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미 외교안보 최고위급 채팅방 '시그널' 스캔들, 어쩌다 이런 일이 터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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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한 한 메신저 채팅방(대화방)에 실수로 반(反)트럼프 성향의 언론인을 초대해 주요 안보 기밀을 누설하는 미국 초유의 안보 스캔들이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과 사이가 나쁜 언론인과 접촉한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채팅방 정보 유출 사고자체보다 왈츠 보좌관의 언론인 접촉에 더 화를 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스캔들이 '시그널게이트'(Signalgate, 메신저의 이름인 '시그널'과 '게이트'의 합성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미 백악관은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집권 2기의 첫 스캔들로 기록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왈츠 보좌관이 미국의 시사 월간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이하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을 실수로(?)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상업용 모바일 메신저 '시그널'의 한 비밀 대화방에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미 시사 잡지 디 애틀랜틱/웹페이지 캡처
미 시사 잡지 디 애틀랜틱/웹페이지 캡처

 

문제는 애틀랜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우호적인 매체라는 점이다. 악연은 트럼프 집권 1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한 지난 2018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들이 안장된 묘지 참배를 취소하면서 그들을 '패배자', '바보'로 불렀다는 의혹을 대선 재선 캠페인(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처음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상대인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는 이 문제를 계속 물고늘어지며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애틀랜틱은 그의 눈밖에 났다.

이 잡지는 또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앞장서 요구한 매체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스캔들의 주모자 격인 왈츠 보좌관에 대해 화를 참지 못하는  이유다.  

◇스캔들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이 자신이 초대된 한 채팅방에서 후틴 반군(예멘의 친이란 반군)에 대한 공습 논의가 이뤄졌다며 '안보 폭탄'을 터뜨린 것은 지난 24일이다. 채팅방 논의는 그로부터 9일 전인 15일.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시작되기 2시간 전쯤이었다. 미국의 외교안보 지도부가 비밀 채팅방에 모여 후티반군에 대한 공격 작전을 공유하고, 논의한 것이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그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짜 채팅방'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논의 몇 시간 후, 실제로 미군의 후틴 반군 공습이 단행되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사실 확인에 상당한 시간(9일)이 필요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또 "채팅방 메시지에는 매우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어 이를 공개하면 국가 반역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나는 채팅방에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고, 나의 존재를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해 스스로 채팅방을 나와 참여자 전원에게 공식 요청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사진출처:페북@MichaelWaltzForCongress
마이크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사진출처:페북@MichaelWaltzForCongress

그가 공개한 자료들을 보면 비밀 채팅방 초대를 받은 것은 지난 11일이다. 이틀 뒤인 13일에는 문제의 채팅방 '후티 PC 소규모(small) 그룹'에 포함됐다. 이 채팅방은 미국의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이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작전을 논의하는 '단톡방'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푸틴 대통령과 두어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등이 초대됐다. 여기에서 후티반군 공습을 앞두고 작전의 개시 시점과 동원 전략, 사용 미사일, 타격 목표 등 작전 개요들이 공유됐다. 

 
모바일 메신저 시그널(위)와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문자들/공개 자료 캡처 스트라나.ua
모바일 메신저 시그널(위)와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문자들/공개 자료 캡처 스트라나.ua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 채팅방은 대통령의 수석 외교 안보 정책 보좌관들 간의 (의견) 조정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적절한 시기에 후티반군 공습에 대해 동맹국 파트너들과 동료들에게 브리핑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의 브라이언 휴즈 대변인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조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우려는 민간인(언론인)을 채팅방에 초대하는 바람에 고급 비밀 정보가 누설됐다는 점이다. 골드버그 편집장과 왈츠 보좌관이 서로를 채팅방에 초대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누가 왜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했을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왈츠 보좌관의 실수설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골드버그의 이니셜 JG와 제이미슨 그리어미국 무역 대표의 이니셜이 똑같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군사 안보 분야와는 거리가 먼 그리어 대표를 굳이 안보 채팅방에 초대할 이유가 없다. 초대자가 왈츠 보좌관의 비서인 알렉스 웡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다른 가능성은 해킹이다. 

