시장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LG 루자 공장도 가동을 중단한 뒤 현지 업체 임대설 등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전쟁 이듬해인 2023년에 나온 공장 임대설. 러시아 전자 제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DNS가 중국의 가전업체 '콘카' (Konka)와 합작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TV를 생산하기 위해 LG전자와 루자 공장의 임대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 DNS는 당시 콘카사 제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LG전자 루자 공장에서 직접 현지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LG 전자는 또 시장 재진출을 앞두고 TV를 통한 NFT(Non-fungible Token, 통상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해석)거래 서비스를 오는 6월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3D뉴스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LG전자는 TV를 통해 NFT를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Art Lab 플랫폼)을 출시했는데, 이를 폐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NFT는 한때 세계적인 붐이 일면서 미국 출신의 팝아트겸 디지털 아트 창작자인 브라이언 브링크먼의 블룸 애니메이션(анимация Bloom от Брайана Бринкмана)은 60달러에, '아마돈'의 리미티드 에디션(единичный экземпляр от Amadon)은 3,800달러 이상에 팔렸다.
지난 2017년에는 유명 애니메이션 호머 심슨의 이미지를 '녹색 개구리'(под лягушонка Пепе) 형상으로 캐릭터화한 NFT가 출시 1년만에 3만8,000 달러에 판매되더니, 2021년 3월에는 32만2,000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NFT 붐은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암호화폐 가격비교및 유통 플랫폼(NFT Scan와 CoinMarketCap)에 따르면 7만3,257개의 NFT 컬렉션 중 6만9,795개의 가치는 제로(0)다. 분석가들은 거의 2,300만 명이 가치가 제로(0)인 NFT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LG전자는 이같은 추세에 맞춰 TV를 통한 NFT 서비스를 중단하고, 거래 금액은 4월 30일까지 당사자의 전자지갑으로 이체한 뒤 6월 17일자로 플랫폼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NFT 시장이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지금은 새로운 기회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