◇채팅방 문자에 대한 진위 공방 

늘 그렇듯이 대형 사건이 터지면 당사자들은 발뺌하고, 이를 입증하려는 언론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진다. 왈츠 보좌관도 처음엔 골드버그 편집장과 접촉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애틀랜틱은 채팅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그 채팅방에는 기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고 백악관이 주장하자, 애틀랜틱은 공습 개시 2시간 전에 어떤 폭격기가 어떤 무기(미사일)로 무엇을 타격할 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대화 부분을 제시했다. 폴리티코는 "만약 그 정보, 특히 작전지역으로 향하는 미군 폭격기의 정확한 출발 시간이 2시간 동안 나쁜 세력의 손에 들어갔다면, 미군 조종사와 또다른 미국인들이 평소보다 더 큰 위험에 처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진실공방은 결국 '진실'이 승리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엑스(X)를 통해 골드버그 편집장이 문제의 비밀 채팅방에 초대됐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SNS 캡처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SNS 캡처

왈츠보좌관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그 기자의 전화번호가 없어 문자를 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채팅방에 초대됐는지 모르겠다"며 "그 연유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뒤늦게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 모두의 강력하고 단호한 리더십 덕분에 후티반군에 대한 공습은 성공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었다"며 "테러리스트들의 제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스캔들 무마를 시도했다. 

하지만 공개된 채팅방 발언들은 이미 유럽 국가들을 분노하게 만든 뒤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밴스 부통령이 "(후티반군 공습이 필요하다면) 하세요. 다만 유럽을 다시 구해야 하는 게 싫을 뿐"이라고 말하자,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유럽에 대한 당신의 혐오감에) 전적으로 공유한다. 그들도(유럽) 쪽팔린다고 느끼겠지만, 마이크(왈츠 보좌관)가 옳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다른 사람(유럽)은 가까이도 가지 못한다"고 동의했다. 

스트라나.ua는 밴스 부통령의 유럽 구원 발언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해운과 경제, 특히 유럽 국가들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밴스부통령은 또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의 불가피성을 미국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자, 헤그세스 장관은 "후티 반군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바이든 전 행정부의 중동 정책 실패에 집중하면 된다. 아직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평화 정착 등 주요 현안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고 답했다.

◇러시아로 번진 '시그널게이트' 

한번 터진 스캔들은 언론이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끝없이 확산되는 법이다. 미 CBS 방송은 26일 항공 추적 데이터와 러시아 언론 보도를 분석한 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가 문제의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 동안, 러시아에 체류중이었다고 폭로했다. 메신저 '시그널'은 그간 러시아가 여러차례 침투를 시도해온 표적이라는 점도 문제삼았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반응(이모티콘)이 나온 대화 부분/캡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반응(이모티콘)이 나온 대화 부분/캡처

골드버그 편집장의 채팅방 가입이 해킹에 의한 것일 수 있다면, 러시아 측의 해킹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는 이미 독일 공군 참모총장 등 고위 군장교들이 크림대교를 독일산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40여분간의 대화를 가로채 유력 언론인을 통해 지난해 3월 폭로한 바 있다. 당시 대화 참여자중 한 장교가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모스크바 체류 중,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기밀 보호 서버에 접속했고, 통신 보안도 철저하게 지켰다"고 주장했다. 또 "위트코프 특사는 개인 기기나 정부 지급 전화를 소지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위트코프 특사도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7일 시그널에 접속한 왈츠 보좌관과 헤그세스 국방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 미국 지도부의 개인 데이터와 비밀번호가 이미 온라인으로 유출됐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 그들의 자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적대적인 정보기관은 이미 공개된 자료를 이용해 통신을 해킹하고, 기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했을 수 있다"면서 "후티 반군 군사 공격을 논의한 시그널 채팅방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 페북@SenatorMarcoRubio
루비오 미 국무장관 페북@SenatorMarcoRubio

시그널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루비오 국무장관은 27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지가회견에서 "누군가가 큰 실수를 해서 골드버그 편집장을 채팅방에 추가했다"며 "그 언론인에 대한 반감은 없지만, 그는(골드버그 편집장)은 이 일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일어나서는 안 될 실수였고, 백악관에서 이를 조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변화와 쇄신 작업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이 스캔들을 계기로 출입처가 다른 기자들과 교류하는 직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은 직원이 기자와의 통화 유무를 확인도록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보안 담당 부서가 주요 정보의 언론 유출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 가끔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요 기밀 정보의 유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국방부는 2023년 7월 군사 전략 지도와 군사 기지의 사진을 담은 수백만 통의 이(e)메일을 실수로 아프리카의 말리로 보냈고, 비슷한 시기에 영국 국방부도 이메일 주소의 오타로 기밀 정보를 러시아의 동맹국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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